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7.08 20:52
[Art & Food Adventures in Venice]

미술과 관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베니스를 올여름 휴가지로 택한 아트러버들을 위해 꼭 봐야 할 전시와 근방 맛집을 소개한다. 베니스도, 예술도 식후경이다.





◆게오르그 바젤리츠 ‘Archinto’, 메리 웨더포드 ‘The Flaying of Marsyas’
게오르그 바젤리츠 ‘Archinto’
2021년 5월 19일부터 2022년 11월 27일까지
메리 웨더포드 ‘The Flaying of Marsyas’
2022년 4월 20일부터 11월 27일까지
Museo di Palazzo Grimani
주소: Rugagiuffa, 4858, 30122, Venice
운영시간: 10:00~18:30
입장료: €12
팔라초 그리마니 미술관(Museo di Palazzo Grimani)에서는 가고시안(Gagosian) 갤러리 소속 작가 2인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와 메리 웨더포드(Mary Weatherford)의 개인전이 각각 열리고 있다.
먼저 미술관 2층에는 이른바 거꾸로 뒤집은 사람 그림으로 잘 알려진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의 대형 회화와 조각이 한자리에 모였다. 바젤리츠는 지난해 타데우스 로팍 서울이 오픈하며 개관전 작가로 선보여 국내 컬렉터들에게도 익숙하다.
작품 구도를 뒤집는 행위는 추상과 구상을 오가며, 관습에 저항하는 작가의 혁신적인 면면을 보여주는 대목인데,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제작된 컬러풀한 톤의 회화들이 내걸려 있다. 중세시대 건물 벽에 걸린 바젤리츠의 그림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고대의 감성과 묘한 하모니를 이루는 듯하다.



바젤리츠 관람 후 한층 올라가면 메리 웨더포드의 개인전 ‘The Flaying of Marsyas’이 펼쳐진다. 웨더포드는 베니스 출신의 작가 티치아노(Titian)의 동명의 회화 ‘The Flaying of Marsyas’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을 선보인다. 웨더포드는 은유적인 제스처가 깃든 화면에 그 위를 가로지르는 네온튜브를 부착한 스타일의 작품으로 컬렉터들 사이에서 인기인 작가다. 티치아노의 원작에서 드러나는 다소 폭력적인 분위기를 웨더포드는 추상적으로 풀어냄으로써 인간과 신, 운명 등과 같은 주제를 암시하고 있다. 화면 위의 발광하는 네온튜브가 칠흑처럼 어두운 우주 속의 빛나는 별처럼 보인다.




◆‘Danh Vo, Isamu Noguchi, Park Seo-Bo’
Fondazione Querini Stampalia
2022년 4월 20일부터 11월 27일까지
주소: Campo Santa Maria Formosa, 5252, 30122, Venice
운영시간: 10:00~18:00
입장료: €14
화이트큐브(White Cube) 갤러리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베니스를 찾은 세계 아트러버들에게 소개할 작가로, 얀 보(Danh Vo),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 그리고 박서보를 택했다. 폰다지오네 퀘리니 스탬팔리아 미술관(Fondazione Querini Stampalia)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각기 다른 작가 3인의 작품이 고택 곳곳에 설치된 고미술품과 화음을 내며 조응하는 듯한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얀 보는 핸드폰으로 촬영한 꽃, 식물 등의 사진을, 이사무 노구치는 대표작 중 하나인 조명 설치 연작 ‘Akari’를, 박서보는 컬러묘법과 연필묘법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들 작품은 때로는 단독으로, 때로는 서로 마주하며 함께 전시돼 조화와 긴장감을 동시에 드러낸다.




◆Venice M’Art
주소: Sestiere Cannaregio 5631, 30121, Venice
운영시간: 08:00~00:00
부티크 호텔 ‘더 베니스 베니스 호텔(The Venice Venice Hotel)’에서 운영하는 올 어라운드 레스토랑이다. 테라스에 앉으면 그랜드 캐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그야말로 명당에 위치해 있다. 일몰과 함께 더욱 분위기 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해질녘 즈음 방문하기에 좋다.
이탈리안 음식과 베네치안 디쉬를 따로 구분해 메뉴판을 주는데, 박스 안에 카드 형식으로 제작된 메뉴가 한 권의 아트북을 연상한다. 웨이트리스로부터 식당의 스페셜티 디쉬로 베니스 스타일의 회 메뉴인 ‘Raw seafood platter’(€48)를 추천받았다. 옅은 허브향이 나는 회를 간장이 아닌, 와사비와 레몬 베이스의 가니쉬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이채롭다. 또 다른 베네치안 음식으로는 머스코비 오리고기로 만든 라구 베이스의 뇨끼 ‘Gnocci with muscovy duck ragu’(€28)도 먹어봄 직하다. 오리고기로 만든 라구지만 한국식 불고기 맛이 나 큰 거부감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식당 내에 차려진 편집숍에서는 아트 굿즈와 패션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다. 방문 당시에는 랍스터 작가 필립 콜버트(Philip Colbert)의 작품과 한정 아이템을 볼 수 있었다. 콜버트는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 시기에 맞춰 대형 랍스터 설치물을 운하에 띄워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이 프로젝트가 더 베니스 베니스 호텔과 함께 기획한 것이었다.


◆‘Anish Kapoor’
Gallerie dell'Accademia
2022년 4월 20일부터 10월 9일까지
주소: Campo della Carità, 1050, 30123, Venice
운영시간: 08:15~19:15
입장료: €12
생명과 죽음이 공존하는 듯하다.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는 가히 충격적인 광경을 전시장 전면에 구현했다. 공간 사방을 채운 시뻘건 왁스 덩어리에 어떤 이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어떤 이는 구토가 일기도 한다. 작품 스케일도 어마어마하다. 강렬하다 못해 두렵기까지 한 검붉은색 안료 덩어리와 작품의 거대한 사이즈에 압도된다. 격렬히 요동치는 듯한 빨간색으로부터 생명력이 느껴지기도, 혹은 갈기갈기 찢긴 신체가 연상되며 죽음이 보이기도 한다.


아울러, 이번 전시에서는 현존하는 가장 어두운 검은색인 반타블랙(Vantablack)을 입힌 작품도 볼 수 있다. 해당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할 것이라며 앞서 작가가 공표했었기에 기대를 모은 바 있었다.



◆전광영 ‘Times Reimagined’
Palazzo Contarini Polignac
2022년 4월 23일부터 11월 27일까지
주소: Sestiere Dorsoduro, 874, 30123, Venice
운영시간: 10:00~18:00
전광영의 한지 작업도 베니스를 찾았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식 병행 전시로 선정된 그의 개인전 ‘Times Reimagined’은 르네상스시대 건축물인 팔라초 콘타리니 폴리냑(Palazzo Contarini Polignac)에서 열리고 있다. 팔라초 콘타리니 폴리냑은 지난 2015년 비엔날레 병행 전시 ‘단색화(Dansaekhwa)’가 마련됐던 바로 그곳이다.
작가의 전매특허이자 주요한 소재인 한지는 한국 전통 종이이자, 1000년 이상 지속되는 내구성과 친환경적 특성을 지녀 한국성과 더불어 동시대적 어젠다를 모두 지니고 있다. 그의 화업 30년을 조명하는 대표작 부조 연작과 조각, 설치 등 작품 40점이 내걸려 전시장을 찾은 방문객을 매혹한다.

전시장 밖에 설치된 구조물은 ‘한지 하우스(Hanji House)’.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가 만든 것으로, 전광영 예술이 지닌 생태학적 요소를 겸비하며 지난 2년 넘는 시간 팬데믹으로부터 고통 받아온 인류에게 명상적인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Vini Da Arturo
주소: S. Marco, 3656, 30124, Venice
운영시간: 12:00~14:30, 19:00~22:30
테이블 10개가 다닥다닥 붙은 작은 식당이다. 한국식 돈가스 같은 생김새의 초대형 포크찹 메뉴 ‘Braciola all’ Arturo’(€65)로 잘 알려져 있다. 마구 두들겨 부드럽게 만든 돼지고기를 튀겨내니 우리가 아는 돈가스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조리 마지막에 화이트 비니거를 끼얹어 독특한 풍미를 지니는 것이 특징. 사이즈가 무지하게 커 3~4명이 먹어도 충분하다.
전채 메뉴 중 가지 요리 ‘Melanzane in saor’(€23)가 별미다. 부드럽게 조리한 가지에서 화이트 비니거 향이 확 올라오는데, 한입에도 정신이 번뜩 나며 식욕을 돋운다. 맛있다고 극찬하니 웨이터가 반색하며 직접 레시피책을 내갖고 와 보여주는 친근함을 경험했다.

넷플릭스 음식 다큐멘터리 ‘Somebody Feed Phil(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에서 주인공 필이 극찬해 더욱 유명해진 식당으로, 방문 전에 해당 다큐멘터리를 미리 보고 가길 추천한다. 좁은 골목에 위치한 이 식당 외부에는 사인이나 간판이 따로 없고 대신 창가에 상호명이 작게 쓰인 메뉴판만 붙어 있어 자칫 지나치기 쉬우니 눈을 크게 뜨고 찾을 것.



◆Osteria Enoteca San Marco
주소: Calle Frezzaria, 1610, 30124, Venice
운영시간: 12:30~14:30, 19:00~22:30
산마르코광장 뒤편 골목에 위치한 가성비 좋은 이탈리안 식당. 연인부터 가족 단위 방문객까지 폭넓게 수용할 수 있다. 애피타이저, 메인메뉴 가격이 대부분 10~20유로대로 비교적 부담 없다. 방문 당시 먹은 구운 관자와 감 소스가 어우러진 ‘Scallops, chestnut purre, persimmon sauce, crispy spinach’(€23)와 양갈비 디쉬 ‘Grilled lamb chops’(€28) 모두 만족스러웠다. 로컬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많아 만석일 경우가 많아 미리 예약하길 추천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