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0.14 17:47
11월 6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 부산항 제1부두, 영도, 초량


‘2022부산비엔날레’가 ‘물결 위 우리(We, on the Rising Wave)’란 주제 하에 부산현대미술관, 부산항 제1부두, 영도, 초량에서 펼쳐지고 있다. 부산의 역사, 자연, 산업 그리고 우리네 삶을 잘 나타내는 다양한 특성을 지닌 공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는 것. 이 중에서도 이번 행사의 주요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제1부두와 부산현대미술관에서 눈여겨봄 직한 작품을 소개한다.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일반에는 최초로 공개된 부산항 제1부두 창고는 단연 장소 자체만으로도 강렬한 존재감은 각인시킨다. 이곳은 전쟁과 식민 통치 등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주요 역할을 하며, 근대화 산업의 발원지로서 경제 성장과 노동, 이주의 문제와도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시설이다. 올해 행사가 ‘이주’, ‘여성 그리고 여성 노동자’, ‘도시 생태계’, ‘기술의 변화와 로컬리티’를 주요 테마로 삼아 열리는 만큼 제1부두에서의 전시는 꼭 둘러보길 추천한다.


1970년대 건축된 창고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 1200평이 훌쩍 넘는 규모로 지붕을 지탱하는 철골 구조물과 내부로 들어오는 자연광의 조화는 전시장의 작품들을 아우르는 또 다른 거대 작품처럼 보인다. 창고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할 수 있는 메간 코프의 ‘킹인야라 구윈얀바(오프 컨트리)’는 진해에서 수급한 굴 껍데기를 소재로 해 호주 전통적인 굴 양식법을 재현한 설치 작품이다. 부두 전시장의 열린 문틈 사이로 옅게 불어오는 바람에 섞인 바다의 비릿한 내음이 어우러져 마치 그 공간에 작품이 서식하고 있는 듯한 풍경을 연출한다.

을숙도로 건너가 부산현대미술관으로 가보자. 1층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시선을 환기하는 거대한 연두색 벽을 만나게 되는데, 핀란드 작가 알마 헤이킬라의 ‘이 과정은 가소성, 상호 공생, 멸종을 포함한다’는 높이는 3미터, 폭은 10미터에 이르는 초대형 작품으로, 생명이란 공기, 물, 흙과 같은 매개체를 통해 다른 생명체와 함께 발생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바닷속 생명체의 탄생과 우리의 몸이 공유하고 있는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아름다운 옥빛으로 보이는 거대한 평면 속 무수히 많은 생명체를 품고 있는 이 작품은 부산현대미술관이 위치한 을숙도의 생태환경과 장소가 주는 메시지를 마치 환영 인사처럼 건네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봐야 할 또 다른 작품은 감민경의 대규모 목탄 작업이다. 압도적인 사이즈와 오묘한 흑백의 색감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그림 속 여인이 마치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의 공중 설치작 ‘동숙의 노래’에서는 여인의 큰 눈망울에 홀리는 기분까지 들 수 있다. 이외에도 2층에 전시된 레바논 작가 마르완 레치마위의 설치 작품도 눈길을 끈다. 2020년 베이루트에서 일어났던 거대한 폭발 사고로 파괴된 벽에서 600kg의 금속을 거둬 압축한 설치작 ‘갤러리 6.08’은 거대한 파편의 구김을 통해 비극의 현장을 가늠해보고 기억할 수 있게 한다.


한편,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 ‘물결 위 우리’에서 ‘물결’은 사람들의 이동, 요동치는 역사, 전파와 파장, 땅과 바다 그리고 상호 연결을 함축한다. ‘물결 위’는 우리 각자의 몸이 물결과 같은 역사와 환경 위에 놓여 있고 인간을 비롯한 지구 위의 생명과 사물들이 세계의 구성체로 서로 긴밀히 엮여 있음을 환기한다.
작은 어촌이었던 부산이 바다를 메워 일군 땅 위의 항구로 시작해 급격한 인구의 유입과 함께 언덕을 채운 집들로 모습을 갖추며 오늘날 고층 빌딩과 고가도로가 교차하는 대도시로 성장했다. 부산비엔날레는 이렇듯 복잡한 구조의 부산 풍경 속에 감춰진 이야기를 펼쳐내고 이를 더 먼 곳의 이야기들로 연결하고자 한다. 11월 6일까지. 1만원.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