곯아도, 내려앉아도 여전히 고와라… 신경균의 ‘달항아리’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1.03.12 17:01

볼 때마다 다른 달항아리의 매력
개인전 ‘달빛’ 4월 16일까지 노블레스컬렉션

월인천강, Ø46.2cm x H49.5cm, white porcelain, 2015 /노블레스컬렉션
 
“요즘에야 달항아리가 미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본래는 장식용이 아니라 조선시대에 장류 등을 보관하는 용기로 사용했더랬죠. 가마에서 그릇을 구울 때 그림을 그려 넣은 값비싼 청화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장작불 앞에서 ‘불막이’를 하던 존재가 바로 달항아리였으니까.”
 
응시 I, Ø38.3cm x H38.5cm, white porcelain with underglaze iron, 2018 /노블레스컬렉션
 
신경균(57)의 달항아리는 다소 생경한 외형을 지니는데, 기괴하게 뒤틀리거나 항아리 배 부분이 마치 찢어진 듯 벌어져 있기도 하다. 가마 안에서 뜨거운 불길을 견디지 못해 터지거나 장작에 맞아 생긴 상처다. “못생겼어도 그들 또한 다 내 자식인데, 불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살아나온 것이 대견하지 않습니까.” 결과물인 예술품뿐만 아니라 이를 제작하는 과정 역시 예술로 인지하는 작가의 태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달항아리의 온전한 아름다움을 그만의 손길로 빚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여기에 시대정신을 더해 박제된 전통이 아니라 오늘날을 살아가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철학은 달항아리의 미학을 새롭게 정의한다.
 
신경균 개인전 ‘달빛’ 전경 /노블레스컬렉션
신경균 개인전 ‘달빛’ 전경 /노블레스컬렉션
 
신경균은 이도다완(井戶茶碗)을 재현한 도예가 장여(長如) 신정희(1930~2007) 선생의 아들로 15세 때부터 도예의 길을 걸었다. 선대의 훌륭한 도자 기술을 전수 받았지만, 전통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모색해왔다. 
 
장작 가마를 사용하는 장안요에서는 모든 작업 과정에서 철저히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화학적으로 정제하지 않은 순수한 우리 땅의 흙을 찾아 사용하고, 전기가 아닌 발의 힘으로 물레를 차면서 도자를 빚어 올린다.
 
유약은 여러 차례 수비 과정을 거친 참나무재와 평유를 배합해 만들고 가마에 불을 땔 때 사용하는 나무는 국산 소나무를 7~8년간 건조한 영사만 고집한다. 그가 이토록 힘든 작업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편리한 현대 기술로는 원하는 빛을 담아낸 도자 작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도자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인 흙과 불을 300곳 넘는 전국 가마터를 직접 답사하며 연구해온 그의 달항아리는 국빈에게 유독 높은 평가를 받는다.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회의장에 한국 도자를 대표하는 작가로 초대됐으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환영 리셉션도 신경균 작가의 달항아리로 장식했으며, 독일 대통령 방한 당시엔 그의 도자가 국빈 선물로 선정된 바 있다.
 
신경균 개인전 ‘달빛’ 전경 /노블레스컬렉션
 
신경균 개인전 ‘달빛(Moonlight)’이 4월 16일까지 서울 청담동 노블레스컬렉션에서 열린다. 같은 듯 서로 다른 오묘한 색감을 달항아리 13점을 통해 그만의 독창적인 달항아리 세계를 선보인다. 마치 변화하는 달의 얼굴처럼 다양하고 신비로운 자태를 뽐내는 달항아리의 매력을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