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2.08 18:06
[유석일]
개인전 ‘쉼 없는 불’ 28일까지

유년기의 기억을 소재로 만화적 기호들을 참조해 회화로 옮기는 작업을 선보였던 유석일(37)이 새롭게 변모한 작업을 들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학고재 디자인·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전시를 연다. 개인전 ‘쉼 없는 불’에서 타는 불의 형상을 소형 캔버스 42점 위에 반복해서 그린 <장작불> 연작을 비롯해 <날지 못하는 비행기 접기> <지난 기억> 연작 등 52점의 회화를 선보인다.
2019년 가을 떠난 뉴욕 여행에서 내면을 돌아보는 계기를 경험한 작가는 ‘현재의 자신’을 다루는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다짐하고 기존에 만화적 기호를 참조한 회화 작업에서 벗어나 <장작불> 연작을 시작하게 됐다. 특히 동해에서 생활하며 이때의 경험을 화면에 반영했다.
유석일은 “보금자리가 바뀌면 삶에 대한 태도가 변한다. 생각과 감정에도 영향을 끼친다. 놓인 환경에 따라 기억의 형태도 변모한다. 같은 기억도 떠올리는 당시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2020년에는 성수동에 새 작업실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 또 다른 방식의 삶을 살게 됐다. 주위 환경으로부터 회화의 소재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작 시리즈 <장작불>은 작은 캔버스에 불의 형상을 수없이 반복해서 그린 연작으로, 이내 꺼질 듯한 불씨의 모습을 화면 위에서 쉼 없이 태우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담겼다. 드럼통 안에서 타오르다 꺼지고 마는 장작불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작가는 타는 열정과 벗어나기 어려운 울타리, 짐처럼 남은 잿더미에 대해 생각했다.

이번 전시타이틀 ‘쉼 없는 불’ 또한 작가가 해변에서 장작을 태우던 기억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작가는 “타오르는 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고,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본다. 정적 속 혼자만의 시간, 오래된 기억과 감정들이 교차하며 쉬고 싶은 마음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시간이 흘러도 지워내기 어려운 기억들은 마치 불길에 타고 남은 잿더미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유석일은 2011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 후, 2019년 첫 개인전 ‘익스플로전’(백룸, 서울)을 가졌다. 이외에도 갤러리현대(서울), 뉴욕 한국문화원 갤러리 코리아(뉴욕) 등에서 연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전시는 28일까지.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