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2.17 12:41
‘해학’ 공통분모로 뭉친
늦깎이 화가 임하룡, 돼지 작가 한상윤
서울 청담동 피카프로젝트,
‘임하룡과 한상윤의 그림 파티’展 1월 23일까지 개최
“코미디언이란 직업 특성상 시선을 많이 받지만, 때론 피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기도 한다. 시선에는 힘이 있다. 그림에 눈을 그려 넣음으로써 생명력과 에너지를 불어넣고자 했다.”(임하룡)
“작가 혼자보다 한류스타인 박규리와 함께 아시아 미술 시장에 진출할 때 시너지가 엄청날 거라 기대한다. 한글, 돼지 등 재밌는 소재의 그림을 들고 일본, 중국, 대만 등으로 해외 순회전을 가질 예정이다.”(한상윤)
“두 작가의 공통분모가 ‘해학’이더라. 해학은 풍자와 다르다. 풍자는 냉소적이라면 해학에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웃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렵게 해석할 필요 없이 보는 순간 잠깐이라도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이번 전시의 의미는 충분하지 않을까.”(박규리)

코미디언 임하룡, 작가 한상윤, 아이돌 카라 출신 박규리 셋의 조합이 서울 청담동 한 갤러리에 등장했다. 박규리가 기획한 임하룡과 한상윤의 2인전이 피카프로젝트에서 열린다.
‘해학’이란, 선의의 웃음, 건강한 웃음을 유발하여 어려운 현실이나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한국 미술의 모든 분야에서 느껴지는 것이 즐거움’이란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생전 말처럼 미술품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아름답다는 점에서 더 나아가 즐겁고 해학적인 매개체로서의 긍정의 힘을 전파해주기도 한다. 해학은 예로부터 현실의 괴로움과 애환을 잊고자 할 때마다 우리 민족이 선택한 하나의 처방전이었다.
이러한 해학 정신은 조선 후기의 민화로부터 발전돼 현대 미술에 와서도 많은 작가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는데, 코미디언과 작가로서 각자 걸어온 길을 ‘해학’이란 키워드를 통해 붓으로 풀어내는 임하룡과 한상윤 두 작가도 마찬가지다.

임하룡은 40년간 희극 배우로 활동하며 코미디 르네상스 시대를 연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관심이 많았던 미술 활동을 토대로 2018년 본격적으로 작가의 삶을 시작했다. 작가는 힘들었던 시기에 미술 활동으로 이겨내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람객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전파하고자 한다.
수많은 시선을 받으며 살아왔던 연예인의 삶을 상징하는 눈동자를 작품에 풀어 표현했으며, 이외에도 유명인, 풍경, 동물, 아라비아 숫자, 한글 등 다양한 소재에 관심을 둔다. 그의 회화는 자유분방하고 강렬한 색채가 특징이면서 사뭇 진지한 캐릭터가 묘한 밸런스를 이뤄 해학적인 힘을 보여준다.

돼지 작가로 잘 알려진 한상윤의 작품은 밝고 화사한 색채가 도드라진다. 부와 복을 상징하는 돼지를 의인화해 환하게 웃거나 화려한 복장의 ‘행복한 돼지’를 지난 10여 년간 그려왔다. 다섯 살 때부터 붓글씨를 배워 먹과 붓, 분채와 석채 등 동양적인 재료와 질감을 다루는 데 능수능란하고 밑 작업 없이 일필휘지로 표현한다.
한상윤은 ‘내가 스스로가 행복하지 못하면 행복한 돼지를 그리는 건 의미가 없다’라고 말하며 현시대를 살아가는 2030 세대의 행복에 대한 의식을 대변한다. 풍자화를 전공한 작가는 초기 작품에는 이중적인 욕망에 대한 비판에 대한 의미로서 돼지를 그리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행복이란 감정에 초점을 두고 보는 이를 유쾌하게 해주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박규리는 연인인 송자호 피카프로젝트 대표의 추천에 큐레이터로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번 전시는 지난 8월, 한상윤이 박규리에게 기획을 제안하며 시작됐으며, 박 씨가 큐레이터로서 데뷔하는 첫 자리이기도 하다. 그는 “소속사가 파산하고 배우 활동에도 차질이 생기며 개인적으로 불안정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는 와중에 미술을 통해 위로를 받고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연예 활동을 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술계 기성 시각과 다른 관점으로 전시를 기획해보고자 힘썼다”고 설명했다. 두 작가와 기획자는 “어려운 시기라 조심스럽지만, 화사하고 유머러스한 그림에 기분 전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 타이틀이 ‘그림 파티’인 이유다. 1월 2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