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1.24 16:17
●전 시 명 : Breathing of Light
●전시기간 : 2020. 11. 19(THU) – 12. 04(FRI)
●전시장소 : 본화랑, 아트아리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299, B1, 1F)
●문의 : 02-732-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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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화랑은 유리 전문가로서 국내외 전시 활동 뿐 아니라 다수의 유리 건축 프로젝트를 병행해온 이규홍 작가의 ‘Breathing of Light’ 전시를 기획하여 20 여 점의 유리 작품을 선보인다. 스스로 빛을 낼 수 없는 달과 같이 유리 또한 빛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만 그 고유한 특성이 드러난다. 유리의 투명함과 반짝거림은 자체적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며 오로지 빛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지될 수 있다. 이규홍 작가는 이러한 유리 특유의 성질을 영민한 방식으로 작품제작에 활용한다.
작품에는 라미네이트된 평평한 거울 유리판이 사용되며 표면 위에는 유리 조각들이 불규칙하게 놓여있다. 큰 유리 덩어리에서 깨져 나온 각각의 유리 조각들은 기저층인 유리판과의 작용을 통해 유기적인 빛의 움직임을 생성한다. 이러한 빛의 산란을 만들어내는 유리 덩어리들은 언뜻보면 우연적이고 무질서한 방식으로 놓여있는 것처럼 보이나, 작가는 유리 개체들간의 치밀하고 계산적인 배치를 통해 유리와 빛 사이의 극대화된 시너지를 얻어낸다. 그 안에서 발생하는 끝없는 반사와 굴절은 2차원의 평면 유리에 미묘한 깊이감을 형성하며 작품에 입체적인 공간감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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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홍 작가의 작품은 오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연광이 유입되는 순간 유리는 빛에 호응하여 생기를 띄기 시작하고 빛을 머금은 맑고 투명한 유리 조각들은 살아 움직이듯 광채를 발하며 배경에 깔린 은은한 색감은 빛의 각도에 따라 단계적 변화를 통해 묘한 빛깔을 발산한다. 이 광경은 마치 미지의 자연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새벽녘 하늘에 쏟아지는 은하수, 남극을 떠다니는 푸른 얼음, 호수면에 반사된 오로라, 꽃잎에 맺힌 물방울 등의 이미지가 연상되며 자연과 우주의 경이로운 아우라 같은 것이 느껴진다. 빛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시시각각 변모하는 유리 작품은 마치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생동감 있는 존재로 다가온다.
작품에서 구현된 빛의 illusion에는 ‘정중동’의 미학이 내재되어있다. 고요함 속의 움직임은 이규홍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적 개념이다. 그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평온하고 잔잔하다.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보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동적인 빛의 움직임이 관찰되는데, 이 변화와 움직임은 유리 개체간 에너지의 교류에서 기인한다. 빛 에너지를 흡수한 유리 조각들은 응축된 에너지의 방출, 충돌, 전달의 과정을 통해 주변 유리와의 상호적인 흐름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에너지를 잃고 소멸하는 빛과 새로이 생성된 빛은 서로 균형을 이루며 무한한 빛의 공간을 형성한다. 결국 정중동 원리에 따른 작품의 표면적 고요함은 내재된 동적 움직임으로부터 비롯된 현상으로써 정지의 상태가 아닌 무수한 에너지를 내포하는 역동적인 고요함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혼돈 속의 평온함과 같은 양립적 상태에서의 조화를 추구하는 동양 철학적 태도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명상적이고 사색적인 분위기로 이끈다.
유리는 빛을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고 내부를 밝게 채워 공간의 기류를 변화시킨다. 찬란한 빛으로 가득찬 공간은 강한 긍정적 에너지와 밝은 기운을 발산하며 주변 환경을 정화시키고 따뜻한 울림을 만든다. 이규홍 작가는 유리라는 최적의 매체를 통해 밝고 긍정적인 빛을 전도하고자 하며 궁극적으로는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빛의 숨결이 담긴 유리 작품을 감상하며 마음의 정화와 긍정의 기운을 얻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