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자 대환영… ‘그룹에고, 진실과 탐구’展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1.07.09 18:03

낯설고 발칙한 세계로의 초대
18일까지 탈영역우정국

‘그룹에고, 진실과 탐구’ 전시 전경 /스튜디오-AA
 
“한정수씨는 하루에도 여섯 번 넘게 성관계를 맺는 걸 즐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작스레 몸의 변화를 감지하게 되는데 바로 성욕은 있으나 몸이 반응하지 않는 것.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뾰족한 수를 발견하지는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강물에 지속적으로 오폐수를 무단 방류하던 한 기업의 뉴스를 접하고 마지막 심정으로 한강의 수질을 관리하는 기관에 찾아가 문의를 해보고자 결심한다. 그곳에서 현재 본인이 겪고 있는 발기부전 진료를 해주던 비뇨기과 의사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뒤를 쫓기 시작한다. 그 결과 조직적으로 인구조절을 위해 한강물에 미량의 화학물질을 오래전부터 방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길거리에서 지속적으로 수돗물의 위험성에 대해 외치고 있다.”
 
‘그룹에고, 진실과 탐구’ 전시 전경 /스튜디오-AA
 
어디부터 거짓이고 어디까지 진실일까. 작가가 던진 질문에 관객이 탐구, 답안을 제시하는 전시 ‘그룹에고, 진실과 탐구’가 18일까지 서울 마포구 창전동 탈영역우정국에서 열린다. 스튜디오-AA(Studio-AA)가 기획하고 작가로 참여한 이번 전시는 낯설고 흥미로운 형태의 복합전으로, 모호한 진실에 대한 답일 수도, 답이 아닐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한 개인의 대안을 탐구하고자 한다. 다소 생경하게 들리지만, 어두운 전시 공간 안에 들어서는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악에 이끌려 묘한 세계로 금세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전시장 곳곳에 여러 매체로 분한 아리송하기도 심오하기도 한 질문들이 만연해있다. 1층 세 개의 스크린에는 각기 다른 낯선 사람들의 인터뷰가 재생되는데, 위에서 언급된 발기부전으로 고생 중이라는 한 씨도 스크린 한 개를 차지하고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열렬히 토로하고 있다. 스크린과 스크린 사이에는 각 인터뷰의 테마를 부연하거나 스크린 속 인물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될 수도 있는 ‘무언가’가 회화, 조각, 사진 등의 다채로운 형태로 전시돼 있다. 
 
‘그룹에고, 진실과 탐구’ 전시 전경 /스튜디오-AA
 
있을 법한 혹은 실제로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 세 가지를 모티브로 음악, 조각, 회화, 사진, 문학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계관을 확장한 전시이다. 그러나 단순히 예술적 세계관의 확장을 넘어, 진실인지 음모인지, 그저 헛소리일 뿐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에 대해 관객은 주체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스튜디오-AA가 직접 촬영하는 영상 인터뷰에 응하거나, 전시장에 마련된 설문지를 작성하면 된다. 관객 각자의 생각을 아카이빙해, 집단 지성을 모음으로써 전시가 완성되는 셈이다.
 
특히 통계 전문가가 관객들의 코멘트와 설문지에서 키워드를 수집, 분석하고 이를 수치화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달 17일 청와대 온라인 게시판에 국민청원을 올릴 예정이다. 어떤 내용으로 청원을 할 것인지는 미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전적으로 관객의 의견에 달려 있기 때문. 
 
‘그룹에고, 진실과 탐구’ 전시 전경 /스튜디오-AA
 
김봉석 문화평론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고, 하나의 그림으로 보여줄 수 없는 저 너머의 진실에 다가가려 한다”라고 말했으며, 전시를 기획한 스튜디오-AA의 윤성준 씨는 “경계의 아찔함을 즐기는 분, 음모론에 흥미를 느끼는 분 아니면 여름 더위에 지친 모든 분을 환영한다”라고 전했다.
 
‘그룹에고, 진실과 탐구’ 전시 전경 /스튜디오-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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