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같은 전시… 마이클 케나·김승영 ‘Reflections’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1.05.12 18:34

23일까지 삼청동 공근혜갤러리

마이클 케나·김승영 2인전 ‘Reflections’ 전경 /공근혜갤러리
 
코로나19의 종식을 기원하며 동시에 석가탄신일에 맞춰 다가올 새 시대를 현명하게 준비해보자는 뜻에서 공근혜갤러리는 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와 한국 설치 작가 김승영이 함께 꾸민 특별전 ‘Reflections’을 열고 있다.
 
마이클 케나, Buddha Offering-Lantau Island, Hong Kong, 2006 ⓒ마이클 케나 /공근혜갤러리
 
한국을 선두로 첫선을 보이는 케나의 신작들은 1987년부터 2019년까지 30여 년간 일본, 한국, 라오스, 베트남,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전역에서 촬영한 다양한 불상 사진들이다. 어린 시절, 가톨릭 성직자를 꿈꾸며 종교에 내재된 신비로운 의식을 탐구하고자 했던 케나는 예술가가 돼서도 늘 미련을 져버리지 못했다고 한다.
 
전시를 위해 1987년 도쿄를 방문했던 작가는 처음으로 불교사찰을 경험한 이후부터 불교의 기원에 대해 공부하며 불상 사진을 계속 찍어왔다. 이렇듯 지난 30년 동안 촬영해온 결실을 지난해 4월 프랑스 파리 기메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전시할 예정이었으나 팬데믹으로 올해 10월로 연기되면서 이번 공근혜갤러리에서의 전시는 그의 불상 사진을 먼저 감상할 수 있는 더욱 귀한 기회가 됐다.
 
작가는 부처와 얼굴을 마주하며 떠오르는 평온, 침착, 보호, 수용, 친절, 존경, 호기심 그리고 깨달음 등의 감정을 화면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불상 사진과 더불어 그의 시그니처인 풍경 사진들도 함께 내걸렸다. 
 
마이클 케나·김승영 2인전 ‘Reflections’ 전경 /공근혜갤러리
 
케나의 사진 작품들과 어우러져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눈에 살며시 손을 얹은 반가사유상 조각이 놓여있는데, 김승영의 <슬픔>이란 설치작품으로 인간의 내면에 다양한 감정이 숨겨져 있음을 암시한다. 실망, 비애, 포용, 감사, 사랑, 기쁨 등의 단어가 파랗게 이끼가 낀 벽돌 한 장 한 장에 적혀있음을 볼 수 있다.
 
전시장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눈에 들어오는 우물 모양의 둥근 원형 조각 <마음>은 물이 잔잔하게 소용돌이치며 관객의 시선을 수면 한 가운데로 몰입시킨다. 물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차분히 생각에 잠기게 하는 작품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이기도 하다.
 
다른 한 편에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으로 흑색 대리석과 백색 대리석을 깎아 만든 쌍둥이 조각 <두 개의 물방울>이 놓여 있다. 선과 악, 생과 죽음, 사랑과 미움과 같이 서로 자로 재듯이 나눌 수 없는 개념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백색 물방울에 시점을 맞추면 흑색 물방울이 흐릿해지고 반대로 흑색 물방울에 시점을 맞추면 백색 물방울이 흐릿해짐을 경험할 수 있는데, 모든 사물을 흑과 백으로 단정하려는 편협한 사고를 깨자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 전시는 23일까지.
 
마이클 케나, Lamp and Temple-Jonjaanji Jeju Island, 2012 ⓒ마이클 케나 /공근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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