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아버지 그림, ‘父女展’에서 딸과 상봉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2.02.09 17:01

하인두 작품 소장자, 하태임 측에 그림 기증
‘부녀전’ 기사 접하고 기증 의사 밝혀와

기증작 ‘작품 A’(1968) 앞에 선 하태임 작가. /아트조선
 
“50년도 넘었죠. 더 일찍 돌려드렸어야 했는데 늦었습니다.”
 
하인두(1930~1989) 화백의 1968년작 <작품 A>가 부인 류민자 화백과 딸 하태임 작가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난 50년이 넘는 세월, 한 개인 소장자의 집에 걸려 있던 이 그림은 이번 하인두‧하태임 부녀전 ‘잊다, 잇다, 있다’를 계기로 유족에게 다시 오게 됐다. 
 
‘잊다, 잇다, 있다’ 전시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열린 기증식을 통해 ‘작품 A’가 류민자 화백과 하태임 작가에게 전달됐다. 익명을 요구한 이번 작품 기증자는 우연히 ‘부녀전’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이를 유족에게 기증하고자 마음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평소 해당 작품을 재단이나 공공기관 등에 기증하고자 하는 뜻이 있었는데 마침 이번 전시 기사를 보자마자 이 그림을 유족께 돌려드려야겠다고 결심했죠. 더 일찍 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늦었습니다.”
 
‘잊다, 잇다, 있다’ 전시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해당 작품은 기증자의 부친이 하인두 화백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버지 생전 말씀으론 1969년부터 1970년대 초반 사이쯤 하인두 화백의 이사를 도와준 일이 있는데, 이에 대한 보답으로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에 류 화백은 “맞다. 그 당시 이문동에서 홍제동으로 이사 갔을 때를 말씀하시는 것 같다. 귀한 초기작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린다”라며 반가워했다. 하 작가는 “저보다도 나이가 더 많은 작품”이라며 활짝 웃었다.
 
기증 작품의 뒷면에 ‘작품 A’와 하인두 화백의 이름이 정자로 적혀있다. /아트조선
 
‘작품 A’는 하인두 화백의 시그니처인 청색이 주된 바탕색을 이루며 동시에 붉은색이 함께 배색돼 대범한 조화를 보여주는 추상화다. 특히 한가운데 원형 문양이 크게 자리 잡고 있어, 하 화백의 기하 추상 작업이 태동하던 시기의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다. 기증자는 “아주 오묘하고 기운 넘치는 청색이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잊다, 잇다, 있다’ 전시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번 기증 작품은 ‘잊다, 잇다, 있다’展에 출품작과 함께 나란히 걸렸다. 하인두·하태임 부녀가 작품을 한자리에 선보이는 최초의 자리로 화제가 된 이번 전시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전시는 이달 19일까지 월~토 10:00~18:00 운영되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02)736-7833
 
‘잊다, 잇다, 있다’ 전시 전경. /아트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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