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와 가짜, 현실과 비현실… 라파 실바레스의 ‘역동적 정물화’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2.05.24 17:05

아시아 첫 개인전 ‘에어백’
7월 1일까지 페레스프로젝트 서울

라파 실바레스 개인전 ‘에어백’ 전경. /페레스프로젝트
 
흘러내리듯, 때로는 물결치듯이 역동적인 파동에서는 현란한 컬러와 정교한 묘사로써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침윤된다. “다채로운 문화와 미술사조가 한데 섞여 폭발하듯 드러납니다. 브라질 작가답게 뜨거운 열정이 내재돼 있는 것 같죠.”
 
페레스프로젝트(Peres Projects)는 4년 연속 아트부산에 출전해 완판 행렬을 이어오며 국내 미술계에 명료한 존재감을 각인한 베를린 기반의 현대미술 갤러리다. 신선하고 도전적인 작업세계를 지닌 소속 작가들은 이른바 ‘페레스프로젝트표’ 작가임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특징적이고 개성 넘친다. 지난 20년간 페레스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하비에르 페레스(Javier Peres) 대표가 ‘아트부산 2022’과 지난 4월 개관한 페레스프로젝트 서울 지점을 방문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라파 실바레스 개인전 ‘에어백’ 전경. /페레스프로젝트
 
페레스프로젝트가 한국 아트러버들을 위해 준비한 솔로쇼의 첫 주자는 브라질 출신의 작가 라파 실바레스(Rafa Silvares·34)다. 그는 수도꼭지, 파이프, 프라이팬 등과 같이 철제로 된 일상적인 물건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흔히 볼 수 있는 오브제를 통해 일상의 부조리에 의문을 제기하고 삭막한 현실을 유쾌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독특한 가전제품부터 하이브리드 압축기와 같은 기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체가 이를 위한 촉매제가 된다.
 
이들 소재의 메탈릭한 질감과 액상과 같은 유동성을 표현하기 위해 레이어를 층층이 쌓아 작업한다. 덕분에 움직임 없는 정물이나, 그의 그림에서는 흡사 움직이는 것 같이 역동적이며 생동적으로 표현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들은 ‘틱톡’ 클립(영상) 등에서 본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음식이나 자동차 따위가 압축기 등에 의해 파괴되거나 충돌되는 순간을 그려냈다.
 
라파 실바레스 개인전 ‘에어백’ 전경. /페레스프로젝트
 
예술과 문학을 동시 전공한 작가의 독특한 이력은 화면에 그대로 드러나는데, 이는 일견 콜라주와 같은 구성으로써 내보여지기도 한다. 화면 속 등장하는 오브제들은 꼭 함께 존재하지도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페레스 대표는 “실바레스의 작품이 시각적인 문학 작품과도 같은 면모를 지닌다는 점에서 매혹됐다. 굉장히 사실적이면서도 동시에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공존하며 더욱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오브제는 색채와 색채 전환의 대비를 공유하며 연결성을 만들며, 직각의 구조 속에서 추상과 구상 혹은 유기적 형태가 대립하고 있는데, 이는 양극화된 두 요소 간의 긴장을 드러내면서도 조화롭게 분산시킨다. 이번 전시 타이틀이 ‘에어백’인 이유다.
 
에어백은 자동차 충돌 사고 시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탄력적인 직물소재로 만들어진 에어백은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흡사 탄생하듯이 작동한다. 출품작 ‘Love Fever’(2022)는 차가 충돌해 폭발하는 절정의 순간을 그려낸 작품으로, 밝은 물질이 분출되어 흘러나오고 스며들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마치 에어백처럼 에너지를 흡수하는 캔버스 표면은 미지의 형태에 대한 은유와 기계 장치의 유기적 작동을 드러내고 있다. 
 
라파 실바레스 개인전 ‘에어백’ 전경. /페레스프로젝트
 
페레스 대표는 갤러리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째를 맞는 올해 서울에 공간을 오픈하게 돼 기쁘다고 전하며, 함께 일할 작가를 물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새로움’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워야만 해요. 유명 작가를 연상한다고 해서, 또는 제가 이미 좋아하는 작가와 비슷하다고 해서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페레스프로젝트는 어떠한 작가를 국제적으로 처음 소개하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에요.” 실바레스와는 일한 지 5년 정도 됐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7월 1일까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내 위치한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에서 이어진다.
 
라파 실바레스 개인전 ‘에어백’ 전경. /페레스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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