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7.13 16:55
개인전 ‘분위기(Ambience)’, 17일까지 갤러리나인

꼬리 혹은 선(線)을 길게 늘어뜨린 비정형적 형상은 마치 종이에 끄적인 드로잉이 3차원 공간에 튀어나온 듯하다. 정그림은 입체와 평면의 경계에서 유기적인 선의 형태를 탐구한다. 그의 대표작 <Mono Series>는 일반적인 가구 모양을 벗어나 끊김 없는 하나의 선으로 이뤄진 독특하고도 낯선 형태를 지닌다.

건축자재 혹은 기계의 부속품인 튜브의 말랑한 질감과 긴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정그림의 작품은 생명 없는 사물이지만 그가 갖는 유기적인 곡선 덕분에 동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부품에 지나지 않은 공업 재료를 주요 소재로 끌어들여 부재료를 주재료로 탈바꿈함으로써 미학과 목적의 경계를 허문다. 기존 사물이 갖는 전형적 형태에서 벗어나 관객의 감각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상호적 오브제는 인식과 의도의 경계 또한 모호하게 한다.
작품의 선 끝자락은 유연한 소재로 제작돼 사용자 마음대로 모양을 잡을 수 있어 가구를 사용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작품을 경험하고 상상을 펼칠 수도 있다. 다채로운 상상력을 기반으로 탄생한 만큼 의자, 조명, 스툴, 테이블 등 모양과 쓰임새도 다양해 아트컬렉터의 소장욕구를 자극한다.


정그림 개인전 ‘분위기(Ambience)’가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구기동 갤러리나인에서 열린다. 스툴, 거울, 테이블, 조명 등 그의 신작 25점이 전시장에 내걸렸다. 기존 <Mono Series>에서 파생된 금속 소재의 아트퍼니처 연작인 <Flow Series>와 거울 평면 작업인 <Piece of Reflection Series> 등을 볼 수 있다.

그간 작가는 오브제와 아트퍼니처의 경계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프랑스 랭스 고등미술 예술학교에서 공간/오브제 학과를 2017년 졸업하고 2018년 베를린 펑셔널 아트 갤러리에서 생애 첫 전시를 가지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해외 아트페어와 디자인 페스티벌 등을 통해 국외 미술시장에서 먼저 뜨거운 반응을 얻은 케이스다.
최근에는 럭셔리 패션브랜드 ‘보테가 베네타’와 협업한 컬래버레이션 작품이 디지털매거진 ‘이슈드 바이 보테가(Issued by Bottega)’에 데이비드 라샤펠, 나오미 캠벨, 트레비스 스캇 등 유명 작가와 셀럽과 함께 소개돼 화제가 됐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