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7.02 18:03
7월 16일까지 갤러리조은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병출은 내가 아닌 다른 객관적인 대상을 해석하는 방식으로, 나와 대상의 관계, 그리고 대상들끼리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내가 당신을 바라보다’ 또는 ‘무엇을 바라보다’란 뜻에는 단순히 존재를 인식하는 것을 넘어 당신을 ‘알고 있다’ ‘알아간다’란 의미까지 포괄한다.
우병출의 도시풍경은 흑백으로 이뤄지지만 도시의 삭막함보다는 서정적이고 따뜻함이 느껴진다. 캔버스에 빽빽하게 들어선 하늘, 바다, 산, 도시, 강과 같은 실제 풍경이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되어 새롭게 다가온다. 세 가닥의 세필 붓으로 오간 화폭은 때로는 도시를 내려다보고 산을 올려다보는 방식으로 누구나 한번쯤 바라본 풍경으로 채워졌다. 인간의 한계를 넘은 듯한 그림에서는 작가의 깊은 고민과 시간의 흔적을 보여준다.
유화이면서도 수묵화의 느낌이 나는 그의 작업은 상상화도 아니고 사진처럼 아주 사실적인 것만도 아니다.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묘한 분위기의 풍경은 한동안 여행과 떨어진 삶을 살았던 현대인에게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우병출 개인전 ‘ONE DAY’가 16일까지 갤러리조은에서 열린다. 소품과 대작 등 다채로운 <Seeing> 연작 20여 점을 공개한다. 그간 작가가 꾸준히 작업해온 산수와 도시의 섬세하고 깊이 있는 터치를 볼 수 있다.
전시장 메인에 설치된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뢰머 광장과 대성당을 담은 작품을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작품 안에는 전통적인 목조 건물과 현대적인 고층 빌딩이 한데 어우러져있으며, 왼편에 위치한 푸른 라인강은 그 유유자적함이 마치 서울의 한강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노톤의 화면에서 조금씩 보이는 신록의 나무들은 작품 속에 생동감을 더한다.

고흐가 거닐었을 듯한 프랑스 파리의 마레지구를 담은 30호 작품에서는 루브르 박물관 근처의 카페 ‘아뜰리에 드 펠리칸(L'Atelier du pelican’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노란 테이블 위의 귀여운 펠리컨 간판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한다.
한편, 우병출은 목원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국내외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중견 작가로, 누구의 아이디어도 기술도 아닌 자신이 가슴 뛰는 소재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왔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은 서인애 갤러리조은 큐레이터는 “최근 들어 여행과 멀어진 현대인들을 다시 신선하고 낯선 풍경으로 인도하는 전시장으로 초대한다”고 전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