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사치갤러리에 걸린 한국의 山水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2.03.16 10:17

이춘환 개인전 ‘Rooted Island’
런던 대표 현대미술화랑 사치갤러리서 개최
31일부터 4월 4일까지

산의 기운 #577, 2021, 캔버스에 혼합재료, 147x291cm /서정아트
 
서정 이춘환 화백의 개인전이 런던 사치갤러리(Saatchi Gallery)에서 열린다.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써 표현되지만, 단순화돼 쉬운 이미지와 마음 넉넉한 여백은 동양화의 그것과 같아 그림을 마주한 이의 근심도 스트레스도 모두 흡수해주듯 편안함과 힐링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인 이 화백의 회화 다수가 런던의 대표적인 현대미술화랑인 사치갤러리에 전시되는 자리다. 
 
산의 기운 #364, 2020, 캔버스에 혼합재료, 218.2x290.9cm /서정아트
 
이번 전시 ‘Lee Choun Hwan: Rooted Island’는 작가 이춘환 본인이 정착한 한국의 땅, 자연의 기운에 대한 끝없는 탐구를 조망하고자 마련됐다. 전시명 ‘Rooted Island(뿌리내린 섬)’은 작가 작업의 근원으로 내면에 깊게 자리 잡은 섬을 의미한다. 여기서 ‘섬’은 작가의 고향 섬 완도를 의미하는 동시에 작가가 뿌리내린, 지리학적으로는 반도이지만 대륙으로 연결된 길이 막힌 섬, 한국을 의미하기도 한다. 
 
작가는 한국의 작은 섬, 완도에서 태어나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유년 시절을 보냈고 조부로부터 서예를 익힌 후 자연스럽게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고향에 대한 그의 애정은 자연에 대한 경애 그리고 나아가 한국적인 것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묵화가로서 20년간 정진하던 작가가 서양화 재료를 최초로 사용한 이후의 작품을 공개한다.
 
빛+결 #206, 2020, 캔버스에 혼합재료, 218.2x290.9cm /서정아트
 
2000년대 초반 작품에서 보인 재료의 변경은 이에 따른 표현 방식의 변화로 이어졌다. 진경을 담아내던 수묵화 작품과 달리 색 면과 점, 선 등의 조형 요소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자연 요소들과 그 에너지에 대한 작가의 변화된 관심사의 반영이다. 이렇게 선보이게 된 <산의 기운> 연작을 위해 작가는 한국의 명산들을 무수히 올랐다. 그러던 중 무소유 정신을 설파한 승려이자 수필가인 법정을 만나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달항아리 #186, 2019, 캔버스에 혼합재료, 90.9x72.7cm /서정아트
 
법정과의 만남을 통해 탄생한 <달항아리> 연작은 오방색 점으로 쌓아 올린 배경과 단순화한 주제의 대비를 통해 달항아리를 더 두드러지게 보이게 함으로써 '비움을 통해 채운다'는 무소유 정신을 잘 담아냈다. 이를 통해 비움의 미학에 감화된 작가는 유일한 구상 요소였던 주제마저 없애며 그의 작품은 완전한 추상으로 변모한다. 이 시기에 작가는 오방색 점으로 가득 찬 캔버스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본인의 뿌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에 대한 답을 찾은 작품이 바로 고향의 달빛이 비치는 바다 물결을 담은 <빛+결>이다. 긴 여정 끝에 고향에서 근원을 찾은 작가는 자연의 미감을 표현한 <빛+결> 추상 연작을 그려내며 자연과 한국의 미에 대한 탐구를 이어오고 있다. 
 
다양한 소재로 작업되는 이춘환의 회화는 모두 하나의 서사처럼 연결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작가의 모든 연작을 내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평생 자연에 대한 화두를 이어온 작가의 작업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3월 31일부터 4월 4일까지.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