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2.15 13:37

서울 서교동 온수공간에서 시각예술전시 ‘허물(Tracing on Emptiness)’이 16일부터 31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2020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의 시각예술 신진작가 부문에 선정된 임재형 작가의 개인전으로, 회화와 판화로 구성된 약 7개의 시리즈를 선보인다.
부재한 것과 그것의 흔적을 나타내는 전시명 ‘허물(Tracing on Emptiness)’은 상실을 둘러싼 감정과 태도에 주목하는 임재형 작가의 최근 작업을 상징한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각각 서양화와 판화를 전공한 작가는 이번 전시에 사라지는 것을 붙잡아 두거나 복원해보려는 힘을 가시화하는 방법과 그 의미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담았다.
이를테면, 경사진 판과 비스듬하게 재단한 종이를 활용한 목판화는 물리적으로 기울어져서 멈춰버린 시간을 되돌려보려는 의지를 드러낸다.한번 그린 대상을 ‘다시 그린’ 작업도 출품한다. 이미 그렸던 대상을 다른 거리감을 두고 바라보고, 새로운 재료로 다시 그리는 것은 과거에 머물렀던 존재에 얽혀있던 시간을 지금에 와서 천천히 되짚어보려는 행위에 가깝다.
임재형은 이번 전시에서 창작의 행위를 통해 상실을 둘러싼 주변부의 것들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자신의 태도 또한 복기해본다. 작가는 사라진 대상을 시각예술 작업으로 마땅히 표현해야 하는 까닭을 밀도 있게 들여다보기 위해 표현의 당위성을 끈질기게 추적한다.
지금 당장은 명확하게 할 수 없더라도, 자취를 더듬어 지나는 것에 알맞은 언어와 표현 방법을 입히기 위해 그린다. 부재한 것을 나름의 방식대로 재현해내는 순간에 떠오르는 감각을 좇기 위해서라도 또다시 표현하기를 지속한다.
작가는 사라진 것을 일련의 방식으로 기리는 자신의 행위를 들여다보며, 주인이 떠나고 홀로 남은 집을 기록하거나 수면 위 빛의 흔적을 붙잡는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찰나의 상실도 무던하게 흘려보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