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2.03 14:22
송승은·오지은·이미솔 3인전
28일까지 아트사이드갤러리

독자적 시선과 창의적인 표현으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 젊은 작가 3인 송승은, 오지은, 이미솔의 공통점은 감정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쉽게 사라지는 이미지의 순간을 포착해 회화로 옮긴다는 점일 것이다.

송승은은 흐릿한 경계와 군상 표현을 통해 현 시대의 묘한 분위기를 재현한다. 이는 장면 자체라기보다는 작가 자신이 경험한 기대와 실망의 순간, 그리고 현 시대의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가 그리는 세계에는 허구의 사실들이 존재하지만 정확히 재현되진 않는다. 그저 어떤 분위기로만, 묘하게 어긋난 감정과 인물 간의 거리로만 추측할 수 있을 뿐, 내러티브는 파편화되어 형식 안에 침잠한다. 송승은의 작품에는 구상과 추상이 모호하게 뒤섞인 양상이 엿보인다. 그 안에는 분명 감정이라는 추상적 대상이 담겨있지만, 어디까지나 구상적 형식을 통해 드러날 뿐이다.

오지은은 흔들린 피사체를 담아내는 듯한 표현을 통해 왜곡된 이미지, 사라지는 감정을 포착하려 한다. 작가는 포착하는 순간 지나가는 감정을 담아두기 위해 ‘불가능한 작업’을 계속한다. 도망가고 왜곡되는 순간을 붙잡기 위해 독창적인 내러티브를 전개한다. 그의 이미지는 흐릿해 마치 너무 빠른 셔터스피드에 뿌옇게 새겨진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포착하는 순간에 사라지는 감정을 담는다. 허나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 그리고 세계 인식의 범주는 너무나도 짧고 좁아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다. 그는 먼저 우리가 대상과 결코 가까워질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오직 ‘포착 가능한 순간’만을 붙잡아두는 방식으로 세계를 읽어내려 한다.

이미솔은 감정이 표현되는 순간인 예술 자체를 탐구한다. 작가는 예술이 호명되기 이전의 장소인 작업실, 작업과정에 주목하며 작업하는 순간 사라지는 작업의 흔적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소외되는 과정의 잔상, 미시 세계의 티끌을 무심하게 재현하는데, 이는 애정 어린 포용이라기보다는 생산-소비-배출-회수의 순환 과정에 가깝다. 이를 통해 이미솔은 재현과 추상 사이의 순환하는 흐름을 포착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작업 방식으로 세계를 개진한다.

이들 3인의 전시 ‘오늘, 순간, 감정’이 28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열린다. 신진작가 지원전으로, 역량 있는 신진 작가에게 폭넓은 작업 기회를 제공하고 함께 성장하기 위한 아트사이드갤러리의 새해 첫 프로젝트다. 전시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유례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세 명의 젊은 작가를 소개하고, 이들과 함께 동시대 예술가가 포착하는 순간과 감정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너무 빨리 지나가는 이미지의 시대, 무제한으로 확장되는 연결의 시대, 그러면서도 단절과 중지를 요구하는 모순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