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2.0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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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미술품 가치평가의 고려요소
문화재 미술품의 시장수요는 가격을 평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주택시장처럼 비교를 통해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유사한 품목의 수요 수준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많다면 가격은 올라갈 것이다. 특히 비교 대상이 되는 작품의 가격데이터가 새로운 것일수록 그 가치와 영향력은 가격결정에 중요한 요소다. 만약 수년 전의 데이터라면 현재의 가치와 상관없는 추정치를 산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작품의 소재와 매체 역시 희소성과 마찬가지로 시장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
문화재 미술품 시장의 유동성은 수요가 매우 높은 작품을 소장하고 여러 장애 없이 해당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재와 미술품 판매는 침체기에는 시장이 둔화되어 유동성이 줄어든다. 또 미술품 투자자는 잠재 구매자의 풀이 제한되어 있고 미술품이 예상가격에 도달하지 못하고 판매되지 않으면 다른 금융 자산보다 유동성 위험이 더 커지는 부담을 져야만 한다. 이런 경우는 경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통상적으로는 한국에서는 호당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때 1호는 인물용 캔버스 1호 크기(22.7x15.8cm)가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미술품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가격은 달라지기 때문에 그 적절성은 항상 의문의 대상이었다. 예를 들어 작품의 가치에 대해, 보다 감상적 견해를 지긴 사람과 미술품을 냉정하게 균형과 다양화를 원하는 보다 비즈니스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과의 차이 즉 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의 정성적 차이는 서로 동의할 수 없는 가격을 두고 합의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됐다. 따라서 공정시장가치라는 상호교환 가능한 가격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또 시장의 방향과 그 방향이 예술가와 작품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의 경매 회사들의 가치 추세 즉 낙찰가와 비교도 필요하다. 대부분 올드 마스터나 유명작가의 작품의 경우 많은 거래 이력이 있어, 보다 쉽게 작품의 시장가치를 산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오히려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국가별 지역별 장기적인 경제 동향은 특정 유형의 작품과 문화재의 가격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중동의 원유가격이 상승하면서 이슬람 미술품의 가격이 상승했고, 중국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의 문화재 미술품 심지어 청년작가들의 작품까지 급상승하는 현상을 보인 것도 이런 문화재 미술품의 속성과 관련이 깊다. 물론 생존 작가의 1차 시장가격의 결정은 작가와 화상 간의 합의와 계약에 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화상은 작가의 성공에 대한 이해 관계자로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매 등에서 자신의 작가 작품을 낙찰 받는 등의 행위를 통해 자신의 작가의 작품 가격의 안정성을 유지하기도 하며, 작가로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화상들은 자신의 작가들의 작품가격 형성과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해당 작품의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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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작품은 아니지만, 소더비나 크리스티, 필립스, 본햄스 등 미술품 경매회사 들이 제공하는 경매기록은 연간 거래건수, 거래실적, 낙찰률, 가격 수준 및 사전 경매 추정가와 같은 경매시장의 동향은 문화재 미술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된다. 또한 아트 택틱(ArtTactic) 같은 미술 시장 조사 분석 업체가 제공하는 미술 경매 데이터도 활용된다. 또 인터넷 기반 미술품 판매 이력 데이터베이스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중요하지만, 일반적으로 작품가격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인 작품의 상태를 알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경매 데이터에 반영된 가격은 소위 낙찰가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경매데이터가 미술품 가치평가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이 가격은 오직 경매에서 통용되는 것으로 개인 간의 거래나 화랑과 개인 간의 거래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치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실제로 경매 회사에서 제시하는 추정가격은 일반적으로 가격의 불확실성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의 하한가와 상한가의 범위로 제공된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고정된 수치가 아닌 다양한 가격대로 견적을 제시하고, 특히 현대미술의 경우 비교 대상이 적거나, 작가의 지명도가 낮거나 경매 이력이 없는 경우 잘못된 평가를 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가치 평가의 한 가지 잠재적인 요소는 특정 작품을 판매하는 이유와 구매자의 구매 이유이다. 판매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재정적인 이유나 해당 작품에 대한 권태 또는 다른 작품 구입을 위한 자금 마련 등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거래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위 ‘4D’라고 하는 죽음(death), 재난(disaster), 부채(debt), 이혼(divorce)으로 인해 생긴다. 구매자의 경우 시장이 활황으로 접어들면 구입하려는 마음이 생기며, 자신의 컬렉션 계획이나 주식처럼 차익을 남기고자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동기의 경중에 따라 작품의 가치는 결정된다. 특히 가치가 불확실한 신인작가의 경우 작품 가격을 책정하는 한 가지 방법은 미학적 가치보다는 가치 평가에서 크게 반영하지 않는 세 가지 조건인 ‘작품의 크기’와 ‘노력의 강도’ 그리고 ‘재료의 질’을 고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경우의 수 때문에 전문화된 미술 시장에서는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매우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만 하는데 때로는 이런 요소들이 서로 충돌하기도 한다.
◆가격감정, 시가감정(市價鑑定, Valuation, Art Appraisal)
가격감정 즉 가치감정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물납제뿐만 아니라 각종 세금 및 상속 증여 및 분배를 위해서 필요하다. 또한 문화재 미술품에 대한 후원자 또는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또한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 미술품에 대한 만일의 사고를 대비하여 보험에 가입할 경우 부보액을 설정할 목적으로 가치평가가 필요하다. 또 문화재 미술품이 손상 또는 유실, 분실될 경우 보상하는 기준이 되는 보험금을 산출할 목적이나 소장가의 사망으로 문화재 미술품의 소유권이 상속자에게 이전될 경우, 가치를 평가하거나 세금을 부과할 목적으로 가치평가를 필요로 한다. 문화재 미술품으로 기부 또는 기증할 경우 그 가격을 평가해 기부금액을 결정하거나 기부에 따른 세금 공제액 등을 산출할 경우 또 공평분배 즉 파산이나 이혼 등의 사유로 소장 문화재 미술품을 공평하게 분배해야 할 때 그리고 소유 중인 문화재 미술품을 판매, 목록화, 자산운용의 목적으로 현재가치를 평가할 때, 문화재 미술품의 가격상승으로 발생 예정 또는 발생한 매매 차익을 산정할 목적, 문화재 미술품을 담보로 대출 혹은 채무의 변제를 확보할 경우 담보금액을 설정할 경우, 청산 과정에서 문화재 미술품을 매각해야 하는 경우 그 문화재 미술품의 매각 예상가를 산출할 목적으로 실시된다.
그러나 일반 시장의 가격결정은 ①가격 설정의 목적 ②수요 결정 ③원가 측정 ④경쟁자 분석 ⑤가격 설정법 ⑥최종 가격 선택의 과정을 거치며, 시장가격의 종류도 판매자가 제공하는 모든 재화들에 대해 제한된 복수가격에 적용되는 계열가격과 영업이익율 아래로 가격을 설정해 싼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가게에 들어오게 유도한 후 이율이 높은 다른 상품을 함께 구입할 것을 기대하는 전략적인 미끼상품 가격, 가격과 품질 관계를 고려해 높은 가격이 좋은 품질일 것이라고 생각하도록 하는 가격으로 상품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수록 더 많은 소비자들이 가격과 품질은 비례한다는 가설에 의지하게 되고, 그들의 지불에 많은 프리미엄을 두게 되는 가격이다. 또 사회적 지위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지불가능 한 가장 높은 가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가격으로 할증 가격 또는 명성가격이 있다. 이런 가격은 매우 높은 프리미엄이 붙은 상품은 상품의 고급화 이미지를 부여하거나 강화하며 소위 사치재인 에르메스, 구찌, 롤렉스, 벤틀리 등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수요가격은 소비자의 수요에 기반한 어떠한 인지된 가치에 따른 가격결정 방법이다. 또 지불방법 즉 월부, 지불수량, 할부착수금등이 반영된 가격 즉 다차원 가격 등이 적용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명성가격 같이 불합리한 측면이 있는 가격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상호합의된 가격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문화재 예술품의 시장가치 유형에는 제한된 시간 안에 동일하거나 가장 유사한 미술품으로 대체하는 경우 주로 사용되는 가치유형으로 가장 높은 금액의 가치 유형이다. 미술품 가격에 자문료, 구매 수수료/중개 수수료, 세금, 운송설치 비용, 액자 비용 및 그 밖 에 필요한 비용이 모두 포함된 소매대체가치와 강압적 요소가 없는 환경에서 합리적인 지식을 가진 판매자와 구매자가 합의하여 결정된 거래 가격을 의미한다. 경매의 경우에는 낙찰가에서 구매 수수료를 더한 공정시장가치, 경쟁이 가능한 개방적 시장에서 미술품을 팔았을 때 발생되는 비용(수수료, 보험료, 운송료 등)을 정산하고 최종적으로 판매자가 얻게 되는 순수한 금액을 의미하는 시장현금가치 그리고 합리적인 시간을 갖고 미술품을 처분하는 경우의 청산가치, 강압적인 환경과 제한적인 시간 안에 문화재 미술품을 판매할 경우 사용되는 가치 유형으로, 일반적으로 청산가치 보다 약 20%이상 낮은 금액으로 책정되는 강제청산가치가 있다. 이밖에도 잔존가치, 장식적 가치, 구제가치 등 수십 가지의 가치 유형이 있지만 순수미술 영역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문화재 미술품의 가치 평가에 따른 다양한 가격은 아래 표처럼 경우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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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미술품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매우 복잡하고 경우에 따라 달리 적용하지만 한편으로는 국가에서 지정하는 보물이나 국보일 경우, 작가의 신분이나 지위, 연령, 생존연대, 저명도 즉 작품의 발표 횟수와 공개 횟수 또는 전시 수상 여부와 평가척도 그리고 학술 및 언론매체의 인정여부와 사회적 기여도 및 기념적 위상도 가치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그 외에도 평가대상 작품의 보존상태, 크기, 제작연대, 재료, 방법, 진위, 낙관과 화제의 내용, 작가의 활동 시대는 물론 작가의 성장 가능성도 고려의 대상이 된다.
대개의 미술 시장의 가치 평가가 대형 경매회사의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는 데 비해 매우 독특한 시장의 유통 및 거래실적과 관계없이 작가들의 순위를 매기는 방식도 있다. 약 50년간 지속해 온 ‘쿤스트 콤파스(Kunst Kompass)’라는 작가들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미술시장의 동향이나 평가를 배제했다고는 하지만 이들의 평가를 무시할 수 없는 것도 미술시장과 문화재 미술품 가치 평가의 특징이기도하다. 매년 11월 발표되는 이 순위는 전 세계 약 3만명 이상의 작가를 대상으로 주요 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과 100개 이상의 주요 그룹전에 참여한 횟수를 반영한다. 우리나라의 국립현대미술관과 리움을 포함한 세계의 300여 개 미술관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모든 미술관의 개인전에 같은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니다. 모마, 테이트모던, 구겐하임, 함부르크반호프, 퐁피두센터 등 미술관에 따라 차등을 두어 점수를 부여한다. 또 베네치아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휘트니 비엔날레 등 100개 정도의 주요 국제미술행사의 참여도, 300여 개의 표본 미술관의 해당연도 작품 소장 여부와 건수, 터너상이나 기타 주요 미술상 수상 횟수, 아트인 아메리카, 플래시 아트, 쿤스트 포름, 파케트 같은 주요 미술전문지에 리뷰나 작가론이 게재되는 것도 점수로 환산한다. 만약 이들 잡지에 많이 오르내릴수록 당연히 점수도 높아진다. 이외에 공공미술의 참여도와 그 설치 위치도 반영해 순위를 매긴다. 그리고 이 순위는 가격을 평가하는데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국 가격 감정의 실태와 전망
미술품이나 문화재의 가격은 일시적이고 한정적이다. 흔히 미술 동네에서는 문화재 미술품의 가격은 사는 사람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손안에 넣을 수 있을 때까지 내는 것이 그 가격이라고 말한다. 사실 경기에 가장 민감한 문화재 미술품 가격은 경기가 상승하면 가장 늦게 뒤를 이어 오르고 경기가 하강하면 가장 먼저 내려가는 것이 특징이다. 또 문화재 미술품 가격은 감정을 하는 시기와 시장의 위치에 따라 그리고 가치 평가의 목적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통상적인 예로 미국이나 외국에서도 이런 차이에 대해 조세 당국도 인정해 준다.
우리나라의 미술품 감정의 역사는 근대적 의미에서 최초로 미술품 경매회사가 설립된 19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중구 남산동 2가에 설립된 ‘경성미술구락부’는 1905년경 고서, 서화, 도자기 등 골동품을 거래하기 시작해 매매가 1920년대 이르러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점차 체계적인 유통이 필요하다고 느낀 고미술상들이 친목 도모를 겸해 설립한 것이 경성미술구락부다. 하지만 한국미술품의 도굴과 반출을 위한 밀거래가 성하면서 제대로된 유통체계를 구축하고자 설립된 것이기도 했다.
광복 후 궁핍한 나라 형편에 문화재 미술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지만 1971년 한국고미술협회가 창립되면서 고미술품 중심의 감정이 시작되었고 1982년 한국화랑협회가 산하에 미술품 감정위원회를 통해서 한국근현대미술품에 감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미술품을 직접 거래하는 화랑주들이 감정에 참여하면서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일자 2003년 미술사가, 큐레이터, 미술이론가 등 감정전문가들이 모여 사단법인 한국미술품감정협회를 만들어 문화재 미술품 감정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2007년 결국 감정협회와 화랑협회가 업무협약을 맺어 감정업무를 수행하면서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 감정의 주축이 되었다. 여기에 2008년 현재의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의 전신인 ‘한국미술시가감정연구소’가 설립되었고, 화랑협회와 협업해온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은 2019년 해산하고 그 뒤를 이어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가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물론 이외에도 군소 감정업체가 활동하고 있지만, 활동은 미미한 편이다.
한국미술품 감정은 2007년 미술시장 최고의 호황이었던 시기 이전에는 주로 진위감정이 주를 이루었다. 그 후 미술시장이 활황을 맞으면서 새로운 컬렉터들이 미술시장을 주식시장처럼 데이터와 지수를 가지고 투자의 형태로 접근하면서 가격감정, 가치감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가격감정도 감정업무의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게 되었다. 물론 한국의 가격감정은 그간 화상들의 판매경험과 기억, 경매회사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신뢰는 얻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미술시장에서 직접 문화재 미술품 거래에 관여한 적이 없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미술전문가, 미술사가, 큐레이터, 미술비평가, 해외에서 미술품 가격감정사 자격을 획득했거나 영국이나 미국에서 미술품 감정학을 공부한 젊은 연구자들이 귀국해서 속속 참여하면서 불과 15년의 경험 속에서 한국의 가치감정의 질과 내용은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현재는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의 감정회사들과 업무협약을 통해 상호 감정 업무를 공조하는 상황까지 발전했다. 특히 한국의 가치평가는 국제적인 시가 감정 평가 표준 기준에 준한 미술 시장 지표로 전환해 물납제 시행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일조를 해왔다.
현재 한국의 문화재 미술품의 시가감정은 미국 감정협회(AAA)의 회원으로 미국감정사자격증을 소지한 감정사가 감정업무에 직접 참여하며, 국제감정가협회(ISA) 등에서 가격 감정 등 감정업무과정을 이수한 이들이 미국가격감정시스템에 근거한 감정가를 산정해 내고 있다. 또한 미국이나 영국 등 감정전문가와 협업은 물론 영국이나 미국의 유수대학에서 감정학 학위를 취득한 전문가들은 물론 미술시장 분석 및 미술관 작품수집담당자로, 작품구입에 종사했던 경력자들까지 참여해 신뢰할 만한 결과를 도출해내고 있다. 여기에 지금까지 일부 경매사들의 데이터에 의존했던 가치감정을 주요 화랑들의 전시판매가까지 데이터의 범위를 넓혀 시장으로부터 가치감정의 믿음을 키워가고 있다. 따라서 10여 년 전의 일부 화상들 중심으로 자신들이 거래한 데이터만을 토대로 가격감정을 하던 사례를 들어 한국미술품 가격 감정의 신뢰성을 지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으로 세상의 혁신이 미술품 가치감정에도 변화를 가져왔고 늦게 시작했지만, 선진국의 감정시스템과 견주어 손색이 없다는 점은 강조를 거듭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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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장 정확하고 많은 문화재 미술품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곳은 미술시장보다는 세무당국일 것이다. 문화재 미술품은 거래 시, 거래차익에 대해 기타소득세를 판매자가 원천징수해 납부하고 있으며, 2019년부터 매매 시 현금영수증을 발행할 뿐만 아니라 문화재 미술품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업자들은 사업소득을 신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한국화랑협회등 평가 법인, 단체, 개인에 의해 도출되는 공정시장가격이 세무당국이 세금을 부과하는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이미 실제로 미술품 가격 감정은 신뢰를 얻고 있다고 할 것이다. 국세청에 제출되어 세금부과의 기준이 되는 미술품 가격 최종감정 결과는 최소한 2개 이상의 감정전문 법인 또는 개인이 평가한 금액의 평균값((A사 평가금액)+(B사 평가금액)÷2)을 취하며 국세청이 인정하는 문화재 미술품의 가격으로 만약 조세당국이 이 감정가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세무서장은 3인 이상의 전문가로 감정평가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감정가를 산출하고, 그 두 개의 가격 중 높은 가격을 취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가격 감정, 가치감정의 결과는 상속세, 증여세부과는 물론 상장기업의 자산 재평가, 법정에서 재산분할 소송과 지분분쟁, 보험회사의 손해배상소송은 물론 손해사정 등 각종 행정 및 사법체제 등 다양한 곳에서 통용되고 있다. 따라서 세금을 부과할 때는 인정을 받는 한국의 가격감정 시스템이 물납이나 기부금 공제, 상속세, 증여세 부과 시 믿을 수 없다는 논리는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의 가격감정체제를 모르고 하는 말로, 물납제 도입에 따른 가격감정에 대한 불신은 지나친 걱정이라는 점을 지적해 두면서 글을 마친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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