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의 바로미터 ‘아트페어’, 들어는 봤나?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1.09.16 01:40

미술계 올림픽 ‘아트바젤’
현대미술의 자존심 ‘피악’
강력한 다크호스 ‘프리즈’
국내 최초 미디어 연합형 아트쇼 ‘더리뷰’

ⓒArtBasel
 
수많은 작가의 다채로운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사고파는 ‘아트페어’는 비단 ‘플렉스’만을 위한 곳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당연히 매우 상업적이지만, 동시에 미술관이나 갤러리와는 또 다른 북적이는 상기된 분위기와 ‘득템’을 꿈꾸며 들뜬 마음이 종횡하는, 장르와 국적 불문의 수많은 아티스트의 작품이 한가득 모인, 그야말로 동시대 미술의 현주소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場)이기도 하다.
 
전시, 경매, 비엔날레 등 미술품을 접할 수 있는 채널이야 많지만, 그중에서도 아트페어는 회화부터 조각까지, 한 뼘만 한 소품부터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대작에 이르기까지, 미술품을 최대한 다방면에서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뜨거운 미술 트렌드가 즉각 반영돼 아트마켓의 현황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의 역할을 수행하는 이른바 ‘세계 3대 아트페어’부터 신선한 모토를 품고 갓 출범한 신생 아트페어까지 두루 소개한다.
 
ⓒArtBasel
 
◆미술계 올림픽 ‘아트바젤’
 
‘아트바젤(Art Basel)’은 글로벌 아트마켓 트렌드를 리드하는 부동의 영향력 1등 아트페어다. 스위스 바젤, 미국 마이애미 비치, 홍콩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고급 예술 행사로, 비엔날레급의 작품 수준과 예술성은 물론, 상업성과 화제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1970년 스위스 갤러리스트 에른스트 바이엘러(Ernst Beyeler)가 창설해 그해 첫 회가 열린 뒤, 지금껏 수준급 작품들을 엄선해 선보여 왔다.
 
이러한 위상은 아트바젤의 ‘물관리’에 의한 결과물로, 타 아트페어와 구별되는 독자적인 셀렉션 커미티(Selection Committee) 제도 운영을 통해 참여를 원하는 갤러리와 작가, 작품을 세밀히 살펴 엄격히 심사하고 선별한 덕분이다. ‘미술계 올림픽’이란 별명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치열한 경쟁과 심사 끝에 살아남은 작품만이 내걸릴 수 있는 것이다. 
 
ⓒArtBasel
 
지난해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홍콩, 바젤, 마이애미 비치의 오프라인 행사가 모두 전면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곧바로 새로운 온라인 뷰잉룸 플랫폼 ‘OVR’을 론칭해 시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팬데믹 시대에 미술계의 생존법에 대한 고찰을 제시했다. 반갑게도 올해에는 홍콩, 바젤, 마이애미 비치에서 오프라인 행사가 정상 개최됐거나 개최될 예정이다.
 
특히 다가오는 24일 바젤에서 열리는 행사는 지난해 열리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듯 팬데믹 사태 이후 유럽 현지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자리가 될 것이다. 지난 5월 홍콩에서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행사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경험을 기반으로, 이번에도 온라인 뷰잉룸과 전시 투어 등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함께 구성한다. 아울러, 디지털 플랫폼의 일환으로 마련된 ‘인터섹션: 아트바젤 팟캐스트(Intersections: The Art Basel Podcast)’는 마크 스피글러(Mark Spiegler) 아트바젤 글로벌 디렉터가 호스트로 나서 미술, 건축,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과 진행한 대담을 공개할 예정이다.
 
ⓒFiac
 
◆현대미술의 자존심 ‘피악’
 
‘피악(FIAC)’은 1974년 현대미술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프랑스 80개 갤러리와 출판사가 모여 출범한 ‘국제 현대미술 살롱(Salon international d’art con-temporain)’을 모태로 한다. 이후 1977년부터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 열리기 시작하며 명칭도 ‘국제 현대미술 전시회(Foire Internationale d’Art Contemporain)’로 변경, 앞글자를 딴 오늘날의 ‘피악’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그랑 팔레뿐만 아니라 튈르리 공원(Jardin des Tuileries), 방돔 광장(Place Vendôme), 들라크루아 미술관(Musée national Eugène Delacroix) 등 시내 곳곳에서 진행되며 파리를 떠들썩하게 만든다.
 
피악은 매년 10월에 꾸준히 열리면서 화랑들과 컬렉터,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미술 시장으로서뿐 아니라 국제적인 문화 사교의 장으로서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1980년대 들어서며 사진 등 새로운 장르를 도입하며 유럽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했으나, 이후 1990년대 들어 고루한 작품을 내걸거나 자국 갤러리를 위주로 선정하는 등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해 쇠락하는 듯했다. 여기에 1993년 그랑 팔레가 내부 리노베이션을 위해 문을 닫게 돼 파리 외곽인 에스파스 에펠 브랑리(Espace Eiffel Branly), 1999년에는 포르트 드 베르사유(Porte de Versailles) 등으로 장소를 옮겨 열리면서 침체는 가속화됐다. 
 
애초에 현대미술을 부흥하기 위해 설립된 취지와는 무색하게 긴 암흑기에 빠진 피악은 드라마틱한 반등을 꿈꾸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인 이벤트 대행사 리드 엑스포지션 프랑스(Reed Expositions France)가 행사 운영을 맡게 됐고, 2004년에는 기존 조직위원회를 해산하기에 이른다.
 
ⓒFiac
 
이때 새로운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제니퍼 플레이(Jennifer Flay) 감독이 피악의 재기를 성공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젊은 화랑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위원회를 신규 설립하고 예술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야간 전시 등을 기획하는 등 피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특히 2006년 다시 파리의 심장부 그랑 팔레로 재입성하고 루브르 궁 안뜰(la Cour carrée du Louvre)으로까지 확장 개최되면서 다시 이전의 명성을 회복하며 현대미술 아트페어로서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피악 또한 타 아트페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행사를 취소해야만 했지만 대신 지난 3월에는 ‘피악 온라인 뷰잉룸(FIAC Online Viewing Rooms)’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며 다가오는 10월 21일에는 오프라인 행사 개최를 앞두고 있다. 특히 올해 행사는 파리 마르스 광장 내 그랑 팔레 에페메르(Grand Palais Éphémère)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그간 그랑 팔레에서 열렸던 행사와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Frieze
 
◆강력한 다크호스 ‘프리즈’
 
2003년 런던에서 창설돼 아트바젤이나 피악에 비해 비교적 짧은 연륜을 지닌 ‘프리즈(Frieze)’는 후발주자이지만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강력한 다크호스다. 20살도 채 되지 않은 이 아트페어는 무서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해 런던 미술계는 물론 글로벌 아트마켓의 주요 지표로 자리매김했다. 독특한 탄생 배경도 눈길을 끈다. 미술전문지 ‘프리즈(Frieze)’의 발행인 어맨더 샤프(Amanda Sharpe)와 매튜 슬로토버(Matthew Slotover)가 기획한 행사로, 즉 미디어를 뿌리에 둔 아트페어라는 점이다. 
 
ⓒFrieze
 
영국 메이저 갤러리들이 주축을 이뤄 상업성과 예술성 모두 잡은 아트페어로 평가받으며, 신진 작가 작품 구매에 열을 올리는 테이트(Tate) 기금 등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하고 있다. 런던을 베이스로 하며 미국에도 진출, 뉴욕과 로스엔젤리스에서도 열린다. 특히 내년 9월부터는 서울에서도 열리게 돼 국내 미술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최초로 내년부터 5년간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란 명칭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프리즈 서울에는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즈워너, 메리앤굿맨, 리만머핀, 레비고비, 빅토리아미로, 페이스, 페로틴, 타데우스로팍 등 세계적인 메가 갤러리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THE REVIEW(더리뷰)’는 10월 7일부터 17일까지 11일간 조선일보미술관과 노블레스컬렉션에서 동시 개최된다. 해당 포스터는 참여 작가인 이해강이 제작했다./아트조선
 
◆미디어 연합형 아트쇼 ‘더리뷰’ 10월 개막
 
미디어사에서 창설한 ‘프리즈’가 런던에 있다면, 한국에는 ‘더리뷰(THE REVIEW)’가 있다. 내년 ‘프리즈 서울’의 첫 개최에 앞서 프리즈와 같이 미디어에 뿌리를 두고 출범한 ‘더리뷰’는 조선미디어 아트 전문 매체 ‘ART CHOSUN(아트조선)’과 ‘TV CHOSUN’,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노블레스’, 아트 전문 매거진 ‘아트나우’가 공동 주최하는 국내 최초 미디어 연합형 아트쇼다.
 
정그림, MONO SERIES, 50cmx200cmx45cm, silicon, steel, acryilc, 2021 /아트조선
 
더리뷰는 지난 2년간 ‘아트조선’과 ‘노블레스’에서 기사(글), 전시 등으로 ‘리뷰’되고 소개된 바 있는 작가 19인의 예술세계를 작품으로써 ‘리뷰’하고 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으며, 미디어가 작품과 작가를 검증, 엄선해 전시형태로 소개하고 기존의 마켓형 아트쇼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선하고 참신한 아트마켓을 표방하고자 창설됐다.
 
김재용, Donut Reflect Yourself 3, 92x92x10.5cm(framed), porcelain, chrome plating, 2021 /아트조선
 
갤러리 중심의 기성 아트쇼와는 차별화해 작가에 초점을 맞춘 아트쇼로서, 출품작 한 점 한 점 작가들과 직접적인 소통과 의논을 통해 선별됐음은 물론, 전시장의 작품 배치까지도 작가와 상의해 결정됐다. 즉, 단순한 시각적인 경험을 넘어 아트 전문 미디어가 엄선한 국내 신인·중견 작가 19인의 작품에 응축된 그들의 예술혼을 감각할 수 있는 자리가 다가오는 10월 드디어 열리게 된 것이다.
 
정희승, Reflecto, 208x156cm, archival pigment print, 2016 /아트조선
 
참여 작가는 강강훈, 고산금, 금민정, 김근태, 김재용, 김지아나, 민병헌, 백현진, 샌정, 우국원, 이경미, 이진우, 이해강, 정그림, 정수영, 정희승, 지근욱, 진마이어슨, 채지민 등 총 19명으로 평면, 입체, 설치 등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이들의 대표작을 비롯한 미공개 신작 등 100여 점이 대거 공개된다.
 
백현진, 딱딱한 콸콸콸 A Hard Gush, 73x78.7cm, oil, pencil on paper, 2014~2016 /아트조선
 
특히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악마판사’, ‘모범택시’에서 활약을 보여준 배우 겸 아티스트 백현진, 최근 경매에서 시작가의 8배의 가격으로 낙찰돼 화제를 불러일으킨 우국원, 한국뿐만 아니라 홍콩, 일본, 프랑스 등지에서 차세대 단색화 화가로 주목받고 있는 김근태 등이 참여해 더리뷰를 향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행사는 10월 7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0월 17일까지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미술관과 청담동 노블레스컬렉션에서 동시 개최된다. 매일 휴무 없이 11:00~19:00 열린다. 입장료 8000원. (02)724-7831
 
◆입장권 예매: https://bit.ly/2XFRL3E
강강훈, Cotton, 194.0x130.3cm, oil on canvas, 2021 /아트조선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