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없었으면 지금도 없었다… ‘un-less’展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1.07.20 16:20

맹나현·전민지·정해선 3인 공동 기획
무진형제·전하영·최하늘·후니다킴 작가 4인 신작 선봬

/두산갤러리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모자란 상태, 즉 결여된 상태를 돌이켜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전시가 있다. 두산갤러리는 신진기획자 양성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기획전 ‘un-less’를 8월 1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의 10회 참가자 맹나현, 전민지, 정해선의 공동 기획으로 마련됐다.
 
무진형제, 그라운드 제로, 2021, 단채널 비디오(16:9),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7분, 한영 자막 /두산갤러리
 
인간은 오래전부터 예기치 못한 재난에 봉착할 때마다 기존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해 왔다. 전례 없는 전염병으로 재난과의 거리가 그 어느 때보다 좁혀진 지금, 우리는 이전과 달리 무언가 결여되거나 결핍된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역사의 변곡점에서 기획자 3인은 ‘인류에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결여와 결핍의 경험이 없었다면, 새로운 관점이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 전제, 질문을 던진다. 무진형제, 전하영, 최하늘, 후니다킴 등 작가 4인(팀)의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대안적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결여된 상황 그 자체를 직시하고 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공백 상태로 남아 있는 그 ‘이후’의 세계를 상상해보기 위함이다.
 
전하영, M으로의 내적 여행, 2021, 단채널 비디오(16:9), 컬러, 사운드, 단편소설 '21년 5월 1일, 스프링클러 씨에게'에서 텍스트 발췌 /두산갤러리
 
참여 작가 4인(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신작 4점을 선보인다. 무진형제는 팬데믹이라는 세계사적 전환기를 맞이한 지금, 재난에 처한 동시대 인간에 대해 고찰을 담은 <그라운드 제로>(2021)를 내걸었다. 재난 상황에서 나타난 환경의 변화를 통해 인류가 잃어버린 것, 더 나아가 인류에게 결핍되어 있는 것에 대해 질문한다. 문장들이 조각난 채로 전시장을 배회하고 있는 전하영의 <M으로의 내적 여행>(2021)은 작가의 단편 소설의 일부로서, 23년 동안 잠들어있던 주인공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미술관 안과 밖을 떠도는 이야기를 다룬다. 
 
최하늘, 관망하는 용, 2021, 에코보드, 210x80x200cm /두산갤러리
 
최하늘은 작가들이 창작 과정에서 경험하는 특정한 제약과 결여 조건을 조각 작품 <우리 가족>(2021)으로 가시화한다. 그는 조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물질과 대지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치밀한 드로잉 과정을 과감히 생략했다. 또한, 후니다킴은 작가의 현재 위치와 전시 공간과의 거리를 실시간 GPS로 측정하는 작업 <ATTUNE>(2021)을 발표한다. 작가와 작품 사이의 거리에 따라 소리의 변화를 유발함으로써 미완과 결여의 개념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후니다킴, 어튠, 2021, 레진, 황동, 3D 프린팅, 스피커, GPS, 컴퓨터, 가변설치 /두산갤러리
 
한편,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은 한국 현대미술계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신진 큐레이터를 발굴,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매년 3명의 큐레이터를 선정해 1년간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 강의∙세미나∙워크샵 등을 통해 현대미술의 이론과 현장을 깊이 있게 다룬다. 교육기간 이후, 두산갤러리에서 3명이 공동으로 전시를 기획해봄으로써 1년간의 연구를 구체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큐레이팅 기회를 갖게 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