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우면 답도 없다는데…” 답 없는 팝아티스트 아트놈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0.12.10 20:39

캐릭터적 요소 도입해 누구나 쉽고 재밌게 즐기는 회화
호크니, 몬드리안 등 명화 패러디한 신작 눈길
개인전 ‘Merry-go-round of Life: 동심으로의 초대’
“우주 최강의 에너지 ‘귀여움’ 듬뿍 담았다”
내년 1월 9일까지 서울 신사동 예화랑

Gazi & Artnom, 193.9x130.3cm, Acrylic on Canvas, 2020 /예화랑
 
‘귀여운 건 답이 없다.’ 잘생긴 외모에 반했다면 언젠간 그 환상이 깨질 수 있지만 상대방의 귀여움에 반했다면 뭘 해도 귀엽기 때문에 영원히 헤어나올 수 없다는 뜻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팝아티스트 아트놈(49)은 오늘날 아트씬에서 순수 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에서 두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는 작가 중 하나다. 자신을 캐릭터화한 ‘아트놈’과 그의 연인 ‘가지’ 그리고 강아지 ‘모타루’가 등장하는 특유의 유쾌하고 깜찍한 캐릭터 회화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것은 물론, 다수의 기업과 브랜드와의 활발한 컬래버레이션으로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민화와 역사화에서 따온 전통 요소, 자기복제술을 통한 강렬한 시각적 모티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특유의 해학성과 유머러스함을 드러내는 등 다채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여러 작업을 이어오면서도 그의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귀엽다’는 점에서 지난 10여 년간 아트 컬렉터들의 눈길을 지속적으로 사로잡아 왔다. “귀여움은 가장 강력한 무기에요.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는 것처럼요. 누구나 귀여운 아기 동물을 좋아하잖아요. 마치 특별한 에너지에 휩싸인 듯 말이에요.”
 
Gazi's Adventures in Wonderland, 130.3x193.9cm, Acrylic on Canvas, 2020 /예화랑
설치 작업 ‘Green Motaru(2020)’ 앞에서 포즈를 취한 아트놈 /아트조선
 
아트놈은 그가 빚어낸 여러 캐릭터들은 모두 자신으로 귀결된다고 한다. 농담과 유희를 좋아하는 자신의 감수성과 지인과의 대화 속에서 만나는 자신의 성격에서 다양한 작품 해석의 모티브가 기인한 것이다. 이들 캐릭터의 탄생은 그가 중앙대 한국화과를 중퇴하고 캐릭터 디자인 회사에 입사하던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기성 미술과는 다른 캐릭터의 매력을 재발견하고 6년간의 회사 생활 이후 다시 본격적으로 작업을 재개하며 캐릭터적 요소를 화면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배웠던 화선지와 먹이 아닌, 캔버스와 아크릴을 재료로 기존 한국화 작업과는 판이한 오늘날의 화면에 이르게 됐다.
 
가족, 130.3x130.3cm, Acrylic on Canvas, 2020 /예화랑
 
대표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디즈니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단골 소재다. 럭셔리 브랜드의 로고를 활용한 패턴 위에 미야자키의 만화 ‘마녀배달부 키키’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캐릭터화해 그리는 식이다. 깔끔하고 단순한 패턴과 재치 있는 패러디가 만나 누구나 쉽게 즐기고 공감할 수 있다. 최근에는 캐릭터 작업 외에도 명화를 패러디한 회화에 몰두하고 있다. 한눈에 데이비드 호크니나 피트 몬드리안,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연상하는 이미지를 차용해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는 화면을 제안한다.
 
아트놈 개인전 ‘Merry-go-round of Life: 동심으로의 초대’ 전경 /예화랑
 
아트놈 개인전 ‘Merry-go-round of Life: 동심으로의 초대’가 마련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화려한 원색으로 알록달록한 그의 작품들에 둘러싸여 말 그대로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에 빠진다. 회화부터 입체, 라이트닝 설치 등 작가의 폭넓은 작업 세계를 조망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서문에서 안현정 미술평론가는 “아트놈의 아트팝은 조형적으로 쉬운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개념적으로는 한국적 감수성을 덧입은 깊이 있는 미술이다. 보기 편한 캐릭터가 아트와 만났을 때, 우린 낯익은 편안함과 동시에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팝아트를 떠올리게 된다. 아트놈은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고 어떤 경험적 대상도 예술로 추구할 수 있는 다원화 시대의 전략을 탑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 9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
 
아트놈 개인전 ‘Merry-go-round of Life: 동심으로의 초대’ 전경 /예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