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1.24 19:03
영화적 배경 통해 인물의 감정, 고양된 순간 드러내
‘그림의 맛’展, 12월 6일까지 원앤제이갤러리

나른한 듯 앉아 허공을 응시하는 인물의 표정에서 균열의 순간이 포착된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고요하면서도 침묵으로 그득한 화면에선 마치 당장이라도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것 같다. 서동욱(46)은 인물과 함께 그가 처한 상황을 가늠하게끔 하는 영화적 배경을 함께 장치한다. 그의 화면 속 인물은 자신에게 익숙한 실내 공간에 있다. 그러나 그림은 인물 자체의 묘사나 정보에 집중하기보단 공간의 묘한 분위기를 강조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서동욱 개인전 ‘그림의 맛’이 서울 종로구 북촌로 원앤제이갤러리에서 열린다. 회화적인 풍미가 담긴 신작 20여 점이 걸린다. 오랫동안 리얼리즘 초상화를 그려 온 서동욱은 작업 초창기에 영상과 회화를 병행했다. 그의 작업에 영화적 배경이 등장하게 된 이유다. 영상과 회화로 나눠 표현하던 서사의 기록과 시적 미장센이라는 두 과제를 회화의 조건 안에서 해결하기 위한 작가의 시도인 셈이다.
2006년부터 시작된 <서 있는 사람들> 시리즈가 카메라 플래시를 빛으로 이용하여 차가운 긴장감, 위험하면서도 빛나는 청춘의 순간, 이름을 감춘 익명의 인물들을 보여줬다면, 2013년부터 발표된 <실내의 인물> 시리즈는 자연광을 이용해 표정의 그림자를 최소화하고, 미세한 겹이 쌓인 인물들의 감정들을 세밀하게 표현한다. 이러한 묘사는 이미 알고 있는 인물들의 가려지거나 숨겨진 고조된 감정들과 욕망이 복잡하게 얽혀 드러나는 찰나를 섬세하게 포획한다.

그가 이토록 인물들의 내밀한 감정 표현에 몰입하는 것은 인간이 내면으로 몰입할 때 어느 순간 맞닥뜨리게 되는 감정 고조의 순간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이러한 순간이 작가의 육체적 노고를 통해 캔버스 위에 표현될 때 회화적 아름다움으로 변환되는 것이라 믿는다고 서동욱은 설명한다. 12월 6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