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위 선들의 향연… 남춘모 확 바뀐 신작 공개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0.11.23 19:42

독일, 파리 등 유럽 등지에서 러브콜 잇달아
개인전 ‘공간 속에서의 선’,
12월 31일까지 리안갤러리 대구

Stroke-lines 20-89, 2020, Acrylic on Canvas, 210x160cm /리안갤러리
 
지난해 독일 코블렌츠 루드비히 미술관에서의 대규모 개인전에 이어, 최근에는 파리 세송앤베네티에르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등 단색 부조(浮彫) 회화로 고유한 조형 세계와 방법론을 구축해 유럽을 비롯한 국제 미술계의 러브콜을 받아온 남춘모(59)가 대구 리안갤러리에서 최신작을 내걸고 한국 관람객을 맞는다.
 
작가는 회화부터 조형에 이르기까지 선(線)이라는 모티브를 이용해 폴리코트와 광목을 사용한 부조 회화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하며, 선 그 자체로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에 몰두해 왔다. 이번 전시 출품작은 기존 부조 회화와는 구별되는 페인팅 작업으로, 부조 회화가 빛에 따라 반응하며 변화하는 선과 빛의 관계를 드러냈다면, 신작은 화면 위의 선들이 서로 맞부딪히며 공간감을 형성하는 특징을 보인다. 전시 타이틀이 ‘공간 속에서의 선(Line in Space)’인 이유다. 
 
남춘모 개인전 ‘공간 속에서의 선’ 전경 /리안갤러리
 
남춘모는 어린 시절 고향 경북 영양에서 본 산 능선, 돌담, 밭이랑 등에서 느낀 선의 운율에 영감을 받아 자연의 정서와 리듬감을 화면에 풀어내 왔다. 그의 작업은 회화의 근원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되는데, 기본 요소인 선을 통해 회화의 순수성을 보여주고자 함이다. 선대 작가들의 선을 활용한 여백과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에 영감받았던 그는 선을 하나의 독립적 요소로 보며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 새로운 연작 <Stroke lines>(2020)에서는 여러 선이 겹치며 두꺼운 직선이 절제된 형태로 표현된다. 격자무늬를 확대해 크기와 컬러에 변주를 가한 화면에는 선이 지나간 자리와 그곳에 물감이 흐른 자국까지 그대로 남아 더욱 볼거리가 풍성하다.
 
Lines 0405, 2019, Acrylic on Fabric and Collage on Canvas, 160x120cm/ 리안갤러리
 
또 다른 시리즈 <Lines>(2019)는 천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 후 하나하나 잘라 콜라주로 붙여 완성한 것으로, 캔버스 바탕 위에 광목천 조각을 반복적으로 붙여 수직과 수평의 격자 골조 패턴을 형성함으로써 화면에 공간감을 구축한 작업이다. 남춘모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요철을 남기는데, 선들은 각기 다르게 표현되며 의도치 않은 흔적과 결과물을 이뤄내기도 한다.
 
공간 속에서의 획의 개념과 그 획이 확장돼 나아가는 모습을 담은 평면 작업 외에도 대형 설치 조각과 드로잉 등 24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리안갤러리에서 가지는 네 번째 개인전으로, 12월 31일까지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이어진다.
 
남춘모 개인전 ‘공간 속에서의 선’ 전경 /리안갤러리
 
한편, 대구와 독일 쾰른의 작업실을 오가며 활동 중인 남춘모는 한국과 프랑스, 독일, 미국, 중국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으며, 최근에는 대구미술관(2018), 경남도립미술관(2018) 등의 국내 미술관에서도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다. 2019년 루드비히 미술관에서 가진 개인전 작품집은 올해 베를린에서 열린 제54회 북 디자인 어워드에서 시각 예술 부분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달에 마친 프랑스 파리 쎄송 갤러리 Ceysson & Bénétière 에서의 전시는 미술계 전문가가 가장 많이 보는 미술 잡지 중 하나인 ‘Le Quotidian de l’Art‘의 표지 기사로 다뤄진 바 있다.
 
남춘모 개인전 ‘공간 속에서의 선’ 전경 /리안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