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9.14 16:25


“오늘도 나는 즐겁고 신나고 행복하기 위해서 커다란 천 위에서의 자유로운 놀이에 빠져든다. 끝없이 이어지는 나의 놀이는 화폭 위에 흔적으로 남겨져 무수히 쌓여간다. 나의 놀이이자 나의 가장 즐겁고 신나고 행복한 찰나들은 그림이 되고 또한 나의 인생이 된다.”
아이의 낙서를 연상하는 자유롭고 꾸밈없는 화풍으로 잘 알려진 하정현은 화면에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투영하고 캔버스 위의 다양한 형태로써 이들을 하나로 엮어 그림을 완성한다.

직관적으로 그려진 이들 형상은 작가의 과거와 현재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기록이자, 내면 깊은 곳에 존재하는 두려움을 해소하려는 시도를 뜻한다. 이를테면, 사랑 받고 자란 유년 시절의 추억, 또는 오늘날 엄마로서 아이와 함께하는 현재의 순간순간이 솔직한 필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따뜻하고 밝은 색의 낙서와 같은 형상을 띠는 그의 대표 연작 ‘Draw Without Drawing’ 시리즈에서는 작가의 이러한 특성이 잘 보인다. 그가 선택한 여러 재료가 서로 어우러지고 뒤엉킴으로써 사랑하는 이들과의 경험, 추억을 모두 작가의 유토피아인 캔버스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게 한다.

아울러, 덧그리기의 방식을 기반으로 잠재의식을 표출하고 다양한 발전 방식으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보여주는데, 프레임이 없는 캔버스를 손에 잡히는 여러 재료를 가지고 즉흥적으로 그어대거나 칠하며 채워나가는 식이다. 이렇듯 마음껏 색칠한 커다란 캔버스 천을 색종이 삼아 스케치 없이 즉각적으로 가위로 자르고 오려내는 행위를 통해 진정한 ‘놀이’의 기쁨을 느낀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작가의 개인전 ‘하정현의 낱개들: Pieces of Her’전(展)이 16일부터 서울 송파동 갤러리이든에서 열린다. 전시타이틀 ‘하정현의 낱개들’은 그의 모든 작품이 작가를 이루는 하나의 구성이라는 뜻에서 지어진 것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삶의 순간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회화들을 선보인다. 10월 8일까지. 무료.
한편, 작가는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와 한성대학교 부설 디자인아트 교육원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문화본부박물관 등 다수의 기관에 소장돼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