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6.07 17:42
다른 두 장소 이미지 조합해 만든 이상(理想)
임창민 ‘앳 더 모먼트’

임창민의 작업은 사진 이미지와 영상으로 구성된다.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서 작가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 매체와 수많은 순간들의 연속인 영상 매체의 이질적인 조합은 임창민 작업의 가장 큰 특색이다.
그의 작품에서 사진과 영상 각각의 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작가가 임의로 조합한 각기 다른 두 공간이다. 예를 들면, 상해의 건물 내부에 있는 창문에 대관령의 눈 내리는 풍경 영상을 결합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서로 전혀 다른 두 공간을 한 곳에 모아 이상적인 풍경을 관람자에게 보여준다. 이상적인 풍경은 일종의 환영으로서,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누구나 꿈꾸는 자기 자신만의 공간을 작품을 통해 제공하여 관람자의 정서적 만족감을 충족시켜 준다.

임창민 개인전 ‘앳 더 모먼트(At the Moment)’가 7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열린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 매체를 한 작업에서 동시에 보여줌으로서 임창민의 작업은 고유의 시공간을 갖게 된다. 바쁜 도시에서의 시간에 지친 관람자들은 작품을 통해 고요하게 흐르는 시간을 마주하고, 작가가 창조한 이상적인 풍경 안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이번 출품작 <Into a Time Frame>은 마치 멈춰있는 듯한 영상 속 풍경에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잎, 해변가에 잔잔히 치는 파도들은 무심코 지나칠 법한 미묘하고 작은 움직임들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각하지 못하는 시간의 흐름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장면인 것이며, 작가는 이를 통해 끝없이 흐르고 있는 시간의 본질에 대해 다룬다.

그의 작품 앞에서 관람객은 자신이 경험한 과거의 어떤 의미 있는 시간을 떠올릴 수 있고, 작품 앞에 선 현재에서 얻은 에너지를 토대로 미래로 다시 나아갈 수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예술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임창민의 작업은 당연한 듯 흘러가는 우리 일상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듯하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