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온 ‘푸른빛’이 건네는 섬세한 위로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2.04.25 17:40

[김호정]
‘파란색’ 소재로 입체와 평면, 도자와 캔버스 종횡무진
5월 10일까지 프린트베이커리 ‘Language: The Sensory Variations’展
6월 뉴욕 스페이스776 개인전 예정

Blue Moon Jar. /작가 제공
김호정 작가. /@hojungstudio
 
푸른색, 때로는 달콤한 망중한을, 때로는 유쾌한 청량감을 선사하는 기분 좋은 색. 김호정(33)이 푸른색을 작업의 주요 소재로 삼게 된 계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작가에게 ‘푸른 바다’ ‘푸른 하늘’이 건네는 작은 위로는 큰 위안이었다. 이러한 자연의 손길처럼 자신의 작품을 마주하는 이들을 편안하게 감싸주고 싶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하늘과 파란 바다의 무한함과 압도감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상기하곤 합니다. 자연의 푸른색을 제 작업에 투영하고 싶었어요. 파란색을 향한 찬미와 상징성을 담고자 했다고나 할까요.”
 
Blue Moon Jar. /작가 제공
영국, 프랑스 등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도예 작가 김호정은 푸른빛의 도자기, 회화 등을 통해 자연의 그것과 같은 희망과 위로, 편안함을 구현하는 데 몰두해왔다. 학부 시절부터 쓰기 시작한 파란색은 오늘날 김호정의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그니처 컬러다. 그는 이를 DNA와도 같은 필연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푸른빛에 대한 동경과 애정이 늘 마음에 자리해 있었어요. 파란색은 볼 때마다 새롭고 지금껏 사용해왔지만 싫증 나지도 않는 걸요. 예로부터 선조들이 즐겨 사용한 색이기도 하잖아요. 그들이 바라보고 그려내고자 했던 자연을 푸른 빛깔로써 제 작업 위로 옮겨온 셈이죠.”
 
김준성·김호정·박성욱·배세진 4인전 ‘Language: The Sensory Variations’ 전경. /윤다함 기자
Origin Series. /작가 제공
 
파란색으로부터 시작해 색의 무한한 다양성을 탐색하는 그의 작품은 고요하고 차분하면서 동시에 강렬하고 흥미로운 감상을 가능케 한다. 이는 작가가 복수의 재료와 미디엄을 사용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도자와 드로잉을 병행해오던 그는 최근에는 캔버스로까지 작업을 확장했다. 신작 ‘Origin Series’는 기존 도자 작업에서 파생된 것으로, 캔버스 위를 세라믹 조각들이 메우고 있는 형태를 지닌다. 실제 그의 항아리 표면에는 작은 파란 조각들이 은하수를 연상하듯 수없이 흩뿌려져 있는데, 이를 3차원 공간으로 끌고 나와 입체로써 표현한 셈.
 
“꼭 항아리 위에서 일렁이는 파도처럼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해요. 이 형상을 캔버스라는 평면 위로 옮겨와 가시적이고 입체적인 덩어리 형태로 발아시킨 거죠.” 이로써 파란색의 세라믹 조각은 하나의 유한한 공간이 아닌, 입체와 평면을 자유로이 오가며 무한한 표현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바탕지가 도자기에서 캔버스로 바뀐 것뿐, 중심 주제는 이전 작업과 동일한 선상에 있다. 이들 조각은 현재 있는 도자기의 형태로부터 완성된 뒤 다시 부서져 나온 것들로, 즉, 도자기에서 기원하고 도자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뜻에서 ‘origin’이라고 명명됐다.
 
김준성·김호정·박성욱·배세진 4인전 ‘Language: The Sensory Variations’ 전경. /작가 제공
김준성·김호정·박성욱·배세진 4인전 ‘Language: The Sensory Variations’ 전경. /윤다함 기자
김준성·김호정·박성욱·배세진 4인전 ‘Language: The Sensory Variations’ 전경. /작가 제공
 
도자기라는 형태에 제한되지 않고 매체의 경계 없이 다채로운 예술 세계를 빚어내온 김호정이 이러한 성격을 공통점으로 하는 작가들과 함께 그룹전에 참여한다. 5월 10일까지 프린트베이커리 더현대서울점에서 열리는 전시 ‘Language: The Sensory Variations’에서는 입체와 평면의 세계를 넘나들며 복수의 조형 언어를 구사해온 김준성, 김호정, 박성욱, 배세진 도예 작가 4인이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은 예술 세계를 펼쳐 보인다. 
 
Origin Series. /작가 제공
 
아울러, 다가오는 여름에는 뉴욕 맨해튼에 그의 푸른 빛깔이 드리워질 예정이다. 6월 24일부터 7월 20일까지 뉴욕 스페이스776(Space 776 Gallery)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항아리, 세라믹 오브제 등 도자 작업을 비롯해 회화와 드로잉 등의 평면 작업도 함께 내건다. 갤러리에서의 첫 개인전인 만큼 설렘과 긴장이 교차한다는 작가는 개인전 이후 하반기에는 서울옥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KCDF갤러리 등에서도 전시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김호정의 도자와 회화가 건네는 청량하고도 섬세한 푸른 빛깔의 망중한을 잠시나마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Blue Moon Jar.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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