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8.26 10:14
162회 서울옥션, 낙찰총액 203억, 낙찰률 86.3%
이우환 ‘동풍’ 31억원, 김환기 ‘붉은 점화’ 40억원 등

이우환의 거센 인기 바람이 또다시 불어 닥쳤다. 지난 24일 열린 ‘제162회 서울옥션 경매’에서 <동풍(East Winds)>(1984)이 31억원에 낙찰되며, 불과 두 달 전 기록했던 국내 생존 작가 중 최고 경매가(22억원)를 스스로 갈아치운 셈이다. 이로써 이우환은 국내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낙찰가 30억원을 넘긴 작가가 됐다.
자유롭고 탈규칙적인 화면의 이번 낙찰작은 이우환의 이전 작업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등에서 나타났던 수직적이고 일률적인 형태가 아닌, 운율을 따라 춤추는 필선이 흡사 불어오는 바람을 연상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붓질이 뭉개지거나 해체되는 양상에서 내적 혼란이 느껴지는데, 이러한 감정의 고조가 드러나는 표현적 화면과 아울러 붓터치의 대조적인 농담 차이가 역동적으로 다가온다. 생동감과 생명력을 지닌 필선들은 마치 화면은 밖으로 뛰쳐나올 것 같은 오라를 자아내며, 이우환의 대표 시리즈이자 가장 인기 많은 연작으로 꼽힌다.

한편, 이번 경매에서는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시작가를 크게 웃도는 낙찰가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배우 조윤희 등이 소장자로 알려진 우국원의 <Tah-Dah>(2018)가 3000만원에 시작해 치열한 경합 끝에 1억200만원에 낙찰됐다. 흘려 쓴 것 같은 문구와 사람, 동물 형상을 즉흥적인 붓 터치와 강렬한 색채로 버무린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다채로운 색감, 인물과 공간을 천진난만하고 단순하게 표현하는 작업 방식으로 잘 알려진 문형태의 <Diamond>(2018)가 450만원에 시작해 4000만원에 낙찰됐다.

최고가의 주인공은 김환기였다. ‘붉은 점화’로 불리는 <1-Ⅶ-71 #207>(1971)은 시작가 그대로 40억원에 낙찰됐다. 김환기가 말년에 제작한 전면 붉은색의 점화로, 작가 특유의 푸른색 계통으로 완성된 것에 비해 그 수가 매우 적어 희소성이 높다.

이번 경매는 낙찰 총액 203억원, 낙찰률 86.3%를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경매 총액 203억원은 경매 시작가 총액 173억원을 크게 웃도는 액수로, 출품작 대부분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며 새 주인을 찾아갔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이우환, 김환기는 물론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두고 벌어진 경합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이러한 현상은 영 컬렉터 등의 유입으로 컬렉터층이 더욱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며 국내 미술 시장의 저변 확대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