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3.08 17:51
[박종호]
현대인의 어두운 이면 포착…
개인전 ‘사람을 보라’, 10일부터 플레이스막

무엇을 본 것일까. 허공을 응시하는 남자의 멍한 눈빛이 섬뜩하다. 가슴이 뻥 뚫린 우리의 자화상 같다.
박종호는 회화와 사진을 통해 개인의 부조리한 실존적 상황을 향해 질문을 던져왔다. 그러나 작가는 그림을 그릴수록 난관에 봉착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작업 중 종종 ‘길을 잃는 기분’을 느낀다. 회화의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지 않을 때 작가는 더 자유로울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잃는 일련의 행위들과 그 층위에서 스스로를 지각하고자 한다.
“회화는 수많은 갈등 속에서 길을 더듬듯 완성된다. 그림을 그리면서 나는 길을 잃는다. 바로 이것이다 하는 순간이 찾아와 그리기 시작하지만 그것이 옳은 방향이 아님을 금세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분명한 것이 있다면 그 대상이 누구냐는 것이다. 그 분명함이 내가 그림을 마칠 수 있도록 돕는다. 길을 잃는 것과 그 분명함 사이에서 나와 타인이 함께 감각할 수 있는 어떤 지점들이 형성된다.”


사람이 감추는 것은 결국 밝은 면이 아닌 내면의 어두움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박종호는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과 같으며, 이는 존중과 공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화면에는 인간을 마주보며 사람을 존중하고 끊임없이 탐구하고 모색하려는 박종호의 진중한 태도가 투영돼 있다.
“아무것도 아닌 장면에서 수많은 사건을 품어 온 인간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그들의 비밀을 만지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말하지 않지만 그의 표정과 몸짓에서 드러나는 그 희미함은 우연히 발견되는 가장 숭고한 장면이다.”

박종호 개인전 ‘사람을 보라’가 서울 연남동 플레이스막1에서 이달 10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인물의 형태가 다소 일그러지고 부정확하게 묘사된 회화가 내걸렸다. 이성의 개입을 줄이기 위해 작가가 의도적으로 단순화해 속도감 있는 붓질로 완성한 신작과 근작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성균관대학교에서 건축공학을 전공 후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작가는 한때 사육되고 소비되는 비극적 인간의 실존을 돼지와 깡통으로 은유하는 페인팅과 사진작업에 몰두하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작업에 회의를 느끼고 새로운 작업을 모색해왔다. 최근의 작업에서 인간의 개체로서 실존하는 형질적 특성이 어떠한 기억과 경험에 의해 고착하고 변성해 가는가를 주제로 문학적이며 고백적인 분석을 시도 중에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