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2.08 19:26
방한 계획했으나 불발… 신작 포함한 18점 내건 개인전 열어
1월 23일까지 더페이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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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지고 해체된 기이한 얼굴과 과도하게 왜곡돼 기괴한 신체. 그로테스크하지만 동시에 유머러스함과 위트가 공존하는 조지 콘도(George Condo·63) 고유의 조형 언어와 독창적인 스타일은 그를 오늘날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작가 중 하나로 만들었다. 독보적인 고유의 화풍으로 미술사적인 입지를 공고히 한 것은 물론, 생존 작가 중에서 최고가 수준의 경매 기록을 보유한 작가로서 시장에서도 그 영향력을 입증했다.
지난 7월 열린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Force Field>(2010)가 680만 달러(한화 약 74억원)에 낙찰되며 작가의 최고 경매가를 기록했고, 지난 4월 소더비 온라인 경매에서 <Antipodal Reunion>(2005)이 130만 달러(한화 약 14억원)에 낙찰돼 온라인 경매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내에는 빅뱅 지디 등 유명 셀럽이 소장했다고 알려지며 대중적으로도 익숙한 아티스트다. 지디는 자신이 직접 소장하고 있는 회화를 포함해 조지 콘도의 작품 사진을 여러 번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콘도의 팬임을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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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콘도의 개인전이 서울 성수동 서울숲 근방에 위치한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콘도의 2019년 제작된 신작부터 2000년대 초반 작품까지 그의 주요작을 폭넓게 아우른다. 출품작은 모두 작가로부터 직접 확보해왔다. 갤러리 관계자는 “현재 뉴욕 하우저앤워스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어 작품 수급이 쉽지 않았지만, 신작을 포함해 소품도 여러 점 있어 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도는 올해 초 국제적인 메이저 화랑인 하우저앤워스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후 지난 4월 하우저앤워스는 조지 콘도의 드로잉 초상화 시리즈 <Distanced Figures>만을 모아 온라인 뷰잉룸을 차렸고 이는 전시 오픈 직후 완판됐다. 당시 뉴욕 스튜디오에서 도시 락다운으로 고립돼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던 작가가 이를 모티브 삼아 작업한 신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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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는 콘도의 새로운 작업인 <Red and Green and Purple Portrait>(2019)가 내걸린다. 작가가 명명한 ‘심리적 큐비즘(Psychological Cubism)’에 대한 고찰이 특유의 기이한 인물 표현으로 나타난 작품으로, 그림 속 인물은 내면의 불안과 분열에 대한 강렬한 심리적 묘사를 보여주며 기쁨과 공포, 친근함, 이질감과 같은 여러 감정을 동시에 드러낸다. 거대한 캔버스를 채운 강렬한 붉은색은 보는 이를 압도하며 역설적으로 삶의 즐거움과 정신적 환희를 내뿜고 있는 듯하다. 실제 콘도는 이러한 자신의 화풍과 철학에 심리적 큐비즘 외에도 ‘인공적 사실주의(Artificial Realism)’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 다른 대표작인 만화 추상 시리즈 <Cartoon Abstractions>도 선보인다. 높이 3미터에 이르는 화면을 가득 메운 만화 캐릭터를 통해 기존의 초상화 전통과 미국의 대중 문화를 병치한 작가 고유의 회화 언어를 읽을 수 있다.
주로 회화로 익숙한 콘도이지만, 이번 전시에는 청동 조각도 출품해 볼거리를 더한다. 2002년 제작된 검은색 청동 두상은 고대 그리스 로마의 고전적이고 친숙한 스타일에 작가 특유의 유머와 풍자 감각을 더한 것이다. 찡그리고 지친 기색의 표정을 통해 현대인의 피로와 무의미한 실존에 대한 공포감을 표현했는데, 오늘날 팬데믹을 관통하며 코로나 블루로 지친 우리네 얼굴을 연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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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거주하며 작업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맞아 방한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관련해 입국 후 자가격리 기간을 면제받지 못해 이는 결국 불발됐다. 작가는 오지 못했으나 작품은 한국에 왔다. 뒤틀린 인간 형상 이면에 숨은 유머와 위트를 통해 콘도는 우리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다. 전시는 내년 1월 2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