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 기법으로 재현한 자연미… 차규선展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1.02.08 17:24

대구서 11년 만에 최대 규모 개인전
대구미술관 ‘풍경에 대하여’ 개최
90년대부터 최신작까지 작업 연대기적 흐름 한눈에

화원(Flower Garden), 2020, Mixed media on canvas, 248x333cm /대구미술관
 
차규선(53)의 풍경은 특별하다. 그의 풍경에 등장하는 소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산, 나무, 꽃 등이지만, 자연을 그려낼 때 단순히 대상으로서가 아닌 자연과 자신과의 합일, 즉 물아일체의 마음으로 그려 볼 순 없지만 느낄 수 있는 정신성을 화면에 나타내는 데 몰두해왔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 자연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노니는 ‘벗’이자 세상의 이치를 배울 수 있는 숭고한 대상으로 여겼으나 오늘날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로 인간과 자연은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차규선은 ‘풍경연작’을 통해 자연의 숭고함과 영원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일명 ‘분청회화’라 불리는 기법으로 그린 차규선의 풍경은 서구적 회화기법으로 동양의 정신성을 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25년 가까이 풍경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탐닉하며 서정적 정취를 표현하는 것은 작가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그러한 장소와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송(Choengsong), 2020, Mixed media on canvas, 227.3x181.8cm /대구미술관
 
그는 우연히 분청사기를 본 뒤 아름다움과 담백함에 반해 분청사기 기법을 화폭에 담아 동양적 정취와 단아한 역동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분청회화는 회색의 흙과 고착 안료를 섞어 천에 바르고 백색의 아크릴 물감을 도포한 뒤 나뭇가지나 붓 등을 활용해 자유롭게 형상을 그리고 긁어내는 기법을 통해 완성된다. 이를 통해 구현된 차규선의 풍경은 분청사기의 담백함과 기개를 보여주는 듯하다.
 
흙은 작가의 풍경에서 중요한 재료이자 상징이다. 유년시절 느꼈던 자연을 구현하기 위해 선택한 흙은 자연 그대로이자 자연과 교감해 통찰을 얻는 매개체로 1995년부터 현재까지 변함없이 사용하는 재료다.
 
2019년 이후 작가는 흙으로 새로운 실험을 모색 중이다. 흙을 물에 개어 캔버스에 바르고 그 농담을 활용해 흙과 유사한 색의 아크릴 물감으로 자연스러운 형상을 그려내는데, 지금껏 분청의 느낌에 집중했다면 새롭게 시도하는 최근작에서는 형상을 넘어 작가가 바라보는 동양적 관점에서의 자연 그 자체를 더욱 힘 있게 보여주고자 한다.
 
차규선 개인전 ‘풍경에 대하여’ 전경 /대구미술관
 
차규선의 개인전 ‘풍경에 대하여’가 대구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는 대구에서 11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최대 규모 개인전으로, 초기작업(1995~2002), 분청회화 시기(2002~2019), 현재작업(2019~2020) 등 연대기적으로 구성해 35점을 내건다.
 
초기작업에서는 시골 정취와 자연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업과 분청회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의 작업 등 최근 작품의 근간이 된 1995년부터 2002년까지의 작업을 소개한다. 분청회화 시기는 분청회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2002년부터 2019년까지의 작품들을 보여주고, 현재작업 시기에서는 미공개 신작 <청송>(2020)을 비롯해 2019년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대구미술관이 선정한 대구 작가 시리즈 ‘다티스트(DArtist)’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대구·경북 활동 작가 중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을 지속하는 만 40세 이상의 작가를 선정하는 대구미술관 프로젝트로, 지난해 4월 차규선과 정은주가 선정됐다. 이번 전시는 5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차규선 작가 /대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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