입력 : 2022.10.21 17:36
자전적 경험으로 엮은 보편적 소망
개인전 ‘뾰족한 온기’
22일부터 한남동 바이파운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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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하다. 그러나 아프지 않다. 그 안은 포근하고 따뜻한 온기가 깃들어 있으니까.
먹과 모필, 광목과 실로 작업을 엮고 짜내는 한상아(35)의 바탕지는 본래 종이였다. 우연한 기회에 천을 접하고 종이의 그것보다도 더 따스한 온기를 지닌 천의 물성에 매료된 그는 그렇게 천을 주요 매체로 삼게 됐다.
그의 작업은 일상적 경험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감정에 대한 기억에서부터 기인한다. 이를 광목천 위에 먹으로 그린 뒤 다시 오려내어 배경 천에 이들을 겹쳐 꿰매는 식으로 화면을 직조해나간다. 이에 한상아의 작업은 그림일 수도 또 동시에 오브제가 될 수 있기도 한데, 꼭 벽에 걸 필요 없이 의자 위에 걸쳐놓아도 그 자체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천이 더더욱 좋다고 그는 말한다. 붓이 지나간 자리에 필치가 새겨지듯이 한상아의 작업에서는 그가 실과 바늘로 엮어낸 고유의 필치가 고스란히 수놓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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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아의 화면에는 공통적으로 ‘손’이 등장하는데, 이를 두고 작가는 ‘손은 재밌는 신체 부위’라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이를테면 종교화에서는 손 모양을 통해 의중이나 뜻을 전하기도 하잖아요. 혹은 부처의 손 모양을 보고 어떤 시대에 제작됐는지 유추할 수 있다든지요. 손은 참으로 흥미로운 신체부위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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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마주할 수 있는 ‘합장산수’(2022)는 수많은 손이 합장한 채로 겹겹이 서로를 에워싸고 있는 형상으로, 흡사 첩첩이 포개진 금강산 봉우리가 일품인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연상한다. 쭉쭉 뻗은 이들 손끝이 자못 날카롭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 안을 메운 솜이 입체감을 부여하며 날을 누그러뜨리고, 살포시 모은 두 손은 무언가를 염원하는 행위로서, 그 자체로도 온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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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아 개인전 ‘뾰족한 온기’가 22일부터 12월 18일까지 서울 한남동 파운드리 서울 1층에 위치한 바이파운드리에서 열린다. 서로 모순되고 상반된 두 단어가 한자리에서 충돌을 빚어내는 듯한 이번 전시명은 작가이면서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작가 자신의 이중적 정체성이 촉발하는 모순적인 사랑의 마음을 뜻한다.
전시에서는 자기 내면으로 스며드는 경험과 기억을 광목 위에 먹으로 그리고 오려낸 다음, 실로 단단히 꿰매고 이어내는 수행적 과정을 통해 사랑하는 대상의 평안을 바라는 인간의 근원적 소망을 담은 입체적 평면 작품과 평면적 입체 작품 등 10점을 내보인다. 그의 작품을 뒤에서도 보길 추천한다. 강렬한 흑백 대비의 앞과는 달리 미색의 깨끗한 광목천 위에 나직이 수놓인 검은 자수가 이채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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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송은아트큐브, 위켄드, 갤러리도스, 성남큐브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서울대학교 미술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경기도미술관, 서울서예박물관, 뉴욕 space776 Gallery, 피르미니 유니테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 베이징 CHENGART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 및 다양한 전시 공간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