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구의 치밀한 시각적 정체성

  • 아트조선 김슬기 에디터

입력 : 2021.10.22 18:17

개인전 'CHEMICAL VOLUME', 11월 6일까지

이형구 개인전 'CHEMICAL VOLUME' 전경 /P21
 
P21은 11월 6일까지 이형구 개인전 'CHEMICAL VOLUME'을 개최한다. 작가의 신작 6점이 설치된다. 
 
전시명과 동명의 작품 <Chemical Volume>은 작가가 최근 이어온 작업의 여러 기법과 접근법이 집약된 설치 조각이다. 폴리우레탄 폼과 페이퍼 마쉐의 유기적인 물성을 살려 우연적인 현상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부분은 사실 수많은 테스트 끝에 얻어진 결과물이다.
 
전시명과 동명의 작품 <Chemical Volume>은 작가가 최근 이어온 작업의 여러 기법과 접근법이 집약된 설치 조각이다. 폴리우레탄 폼과 페이퍼 마쉐의 유기적인 물성을 살려 우연적인 현상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부분은 사실 수많은 테스트 끝에 얻어진 결과물이다.
 
해체된 개체들을 엮는 금속 선재와 세밀한 부품들은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정교하게 가공돼 이형구 특유의 정제되고 치밀한 시각적 정체성을 나타낸다. 천체의 궤도를 떠올리게 하는 이 유기체는 천장에 매달려 미세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동시에 관람자들의 이동하는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특히 몸을 비추는 거울과 그 사이로 투시가 가능한 플라스틱 페트병은 관람자의 시선과 일치하고 어긋나기도 하면서 스스로의 신체를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이형구 개인전 'CHEMICAL VOLUME' 전경 /P21
 
아울러, 전시장 곳곳에 산발적으로 설치된 조각과 드로잉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던 신체 구조물이 파편화된 형태를 연상한다. 자유로워진 몸체들은 다채롭고 선명한 색상으로 덧입혀져 천장과 벽면 곳곳에 위치해있다. 그중에서도 가느다란 니켈 와이어에서 뻗어 나오는 덩어리 형상의 <Polar>는 위태롭게 느껴지지만, 서로를 지탱하는 원동력인 팽팽한 긴장감에 주목하게 한다. 금방이라도 흔들려 떨어지거나 다른 무언가와 접착할 것만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형구는 감각하는 주체로서의 ‘몸’을 기반으로 조형적인 실험을 꾸준하게 이어왔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만든 가상의 장치로 견고한 신체성을 교란시키거나 동물, 캐릭터의 신체 기관을 소재로 감각의 범주를 확장하는 작업에 몰두해온 작가는 이제 골격을 해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간 자체를 신체 외벽, 혹은 소우주로 상정해 그 속에서 형성되는 반응을 관찰하기에 이르렀다. 그 맥락에서 이번 전시는 상수와 변수, 주체와 객체, 작품과 관람자가 쉴 새 없이 부딪혀 형성되는 화학적 현상들을 온 몸으로 체화하기를 제안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