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로워라… 권대섭의 달항아리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1.01.18 18:56

과거와 현재 아우르는 순정의 미
전통 방식으로 연간 20점 남짓 제작…
신작 11점 내건 개인전
부산 조현화랑 달맞이서 열려

Moon Jar, 57x55x53cm, White porcelain, 2020 /조현화랑
 
풍만하고 탐스러운 풍채를 지니지만 정작 안은 텅 비어있다. 마냥 정갈하고 둥그스름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찌그러지고 움푹 내려앉아 있기도 하다. 둥글고 하얀 형태가 꽉 찬 보름달과 같다고 해 달항아리란 별칭이 생긴 원호는 한 번 봤을 때와 두 번 봤을 때가 다르다. 보면 볼수록 새롭고 매력적인 면모에 마니아층이 상당히 두텁다.
 
부산 조현화랑 달맞이에서 열리는 권대섭 개인전 전경 /조현화랑
 
권대섭은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사이 조선시대에 성행했던 전통적인 제작방식을 충실히 따르면서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고유의 달항아리를 선보여 왔다. 달항아리는 두 개의 반구를 위아래로 이은 형상인데, 이 두 개의 사발을 포개는 방식에서 중요한 기술은 특히 가운데 이음매에 있다. 각각의 반구가 정 반원이었다면 둘을 연결하는 작업이 편리했을 테지만, 권대섭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약간 이지러진 모양새다. 상하 접합과정에서 이지러짐의 정도와 모양을 계산한 것으로, 완벽한 비례를 의도적으로 거부하지만 균형을 잃지 않아 어리숙해 보이는 형태에도 안정감과 편안함은 유지할 수 있다.
 
Moon Jar, 50x50x60cm, White porcelain, 2020 /조현화랑
 
달항아리를 감상하는 데 있어 표면의 질감 또한 이채로운 볼거리다. 조형 작품처럼 모든 면을 둘러가면서 관찰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어느 부분은 반질반질 윤이 아니고 어느 부분은 탁하고 뿌연데, 이는 작가가 가마 내부에서 불의 온도를 부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얻은 변칙에서 비롯됐다.
 
부산 조현화랑 달맞이에서 열리는 권대섭 개인전 전경 /조현화랑
 
그는 우윳빛을 띠는 달항아리를 위해 입자가 곱고 불순물이 완전히 제거된 질 좋은 고령토만을 사용하는데, 가마에서 최고 1400℃ 이상을 견뎌야 하므로 원재료인 흙의 선택부터 불 온도를 끌어올리는 기술까지 조선시대 도공의 수준 높은 노하우를 체득하는 데 평생을 쏟았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는 1년에 10회 남짓 가마를 가동한다. 한번 가동 시 대략 4개씩 매년 총 40여 개를 굽지만, 엄격한 기준에 의해 최종적으로 완성품이라고 내놓는 작품은 채 20점가량밖에 되지 않는다고.
 
권대섭 작가 /조현화랑
 
권대섭 개인전이 부산 해운대구 조현화랑 달맞이에서 열린다. 백자의 전통적 방식을 바탕으로 현대적 해석을 곁들인 작가의 신작 11점이 내걸린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달항아리란 틀로만 규정되는 것을 경계한다. 조선시대의 그것과는 분명 다를뿐더러 보름달의 이미지는 상상과 해석의 여지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나무에는 나무의 맛이, 돌에는 돌의 맛이 있기 마련이죠. 그러한 자연의 맛과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으면서 작가의 솜씨가 더해진 작품이 좋은 작품 아닐까요.” 전시는 3월 2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