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23 15:08
자연 본연 생명력 녹아든 김보희의 회화
개인전 ‘the Days’展, 10월 30일까지 제주현대미술관

생명에 대한 경외를 바탕으로 자연과 일상의 순간을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펼쳐온 김보희(70)는 식물, 정원, 바다와 그 주변 풍경 등 일상에서 관찰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채색 수묵으로 섬세하게 표현해왔다.
제주도에서 거주하며 작업 중인 그는 초록과 청색의 빛으로 제주의 자연을 이국적으로 담아내며 서양화의 구도와 원근법을 수용하면서 묘사 대상의 생동감과 상호 간의 조화로움이 강조되는 동양화적 접근법의 유기적인 결합을 추구하는데, 특히 재료에 제한을 두지 않고 캔버스와 한지, 동양화 물감과 아크릴 등을 자유롭게 혼용해 자연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데 몰두한다.

작은 씨앗과 꽃에서부터 거대한 야자, 무한한 바다까지 자연과 생명 본연의 상태와 활기를 세밀하고도 사실적으로 묘사한 정물화는 작가의 대표적인 회화 연작이다. 세밀한 관찰과 섬세한 붓질의 반복이 집적된 그림 속의 자연은 본연의 아름다움은 물론, 유한하기에 더욱 귀한 생명력, 자신과 다른 존재에게도 곁을 주는 포용과 조화로움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의 화면에서는 제주 바다와 정원, 꽃과 나무, 열매와 씨앗, 다양한 동식물, 집 주변의 산책길, 중문 거리와 같은 제주를 주제로 한 소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는 일상에 대한 깊은 관심과 좋아하는 것에 눈 맞춤하고 밀착하며 오롯이 사적인 시간을 꾸려가는 작가의 생활과 관계된다.

김보희가 10월 30일까지 제주현대미술관 본관 전관에서 개인전 ‘the Days’를 가진다. 전시명 ‘the Days’는 우리가 지내온 그날들, 지금 만나는 나날들로서 어떤 존재들의 특별한 시간을 뜻한다. 우리가 존재하는 한, 우리 각자에게 의미 있는 그날들이라는 뜻인 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50여 년에 걸친 작가의 화업 여정 중, 잘 알려진 있는 대표적인 자연 풍경 연작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특히 2003년 작가가 제주로 이주한 뒤 제작이 이뤄진 작품들을 소주제별로 폭넓게 살필 수 있도록 구성해놓았다.
아울러, 미술관 건너편 위치한 문화예술공공수장고에서는 작가의 작품을 디지털 화면으로 전환한 실감미디어아트가 상영돼 김보희의 예술세계를 더욱 생동감 있게 만나볼 수 있도록 꾸려놨다. 바다를 덮는 빛, 고요한 오후, 생동하는 초록의 밤 등 세 구성으로 나눠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며 태초의 자연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본관 전시는 10월 30일까지, 실감미디어아트전시는 내년 2월 26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와 대학원에서 순수미술과를 졸업하고, 2017년까지 동 대학의 교수와 박물관 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동 대학의 명예교수다. 1980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외 20여 회의 개인전을 비롯해, 금호미술관(2020), 경기도미술관(2015), 국립현대미술관(2014), 뮤지엄 산(2014), 서울시립미술관(2007), 세종문화회관(2009) 외 유수의 기관 전시 참여해오고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