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3.16 17:36
새롭게 시도한 설치 포함 10여 점 선봬
4월 30일까지 솔루나파인아트

홍콩 성완에 위치한 솔루나파인아트(Soluna Fine Art)는 김근태 개인전 ‘KOAN(公案·공안)’을 4월 30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돌가루 연작 10여 점과 새롭게 시도한 설치 작품을 비롯해 세상을 수평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동양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으로 풀어낸 그의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김근태의 작업은 재료의 물성과 기원에 대한 진정한 정의를 탐색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의 물성을 져버리지 않고 살리고자 하며, 질료 고유의 속성을 존중하는 데 뜻을 두고 평생의 화업을 이어왔다.
작가는 돌의 속성을 재현하기 위해 유화물감에 석분(石粉)을 접착제와 섞어 광목 캔버스와 융합해 독자적인 매체를 빚어낸다. 희석한 돌가루 반죽을 캔버스 위로 붓고 이를 기울여 자연스레 흐르게 해 작품 스스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이는 사물이 스스로 말하게끔 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캔버스를 앞뒤로 기울여 반죽을 엎지르는 의식적인 움직임은 캔버스 측면에 얇은 돌가루와 흐른 반죽으로써 그 흔적을 고스란히 남긴다.

이에 대해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김근태가 고안해 낸 것이 이른바 ‘수평적 그리기’이다. 그것은 캔버스를 눕혀서 그리는 방식이다. 그는 이 기법을 2000년 성곡미술관 주최 ‘올해의 작가전’에 초대를 받았을 때 처음 시도했다. 묽게 갠 석분 반죽을 옆으로 눕힌 캔버스에 쏟아 부은 뒤 이리 저리 캔버스를 기울이며 반죽을 흘리는 특유의 기법이었다. 그것은 물감을 작가의 의식으로부터 해방시킴과 동시에 물감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일종의 의식(儀式)과도 같은 동작이다. 김근태의 이러한 방법론은 작가가 수행하는 예술적 행위의 최소화임과 동시에 거꾸로 사물이 행하는 능동태임에 분명하다.”라고 설명했다.

수수하고 고요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독특한 분위기가 그의 화면 고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불상의 거슬거슬한 질감, 분청사기의 질박한 표면과 소박한 문양을 평면에 일폭으로 옮긴 셈이다. 흰색이지만 희지만은 않으며 누렇지도 않은 색, 과시하지 않고 내세우지 않으며 은근히 배어나는 미색이 화면 밖으로 침윤한다. 수수한 그의 그림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작가의 성정이 담긴 덕분이다. 문의 contact@solunafineart.com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