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1.19 17:35
현대화랑, 장욱진 30주기展 개최
평생 화두 ‘집’을 소박하게 그려낸 대표작 50여 점
2월 28일까지

사각과 삼각의 간결한 형태에서도 따스함과 정겨움은 흠뻑 베어 나온다. 평생 집을 그린 화가 장욱진. 그에게 집은 가족과 함께하는 안식처이자 예술적 영혼이 깃든 작업실이었으며, 평생의 화두이기도 했다. 장욱진의 작업세계는 그가 지냈던 안식처를 기준으로 작업 양상이 나뉠 정도다.
작품 제작년도에 따라 그가 어디에 머물렀는지 엿볼 수 있다. <앞뜰>(1969)에는 아내를 위해 직접 지은 한옥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반면, <아침>(1986)의 집은 시멘트 담장을 헐고 토담을 지어 싸리문을 단 수안보의 시골집을 닮았다. <밤과 노인>(1990)에는 집밖에서 뒷짐을 지고 밤하늘을 보는 노인을 그렸는데, 이 집은 작가가 아내와 둘이 살며 작업에 매진하기 위해 양옥으로 지은 마북동 화실이다.


집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은 건축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져 그의 화면에 여실히 드러난다. 이는 조형적 질서나 구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집이나 나무를 중심으로 해와 달, 두 아이가 자연스레 좌우대칭을 이루는 구도를 자주 사용하거나 화면에 타원형이나 사각형 등의 기하학적 공간을 별도로 구성하는 식이었다.
그가 집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평소 말버릇에서도 알 수 있다. 생전 화백이나 교수란 호칭보다도 ‘화가’란 말을 가장 좋아했는데, 이유는 화가에 ‘집가(家)’자가 들어가기 때문이란 일화도 전해진다.


집만큼 중요한 것은 가족이었다. 작은 집안에 옹기종기 모인 가족의 단란한 모습이나 자연 속을 한가로이 산책하는 모습은 실제 그가 자신의 가족을 그린 것이다. 장욱진은 가족을 향한 자신의 사랑이 오직 그림을 통해 이해될 수 있다고 생전 말하곤 했다. 동물을 그릴 때도 가족애와 연결 지었는데, 어미 소 아래에서 젖을 멎는 송아지, 하늘을 나는 어미 새와 새끼 새 등 동물을 통해서도 가족 간의 행복을 표현했다.
집과 가족을 에워싸고 있는 것은 자연이다. 장욱진에게 자연은 언제나 영감의 원천이었다. 집 주변을 산책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했던 그에게 자연이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였다. 그러기에 그의 화면 속 자연은 인간과 동물을 품어주며 서로 다른 세계일지라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는 이상향과도 같다. 그리고 그 안에 그가 그토록 아끼는 집과 가족이 있다.


장욱진의 30주기를 기념하는 전시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이 마련됐다. 장욱진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소재이자 주제인 집, 가족, 자연을 테마로 삼아 그의 대표작 50여 점이 내걸렸다. 일상적 이미지를 정감 있는 형태와 독특한 색감으로 화폭에 담아온 장욱진의 독보적인 회화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다. 초기작부터 말년의 작품까지 그림 곳곳에 따로 또 같이 등장하는 세 요소에서 일제 식민지, 한국 전쟁, 산업화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한 예술가의 시대정신을 포착할 수 있다. 2월 28일까지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