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볼까… 다감각적 전시 ‘비욘더로드’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1.07.16 18:13

오감으로 즐기는 실감 몰입형 전시
“런던 사치 갤러리서 열려 큰 호평 받은 그 전시”
11월 28일까지 여의도 더현대 서울

‘비욘더로드(BEYOND THE ROAD)’ 전시 전경 /비욘더로드
 
“사운드와 시각을 섞어 만든 칵테일에 취하다.”(Creative Review)
 
2019년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전시돼 큰 호평을 받았던 이머시브 전시 ‘비욘더로드(BEYOND THE ROAD)’가 오는 23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ALT1갤러리에서 개막한다. 
 
‘비욘더로드’는 일렉트로닉 밴드 ‘엉클(UNKLE)’의 멤버인 제임스 라벨(James Lavelle)의 음악을 매개로 삼아, 음악, 비주얼 아트, 테크놀로지, 영화를 시각, 청각뿐만 아니라 후각, 촉각 등 오감으로 새롭게 상상하고 재구성한 다감각적이고도 입체적인 전시다. 사운드를 따라 엉클 앨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을 통해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전방위 설치 예술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특히 영화감독 대니 보일(Danny Boyle), 알폰소 쿠아론(Alfonso Cuarón), 향수 디자이너 아지 글래서(Azzi Glasser) 등 영화, 디자인, 설치, 사진, 조명, 사운드 등 다채로운 크리에이티브 분야의 글로벌 아티스트가 참여해, 음악을 새로운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비욘더로드(BEYOND THE ROAD)’ 전시 전경 /비욘더로드
 
제임스 라벨은 지난 30년간 글로벌 클럽 문화의 선두주자로서 ‘엉클’은 물론, 트립합(Trip-hop)이란 장르를 개척한 레이블 ‘모왁스(Mo’Wax)‘의 수장이자 영향력 있는 음악 큐레이터로 잘 알려져 있다. 
 
2014년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요코 오노(Yoko Ono),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 닉 케이브(Nick Cave), 존 필(John Peel) 등과 함께 런던 사우스뱅크의 상징인 멜트다운(Meltdown) 페스티벌의 큐레이터로 초청받았다.
 
2016년에는 런던 서머셋 하우스에서 ‘스탠리 큐브릭과 데이드리밍(Daydreaming with Stanley Kubrick)’이라는 대형 전시를 큐레이션했으며, 이 전시에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사라 루카스(Sarah Lucas), 개빈 터크(Gavin Turk), 토마스 방갈테르(Thomas Bangalter)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작품을 기부해 화제가 됐었다.
 
‘비욘더로드(BEYOND THE ROAD)’ 전시 전경 /비욘더로드
 
이번 전시는 뉴욕 필수 관광코스로 꼽히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세계 최대 이머시브 공연 ‘슬립노모어(Sleep No More)’의 핵심 크리에이티브 멤버인 ‘라이트/레프트 프로젝트(Right/Left Projects)’의 콜린 나이팅게일(Colin Nightingale)과 스테판 도비(Stephen Dobbie)가 기획했다.
 
‘라이트/레프트 프로젝트’는 사운드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테판 도비와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콜린 나이팅게일로 이뤄진 창작 그룹이다. 몰입형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기존의 틀을 깨는 방식의 아트, 음악과 교감하는 작품을 작업해왔다.
 
뮤지션 제임스 라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콜린 나이팅게일, 스테판 도비로부터 멀티센서리 전시 ‘비욘더로드’가 완성되기까지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그들과의 일문일답. 
 
제임스 라벨 /비욘더로드
 
─‘비욘더로드’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제임스 라벨(이하 J):  ‘로드 파트 1’을 작업 중에 콜린과 스티븐을 처음 만났다. 당시 그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음악을 찾고 있었다. 나 역시 그들이 펀치드렁크에서 선보인 작품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특히 우리가 서로 비슷한 예술관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그들의 작업과 실험에 더욱 마음이 갔다. 그렇게 시작돼 ‘비욘더로드’를 기획하게 됐다.
 
‘비욘더로드(BEYOND THE ROAD)’ 전시 전경 /비욘더로드
 
콜린 나이팅게일(이하 C): 스티븐과 펀치드렁크에서 수년간 함께 일하며 우리 둘 다 DJ 문화를 경험했고 늘 음악을 재해석할 흥미로운 방법을 찾고 있었다.. 2017년 어떤 곡을 해체하고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실험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제임스에게 연락해서 그의 음악으로 실험해도 되는지 물어봤다. 우리 얘기를 듣고 제임스는 굉장히 고무됐었던 기억이다. 그렇게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음악앨범 속으로 여행하는 멀티센서리 체험을 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스테판 도비(이하 S): 그렇다. 당시 우리 모두 음악을 경험하는 방법을 새롭게 상상해내는 것에 목말라 있었다. 한 곡의 음악을 해체해 3차원의 공간에 재구성한다면, 음악을 듣는 경험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이다.
 
스테판 도비 /비욘더로드
 
─‘비욘더로드’가 탄생하기까지의 영감은 어디에서 받았나.
 
J: 나는 언제나 다채로운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영감을 받아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콜린과 스티븐과 함께 앨범이라는 형식을 깨고, 음악과 아트의 전형적 관계를 벗어나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하나의 독특한 공간 안에 수많은 창작 요소가 한데 모여 있어서 관객이 같은 라이브 공연을 서로 다르게 경험하거나 각기 다른 방법으로 교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의 체험형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사운드부터 시각 예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작품 속에 들어가 꿈이 현실이 되는, 음악 앨범이 살아 움직이도록 모든 요소들을 동원하고자 했다.
 
콜린 나이팅게일 /비욘더로드
 
C: 이 프로젝트의 영감은 엉클의 음악, 훌륭한 참여 아티스트들 그 자체다. 궁극적으로는 대중을 위해 음악을 새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나의 바람, 또한 디지털 시대에 일회용 예술품으로 전락한 음악을 새롭게 표현하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
 
S: 엉클의 음악과 예술 세계로부터 받아 이번 전시를 만들었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아티스트, 디자이너, 뮤지션, 영화감독, 친구로부터 영감을 얻곤 한다. 클럽에서 춤을 추거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다든지, 요리하고, 책 읽고, 심지어 오후에 나가는 산책에서조차 많은 영감을 받는다. 
 
‘비욘더로드(BEYOND THE ROAD)’ 전시 전경 /비욘더로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J: 향후 몇 달간은 새로운 음악을 계속 낼 예정이다. 또 다가오는 연말에는 라이브 공연을 다시 하게 되길 고대한다. 어려운 시기가 지나고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되고 음악과 아트 사이에 창의적인 시도를 하고, 세상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가운데 더 성숙한 인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C: 팬데믹이 끝나고 아내와 함께 여행할 수 있길 바란다. 물론, ‘비욘더로드’를 더 많은 관객에게 소개하기 위해 힘쓸 것이다.
 
‘비욘더로드(BEYOND THE ROAD)’ 전시 전경 /비욘더로드
 
S: 다양한 여러 사람들과 연구하고 교감할 수 있는 세상이 다시 오길 기다린다. ‘비욘더로드’를 서울에서 여는 것 자체가 그런 세상에 한 발짝 가까워졌다는 느낌이다. 또한, 라이트/레프트 프로젝트를 통해 아트, 음악, 기술과 교감하는 데 있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써 전통적인 방법에 도전하고 흥미로운 사람과 작업하고 싶다.
 
/비욘더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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