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4.24 11:20 | 수정 : 2021.04.24 11:20
“미술은 주체적 삶 살게 하는 연료”
구겐하임 교류전 성사, 소장품가이드 영문판 출간 등
‘미술 한류(韓流)’ 프로젝트 가동
바야흐로 물이 들어왔다. 최근 미술시장은 MZ세대의 유입과 시장의 유동자금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미술시장이 인식되면서 대중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실제 최근 개최된 제10회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의 작품 판매 총액은 65억원에 달해 역대 최고 성과를 기록했으며, 옥션 시장도 뜨겁게 달궈지는 분위기다. 이런 훈풍이 일장춘몽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미술계가 직면한 과제와 미래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 이에 <아트조선>은 한국 미술계를 리드하는 분야별‘파워 피플’ 3인을 선정해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한다. 언제나 그랬듯 현장에 답이 있다. [편집자주]
국립현대미술관은 2019년 윤범모 관장 취임이래 ‘이웃집 같은 미술관’을 지향, 미술 문화 향유층의 저변을 확장하고자 이른바 ‘문턱 없는 미술관’을 구축하기 위해 힘썼다. 의도치 않게 코로나19는 실제 이러한 목표 실현을 더욱 앞당기는 역할을 했는데, 코로나19에 따른 정부 방침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연거푸 휴관했지만 대신 유튜브와 온라인 뮤지엄을 활용해 ‘랜선 전시장’을 차리며 말 그대로 손안에서 즐길 수 있는 미술관을 실현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9년 윤범모 관장 취임이래 ‘이웃집 같은 미술관’을 지향, 미술 문화 향유층의 저변을 확장하고자 이른바 ‘문턱 없는 미술관’을 구축하기 위해 힘썼다. 의도치 않게 코로나19는 실제 이러한 목표 실현을 더욱 앞당기는 역할을 했는데, 코로나19에 따른 정부 방침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연거푸 휴관했지만 대신 유튜브와 온라인 뮤지엄을 활용해 ‘랜선 전시장’을 차리며 말 그대로 손안에서 즐길 수 있는 미술관을 실현했다.
팬데믹이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탈바꿈해 국제 미술계에서의 위치와 정체성을 더욱 견고히 하는 발판으로 삼은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이 같은 대처는 세계 언론에서도 주목했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기사에서 10대 박물관·미술관을 꼽으며 미국 게티미술관, 이탈리아 바티칸박물관, 스페인 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 등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 가상 방문을 추천했으며, 영국 시사문화전문지 ‘모노클’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이 서구 미술관들에게 유익한 사례를 제공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근현대 서예전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전시를 공개했다. 개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디지털 공간에서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 현명하다”라며 치켜세웠다.
윤범모 관장은 “IT 강국의 면모와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은 전무한 시대 변화에도 재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디지털, 비대면 등 오늘날 급변한 삶의 모습과 시대상에 어떻게 적응하고 이를 미술로써 어떻게 보여주고자 하는지 윤 관장을 만나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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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취임 당시, 이웃집 같은 미술관, 한국 미술 강화 등을 내세웠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지난 2년을 자평한다면.
“지난 2년간 미술관을 일신하고 토대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오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지난 5년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를 분석하며 어떤 점이 빈약했고 소홀했는지부터 살펴봤다. 빠진 부분을 채우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전시의 균형감과 조화를 되살리는 데 집중하고 소외된 장르를 배려하고자 힘쓰고 있다. 소외 분야를 발굴해 육성하는 균형의 관점과 거장과 신인을 고루 배치하는 조화를 추구함으로써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지난해 실력 발휘 좀 해보나 싶었더니 코로나19가 급습했다. 전무한 난국에 애로사항이 많았지만 미술관의 존재에 관한 이유와 진로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타개하는 전환기를 보내고 있다. 끌탕 속에도 온라인 뮤지엄을 구축하고 유튜브 채널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자평하고 싶다. 이와 더불어 한국미술사의 균형 잡힌 정립을 위해 한국 미술 연구 사업과 한국 미술 콘텐츠 개발, 국제화 활성화도 추진 중에 있다.
나는 미술관을 ‘상상력 충전소’라고 부르곤 한다. 미술에는 경계선도 한계도 없지 않나. 미술관을 자주오면 상상력이 많아지고 그만큼 자기 삶을 역동적으로 이끌어 갈 힘을 얻을 것이란 믿음에 일단 자주 찾을 수 있는 문턱 없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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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전처럼 개관 이래 최초로 기획된 전시가 있는가 하면, 기존에 다뤄진 적 없는 소재로 전시를 기획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를테면 ‘개를 위한 전시’를 열어 화제가 됐었는데.
“지난해 서울관에서 열린 전시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은 타이틀에서도 드러나지만, 그야말로 모두를 위해 마련된 전시였다. 세금 내는 국민을 위한 전시도 힘든데 세금 한 푼 안 내는 개를 위한 전시라니, 발상의 전환이었다. 요즘 세 가구에 한 집이 반려동물과 함께한다고 하더라. 시대가 이러하니 미술관의 관행을 허물고 예술의 영역을 허무는 차원에서 개를 모시는 특이한 전시를 열었다.
말 나온 김에 한마디 하자면, 현재 우리나라 미술시장 한해 총액은 4000억원대인데, 그마저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에 반해 반려동물 사료시장 규모는 1조원이 훌쩍 넘는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면 개밥보다도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미술시장인 셈이다. 해당 전시를 준비하며 부끄러운 수치를 확인하니 갈 길이 멀다는 걸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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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팬데믹을 관통하고 있는 시대에 미술계 또한 전례 없는 격변을 겪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역시 거듭된 휴관으로 지난해 일부 전시는 유튜브를 통해 사전 개막하기도 했다. 위기인 동시에 기회인 이 새로운 시대에 국립현대미술관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지난해는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과 IT강국의 면모를 실감한 한해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연이은 휴관 탓에 미술관의 연출방식을 새롭게 탈바꿈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우리 직원들 모두 ‘일당백’이다. 대단한 실력파들과 능력자들이 모여 있었기에 전시를 만들어놓고도 이를 보여줄 수 없는 악순환 속에서도 발 빠른 대응이 가능했다.
특히 미술관 개관 이래 처음 준비한 서예 특별전 ‘미술관에 書’는 사상 최초 유튜브로 선개막해 현재까지 영상 누적뷰가 10만회를 넘었다. 모든 전시가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서예전은 어렵사리 마련한 전시였다. 미술관 개관 50년이 넘도록 본격적인 서예전 하나 없었던 터라, 비어있는 부분을 채우겠다고 야심 차게 준비했는데 코로나19로 휴관해야 하니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환경은 늘 변하기 마련이고 변화하는 와중에 새로운 환경에 재빨리 적응해야 하는 법이다. 해당 유튜브 영상은 전시를 기획한 학예사가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것으로, 특히 젊은 세대가 폭발적으로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예가 어렵고 고루하다고들 하는데, 대중화에 한 발자국 가까워진 셈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것을 절감했다.
또한 지난해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 디지털 뮤지엄을 구축해 현재 업로드된 프로그램이 400건이 넘는다. 집콕시대, 영상시대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 공금해 각 가정에서 온라인으로 전시 관람은 물론, 교육프로그램도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꾸려놨다. 이는 ‘포브스’와 ‘가디언’의 기사에서 10대 박물관·미술관을 꼽히며 국제무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한국 미술 국제화 사업의 일환으로,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LA카운티미술관 등과 협업한 해외 미술관 교류전이 이르면 올해부터 열린다. 평소 '한국 미술의 자존심'을 강조해왔다. 해외교류전 성사는 어떠한 의미인가.
“올해와 내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LA카운티미술관, 중국 중국미술관, 독일 칼스루헤 미디어아트센터(ZKM) 등 해외 주요 미술기관과 공동기획 교류전 개최를 확정했다. 내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는 ‘아방가르드: 1960~70년대 한국의 실험미술’전을 공동 기획해 이강소, 이건용, 이승택, 김구림, 성능경 등 대표 미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또한 내년 가을, LA카운티미술관에서 한국 근대미술을 주제로 한 기획전이 개최된다. 특히 지금까지 한국 근대미술을 주제로 한 전시는 일본에서는 개최된 바 있으나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 시기 한국 미술에 주목한 기획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1900년대부터 1960년대 한국 근대기 주요 작가의 대표작을 대거 선보일 계획이다. 유화, 한국화뿐만 아니라 당시 사진 자료를 통해 시대상을 소개함으로써 한국 역사와 미술의 역동성을 세계에 알리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류라는 단어가 국제사회에서 비중 있게 쓰이고 있는데, 대중문화 중심의 열광에서 나가아 순수미술도 한류에 본격적으로 동참할 수 있다고 믿는다. 미술품은 예술이면서 고가로 거래되는 상품이기도 하다. 이는 국격 제고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다. 아직은 미약할 수 있으나 누군가 먼저 나아가야 그를 따르는 동행도 생길 것이고 길도 다듬어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오솔길부터 시작해 큰 고속도로가 되는 날을 기다린다.”
─미술 한류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미술 한류를 실현할 방안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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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술관 교류전처럼 작품을 해외에 내보내 알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학술적인 토양을 다지는 것일 테다. 국제화 시대라고 하지만 지금껏 해외에 제공할 마땅한 영문자료가 없었는데, 취임 당시 언급한 토대 구축의 일환으로서 한국 근현대미술사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300’의 영문판 ‘MMCA Collection 300’을 최근 출판했다.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한국 미술의 대표작을 해외 연구자와 독자들에 소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의를 지닌다.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300인의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고 한국 미술이 국제적으로 더욱 알려지고 연구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910년에서 200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편집해 한국 근현대미술의 형성, 운동에 대한 기술뿐만 아니라, 한국미술의 현대적 상황과 동시대 미술의 쟁점을 살펴볼 수 있도록 꾸렸으며, 1910~1950년대 한국미술 용어 24개의 영문 해제를 부록으로 수록해 영문 표기와 설명이 부족했던 당시 용어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출판물 발간을 통해 미술관의 연구 성과가 선순환될 수 있도록 전시, 수집, 교육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한국 근현대미술을 학술적으로 재정립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한국 미술의 대표작을 해외 연구자와 독자들에 소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의를 지닌다.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300인의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고 한국 미술이 국제적으로 더욱 알려지고 연구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910년에서 200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편집해 한국 근현대미술의 형성, 운동에 대한 기술뿐만 아니라, 한국미술의 현대적 상황과 동시대 미술의 쟁점을 살펴볼 수 있도록 꾸렸으며, 1910~1950년대 한국미술 용어 24개의 영문 해제를 부록으로 수록해 영문 표기와 설명이 부족했던 당시 용어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출판물 발간을 통해 미술관의 연구 성과가 선순환될 수 있도록 전시, 수집, 교육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한국 근현대미술을 학술적으로 재정립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 세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나로 이어진 세상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은 비단 한국만의 미술관이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해외 미술관과 구별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차별성이 드러난 전시를 꼽는다면.
“현재 우리 모두 팬데믹이란 전지구적 상황을 통과하고 있다.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 것이며 이 시대에 미술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물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은 더불어 존재한다. 지구촌 시대에는 내가 고민하는 것은 옆 나라도 고민하고 있기 마련이다. 같이 더불어 가되 각자 개성은 살리는 화이부동의 정신이 필요한 때다. 이에 다가오는 5월 중순경 서울관에서 특별전 ‘재난과 치유’가 열린다. 미술가들은 현 재난을 어떻게 겪고 작품에 수용했나를 바라본다. 사회적, 미술사적으로 시의성 있는 주제와 화두를 동시대적 관점에서 다루는 주제기획전으로, 전 인류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와 관련해 팬데믹이 개인과 사회 삶 전체에 미친 영향과 이후 세계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내다볼 수 있다. 국내 작가와 해외 작가가 고루 함께하는 국제전 성격으로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인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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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사에서 현대미술을 논하기 전, 그에 앞서 근대미술사 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들 한다. 최근 몇 년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근대미술전들이 근대미술가들을 발굴하고 조명하는 데 일조를 했으며 실제로 관람객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데 있어 근대미술의 의의는 무엇인가.
“한국 미술의 얼굴을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자 함이다. 한국 미술의 자존심을 되살리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를 되돌아봐야 한다. 뿌리 없는 나무는 존재할 수 없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도 튼튼하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미래를 예측하는 거울인 셈이다. 역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야 미래가 튼실해지지 않겠냐는 뜻이다. 근대미술 특화관인 덕수궁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 근대미술은 어두운 역사를 지닌다. 그 질곡의 역사 속에서 미술가들이 어떻게 고민하고 이를 작업으로 펼쳐냈는지 오늘날의 관객이 보고 이를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나아가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김환기의 작품이 해외 경매에서 132억원에 낙찰된 게 2년 전이다. 여전히 국립현대미술관의 작품 구입 예산은 대중의 기대와는 온도 차가 큰 것이 현실이다. 작품 구매 예산액에 대한 의견은.
“미술관의 힘은 소장품으로 대변되는 법인데, 소장품 수준이 약하면 미술관 수준도 약한 것 아닌가 싶다. 현실적으로 예산이 먼저 뒷받침이 돼야 하는데 정작 그 액수는 매해 줄고 있는 실정이다. 미술시장에서 작품가는 날로 치솟고 예산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니 좋은 작품 입수하기가 녹록지 않다. 실제로 작품 구매 1년 예산을 모두 쏟는다 한들 제대로 된 김환기 작품 하나 구입하기 어려우니 갑갑할 따름이다.
그러나 앉아서 예산 타령만 하고 있을 순 없으니 요즘 작가들과 소장가들에게 작품 좀 기증해달라고 요구 아닌 요구를 하고 있다. 현재 미술관 소장품이 8500점 정도인데, 1만점을 채우려니 예산만으로는 보통 세월이 걸리지 않을 듯해 직접 발품을 팔고 있다. 덕분에 새로운 별명을 하나 얻었다. 주변에서 요즘 나를 ‘기증 관장’이라고 부르더라. 예산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 아니겠나.”
─최근 미술계 안팎으로 미술품 물납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작품 구입 예산액 등 현실적인 문제를 타개하고 작품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물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데에 어떤 의견인가.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물납제 도입은 적극 찬성이다. 국민적 여론도 그렇고 제정될 거라 내다본다. 문화강국으로 가는 데 좋은 역할을 할 거라 기대한다.”
─미술이란 무엇인가.
“학생 때는 미술은 밥이 아니라 포도주라고 생각했다. 밥은 필수라면 포도주는 필수는 아니어도 분위기를 돋우는 근사한 역할을 하잖나.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보니 미술이 단순히 분위기를 돋우는 용도라면 그것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더라. 이제는 미술은 밥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밥도 아니고 밥 중에서도 제일가는 밥이다. 그래야만 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