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해킹’하러 가볼까… ‘컬렉션_오픈 해킹 채굴’展

  • 아트조선 김슬기 에디터

입력 : 2021.01.26 18:28

서울시립미술관 올해 첫 전시
주제 중심 아닌, ‘오픈’ ‘해킹’ ‘채굴’ 세 프로젝트 수행하는 구성

아르동(남기륭)作 뮤지엄 메이커, 2021, AR 어플리케이션, 모바일 기기, 사운드(스테레오), 가변설치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 컬렉션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소장 작품 컬렉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2021년 첫 전시로 ‘컬렉션_오픈 해킹 채굴’을 4월 11일까지 미술관 서소문본관 2, 3층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을 구성하는 여러 주체들이 소장 작품 컬렉션에 접근하는 방식을 실험적으로 모델링해 기존 컬렉션 해석과 감상, 관리 체계 전반에 걸쳐 차이를 발생시키고자 기획됐다.
 
특히 일반적인 대표작 소개나 주제 중심의 전시가 아닌, 미술관 내·외의 다양한 주체들이 미술관 소장 작품 컬렉션을 오픈, 해킹, 채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컬렉션_오픈 해킹 채굴’이란 다소 엉뚱한 전시 타이틀도 이러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미술관은 온라인 소장 작품 관리시스템을 ‘오픈’하고, 작가와 시민은 소장 작품 컬렉션을 ‘해킹’하며, 연구자는 컬렉션에서 새로운 가치를 ‘채굴(데이터 마이닝)’하여 숨어 있던 보석을 찾아보는 것이다. 
 
김구림作 공간구조 69. 1969(2013 재제작), 물, 기름, 아크릴릭, 조명, 446×147×85cm /서울시립미술관
김순기作 일화, 1975-1985,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min.30sec.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는 대표작이나 주제 중심이 아닌 세 가지 프로젝트를 작동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우선 채굴–연구 비평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컬렉션 아이덴티티와 미래 방향성을 ‘채굴’하고자 시도하였다. 또한 코로나19 시대 소장 작품과 만나는 경로를 탐색하는데 있어 관객과 작가가 주도적으로 소장 작품을 ‘해킹’해 감상과 가치의 문제를 생각해보도록 하는 해킹–배움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오픈–소장 작품 관리 시스템 프로젝트를 통해 관계자만 접근할 수 있는 미술관의 소장 작품 관리 시스템을 오프라인 전시장으로 ‘오픈’하여 그 기준과 체계를 그려내는 한편 그것의 틈이 만들어내는 미술의 본질과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각 프로젝트는 전시 홈페이지를 통해 소장 작품의 이미지와 해제, 연구 결과물이 공유되고, 시민참여 프로젝트 작품의 참여 과정과 서로 나눈 논의의 결과가 공개된다.
 
프랭크 스텔라作 KLORIOLE, 1996, 하드보드지 콜라주에 아크릴릭, 220×161.5cm /서울시립미술관
 
‘해킹–배움의 프로젝트’에는 구수현, 아르동(남기륭), 양숙현, 오재우 등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의 작품은 미술관 소셜미디어 채널과 전시 홈페이지,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감상할 수 있으며 관객도 함께 참여할 수 있다.
 
구수현의 <오 다흐 꽁떵포헝 키트>는 미술관 전시장 향(Perfume)과 미술관 소장 작품 2점을 해석한 6개의 향 등 총 7개의 향을 신청자에게 배송한다. 관객은 배송 받은 향을 맡아본 후 작품과 가장 잘 어울리는 향을 선택하고, 이유와 감상을 서울시립미술관 인스타그램 채널과 전시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의 상황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였듯이 향기를 통해 ‘지금 여기’로 기억과 감정, 경험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아르동(남기륭)의 <뮤지엄 메이커>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앞마당에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모종의 이유로 미술관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가까운 미래, 땅 속에 묻혀있는 소장 작품을 발굴해 미술관을 만들어보는 아트 게임(Art Game)이다. 관객은 증강현실(AR)을 통해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 작품 11점을 만나게 되며, 이들을 찾고 발굴해 땅 위에 위치시키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미술관을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작품과 관객, 미술관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새로운 접점에서 새로운 감각을 통해 만남이 이루어진다.
 
양숙현作 언박싱, 컬렉션, 2021, 메타포트, 웹 프로젝션, 가변설치 /서울시립미술관
 
양숙현의 <언박싱, 컬렉션>은 전시기간 동안 메타포트 웹 프로젝션에 접속하여 감상할 수 있다. 3D로 캡쳐된 비어있는 서울시립미술관에 입장하면 작품이 있어야 할 위치에는 택배 상자가 놓여 있다. 택배 상자를 언박싱해 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을 감상한다. 물리적 공간에서 가상공간으로의 이동이 가속화되고, 기술을 통해 원하는 이미지를 모으고 소유할 수 있는 지금, 컬렉션과 전시 공간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오재우의 <설치를 위해서는 더블 클릭하세요>는 전시기간 내에 시민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전시장에 소장 작품을 설치할 예정이다. 작가가 주관하는 워크숍을 통해 시민은 전시 홈페이지에서 이미지로 본 시립미술관 소장 작품 중 전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고르고, 그 작품들을 설치하는 과정을 온라인으로 중계한다. 많은 것들이 온라인으로 대체 가능하게 변화하는 지금, 온·오프라인의 낙차와 감상의 가치 위계를 함께 논의하고 재구성해보고자 한다.
 
김정태作 PICO, 2017,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서라운드), 30min. /서울시립미술관
 
아울러 ‘채굴–연구 비평 프로젝트’에서는 9명의 전문연구가가 각 컬렉션 범주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가능성을 가진’ 차별화된 컬렉션 아이덴티티와 미래 방향성을 ‘채굴’하고자 시도했다. 연구 결과물은 전시장과 전시 홈페이지에 내걸린다. 
 
또한, ‘오픈–소장 작품 관리시스템 프로젝트’를 통해 평소 미술관 관계자만 접근할 수 있는 미술관의 소장 작품 관리시스템을 오프라인 전시장으로 ‘오픈’하여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 중 ‘가장 오래된 작품’ ‘가장 작품가가 높은 작품’ ‘가장 상영시간이 긴 작품’ 등 평소 관객이 궁금해 하는 지표적 특징의 작품과 기준을 확장하는 작품을 소개한다.
 
한편, 미술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사이트를 통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