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2.08 17:56
개관전으로 슬로베니아 출신 20대 작가 개인전

신흥 아트 디스트릭트로 부상한 한남동, 이태원과 거리적으로 가까운 보광동에 가나아트가 새로운 공간을 개관하고 대중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전시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나아트는 2018년에 개관한 가나아트 사운즈, 프리미엄 복합플랫폼 ‘고메이 494 한남’에 자리잡은 가나아트 나인원의 2020년 개관에 이어, 2022년 가나아트 보광을 개관하며 한남 아트밸리의 확장에 나선 것. 가나아트 보광은 일상을 향유하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기능하며 국내외의 젊고 개성적인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과 더불어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등 장르의 확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로써 보다 젊은 감각으로 신규 컬렉터를 확보하며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나아트 보광은 개관전으로 동시대 미술계에서 최근 주목받는 작가 이브겐 코피 고리섹(Evgen Čopi Gorišek·28)의 개인전 'Road to Somewhere'을 개최한다. 이브겐 코피 고리섹은 중앙유럽 슬로베니아 출신의 젊은 독학화가로, 현재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DUVE Gallery(베를린), Padre Gallery(뉴욕), PLAN X Gallery(밀라노)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2021년 맷 블랙(Matt Black)과 공동으로 기획했던 리플렉션 (Reflections: Human/Nature) 그룹전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본 전시는 이브겐의 특징적인 표현기법과 일상적 소재가 돋보이는 대형 초상화작품 10여점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로, 그의 아시아 첫번째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이번 개인전은 대중문화 및 일상적 주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는 이브겐 코피 고리섹의 평면작업을 소개하는 전시다. 작가는 슬로베니아에서 우연히 팝아트 전시회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특히 팝아트의 평면적인 구도, 강렬한 색채와 더불어 작가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대중적인 이미지에 깊이 매료됐는데, 이는 대중문화와 인터넷상의 소소한 일화에서 영감을 얻은 이번 출품작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브겐의 초상화는 소셜미디어, 웹사이트, 잡지 등에서 무작위로 접하는 인물들의 사진과 그들이 올린 일상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유쾌하게 연출한 것이다. 이에 더해 작가는 도시에서 지내는 동안 직접 마주쳤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과 기억에 남는 일화들을 표현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번 신작들은 대체로 라이프스타일 잡지 화보의 과시하는 듯한 인물의 자세와 구도를 연상시키면서, 앉아서 술을 마시는 두 인물이나 설레는 여행길에 오르는 인물 등 우리의 일상에서 한 번쯤 접해본 듯한 친숙한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특히 아이가 낙서하듯 인물의 표정을 극히 단순화시키며 얼굴의 전체적인 색상을 흐릿하게 덮는 것이 그의 초상화의 주요한 특징이다. 그림 속의 상황이나 분위기와 상관없이 인물들은 모두 진심을 감춘 채 웃는 것을 고집한다. 수많은 현대인들이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웃음을 잃거나, 타인 앞에서 환하게 웃는 얼굴의 가면을 쓰고 표정을 감춘다. 이브겐 코피 고리섹의 초상화 속 인물들은 이러한 현대인의 감춰진 일면을 암시하듯 다소 기이하고, 익살스러운 미소로 관객을 맞이한다. 9일부터 3월 13일까지.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