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스런 푸드 포르노의 이면(裏面)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1.03.04 11:33

[지나 비버스]
아시아 첫 개인전, 20일까지 한남동 VSF

Korean Krispy Buttermilk Chicken Encased in Siracha Rice Krispy Coating with Red Jalapeno, 2020, Acrylic on linen on panel, 40.6x40.6x10.2cm /VSF
 
번과 번 사이의 내용물이 넘쳐 미어터지고 육즙과 소스가 한데 섞여 흘러내리는 버거. 탐욕스런 비주얼로 욕망을 자극하는 ‘푸드 포르노(food porn)’다. 지나 비버스(Gina Beavers·42)의 작업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구글 등에서 찾아낸 이미지에서 시작된다. 특히 최근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유행하는 푸드 포르노, 메이크업 튜토리얼 영상 등을 레퍼런스로 삼는다. 
 
한국 음식도 작가에게 흥미로운 소재 중 하나다. <Gilgeori Toast>(2020), <Korean Fried Chicken>(2020)에서 미국식 한국 음식 사진을 묘사했다. 그는 촉각적이고 사실적인 화면을 위해 아크릴 물감을 겹겹이 바르며 조각하듯 그려낸다. 
 
아크릴로 섬세하고도 사실적으로 묘사된 버거 <Korean Krispy Buttermilk Chicken Encased in Siracha Rice Krispy Coating with Red Jalapeno>(2020)는 매혹적이면서 이질적이다. 소셜미디어 속 사진보다도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탓이다.
 
Liz Phair ‘Parasite’ Butt Cake, 2020, Acrylic on linen on panel, 76.2x76.2x10.2cm /VSF
 
비버스의 이러한 입체적이고도 조각적인 그림은 인스타그램에서 넘쳐나는 평면적 이미지를 약화하는 동시에 소셜미디어에 만연하는 현실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이릍테면, 인스타그램 피드를 넘기며 현대인은 응당 가져야 할 몸매나 먹어야 하는 음식 등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강요받는다. 작가는 잘 손질된 손톱, 유혹적으로 그려진 버거, 매혹적인 눈화장 등의 이미지를 통해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푸드 포르노란 용어는 본질적으로 음식과 신체의 결합을 의미하는데 작가는 이를 자신의 회화 <Liz Phair ‘Parasite’ Butt Cake>(2020)에서 그대로 구현했다. 온라인 메이크업 튜토리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과 입술을 그린 것으로, 엉덩이, 손, 눈과 입술에는 모두 비버스가 트위터에서 발견한 미국 가수 리즈 페어가 그린 ‘기생충’의 한 장면을 재현한 것이다.
 
Liz Phair ‘Parasite’ Lips, 2020, Acrylic on linen on panel, 76.2x76.2x10.2cm /VSF
 
비버스의 아시아 첫 개인전 ‘열정가들’이 서울 한남동 베리어스 스몰 파이어스(VSF)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타이틀은 이타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열정적인 사람들을 뜻한다. 소비자 중심주의, 팬덤 문화, 세계 미디어 유통, 이미지 소비와 조작, 자아 창작과 왜곡의 주제를 포함한 현대 인터넷 문화와 사회 현상을 살펴본 신작 8점을 선보인다. 이달 20일까지.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