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띠’가 ‘통로’가 되기까지… 하태임展 ‘행위의 흔적으로 구축된 색공간’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2.06.02 11:28

26일까지 경기 광주 영은미술관

하태임 개인전 ‘행위의 흔적으로 구축된 색공간’ 전시 전경. /영은미술관
 
“나에게 색이란 음악에서 다양한 높낮이를 가지고 있는 음표들이 하나의 곡을 완성해가듯 색들의 반복과 차이를 통해 펼쳐지는 하나의 노래이며 미지의 세계로 향에 열려있는 ‘문’이자 ‘통로’다.”
 
현재 미술시장에서 가장 뜨겁게 거론되는 이름 중 하나인 하태임의 색띠 그림 ‘Un Passage’가 어디서 어떻게 발아했는지를 살펴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다채로운 색들의 변주곡과도 같은 그의 화면이 오늘날 색띠의 형태를 갖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해 되짚는 자리다.
 
하태임 개인전 ‘행위의 흔적으로 구축된 색공간’ 전시 전경. /영은미술관
 
‘행위의 흔적으로 구축된 색공간(Color Traces)’전(展)이 26일까지 경기 광주시 영은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작가는 영은창작스튜디오 12기로, 이번 전시는 ‘영은아티스트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된다. 작업 초창기인 파리 유학 시절부터 최신작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20여 년간의 작업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려졌다. 
 
하태임 개인전 ‘행위의 흔적으로 구축된 색공간’ 전시 전경. /영은미술관
 
그의 초기 작품에는 언어를 상징하는 알파벳이 나타나는데, 이는 유학시절 느낀 언어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이 시기 작가는 누군가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말뿐만이 아닌 그 너머의 무언가를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언어를 지우거나 일부만 남기는 방식으로써 그 철학을 표현했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동시에 지우는 행위에 집중함으로 본질에 다가가고자 했으며, 이는 하태임 작품의 근간이 됐다. 이후 언어의 불완전함 대신 작가가 소통의 도구로 관심을 두고 집중하기 시작한 주제가 바로 색이었다.
 
지우는 행위를 반복한 끝에 화면에 남은 것은 ‘틈새’였다. 이 틈새로부터 색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때부터 색띠가 등장하게 된 것. 작가의 상징과도 같은 이 조형 요소는 색이라는 소통의 도구에 집중하며, 지우는 행위를 반복하며 온전히 색을 담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하태임 개인전 ‘행위의 흔적으로 구축된 색공간’ 전시 전경. /영은미술관
 
하태임은 어려운 시기에 색을 통해 치유 받은 경험을 토대로 이를 보는 이에게 전달하고자 색띠를 쌓아 올리는 것에 집중했다. 색의 본질로써 진정한 소통을 이루기 위해 그는 화가로서의 조형적 욕망을 절제하기 위해 신체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오늘날 색띠의 형상을 완성하게 됐다. 하태임의 색띠들은 단순히 디자인적 요소가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철학적, 방법적 모색의 끝에 이뤄진 형태인 셈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하태임의 지난 화업을 되돌아보며 이러한 작품의 변모와 예술적인 실험과 시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입장료 8000원.
 
하태임 개인전 ‘행위의 흔적으로 구축된 색공간’ 전시 전경. /영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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