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밖의 판타지… 박지은·장서원 ‘담장 밖으로’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2.02.18 17:30

회화와 꽃이 빚어낸 ‘환상미’
26일까지 이길이구갤러리

박지은·장서원 2인전 ‘담장 밖으로(Over the Fence)’ 전경. /윤다함 기자
 
아이의 낙서를 연상하는 직관적이고 솔직한 회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박지은(아이야기·50)과 가든 디자이너이자 플로리스트로서 꽃, 식물 등을 소재로 삼아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장서원(31)의 2인전이 서울 신사동 이길이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회화와 꽃이라는 두 장르의 다소 낯선 만남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우려도 잠시, 전시장을 들어선 순간 눈 앞에 펼쳐지는 환상과도 같은 풍경 속으로 순식간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박지은·장서원 2인전 ‘담장 밖으로(Over the Fence)’ 전경. /윤다함 기자
박지은(왼쪽)과 장서원이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길이구갤러리
 
두 작가의 다른 두 작업이 이토록 이질감 없이 하나로 어우러진 것을 보아하니, 두 사람은 분명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채는 소울메이트쯤 될 거라 짐작했다. 그러나 이들의 사이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된 그야말로 신생 관계라는 것. 평소 소셜미디어를 통해 장서원의 작업을 눈여겨봤던 박지은이 백운아 이길이구갤러리 대표에게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제안하며 전시가 성사됐다. 백 대표는 “사실 두 작가의 나이 차가 적지 않은데 세대 차이는커녕, 서로 이렇게 잘 통할 수 있냐며 감탄하다가 정말 ‘절친’으로 거듭났다.(웃음) 두 사람이 작품을 구상하고 설치하느라 전시장에서 한 달간 숙식하다시피 합숙하며 준비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박지은, Butterfly, 84x114cm, various materials on paper, 2021 /이길이구갤러리
 
‘아이야기(IYAGI)’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박지은은 이름에서 말해주듯이 ‘아이(I)’의 마음으로 ‘나(I)’의 이야기를 그려왔다. 아이처럼 솔직하고 본능적이며 두려움 없는 내면의 자신과의 교감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 두들링 기법을 활용한다. 오랜 시간 그림책 작가로 활동한 이후, 가장 ‘나’다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회화가 현재의 작업에 이르게 됐다. 순수한 아이가 놀이하듯 머리가 아닌 마음이 그리는 것인데, 작가는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내면의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낸다.
 
장서원, Neon 2 /이길이구갤러리
 
형형색색의 꽃과 식물을 소재로 삼아, 인간의 손이 닿기 전 태초에 존재하던 대자연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 몰두해온 장서원은 이번 전시에서 이 상상 속 정원을 땅이 아닌, 전시장 공중에다 차렸다. 박지은의 회화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장서원의 설치 작품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사물의 형태, 자연의 시간, 생명의 탄생과 소멸 등이 한데 모여 존재한다. 색감과 오브제를 다루는 작가의 탁월한 테크닉으로써 창조의 세계를 빚어냈다.
 
장서원, The Internet of Things /이길이구갤러리
박지은·장서원 2인전 ‘담장 밖으로(Over the Fence)’ 전경. /윤다함 기자
 
아이의 그것과도 같이 원초적이고 유희적인 박지은의 두들 페인팅과 마치 이를 3차원 공간 속에서 펼쳐 내보인 듯한 장서원의 설치 작품은 흡사 작은 낙서들이 공중에 흩뿌려져 있는 것처럼 낭만적이고도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박지은과 장서원의 2인전 ‘담장 밖으로(Over the Fence)’는 이달 26일까지 열린다. 장르의 경계 없이, 매체의 구분 없이, 고정관념의 구속을 벗어나 담장 밖으로 나가보자. 
 
박지은, Daily doodle, 61.5x80cm, chinese ink, oil pastel, acrylic, pencil, pen on paper, 2019 /이길이구갤러리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