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 같은 금속공예… 김승희展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0.11.17 18:13

옻칠 채색 접목한 금속공예 신작 선봬
29일까지 두가헌갤러리

너와 나의 풍경 2020-5, 채색옻칠(삼베홋칠, 교칠), 알루미늄, 황동, 62x60x6cm, 2020
 
전통 공예의 맥을 잇고 이를 동시대적 조형 언어로 실험해 온 금속공예가 김승희(73)는 한국미의 재발견을 위한 도전을 5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는 한국 현대공예 1세대 작가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0년대 미국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와 인디애나 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유학하며 금속공예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미국 유학 이후, 그는 1980년대 들어서 병이나 그릇, 주전자, 쟁반, 은수저 등 친숙한 옛 일상용품을 판금이라는 전통적인 금속공예 제작 기법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은 산업화 초기 시절로, 상류층과 문화적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고급스러운 은기의 수요가 있던 시기였다.
 
이때 한국 금속공예의 뿌리를 찾는 작업에 몰두했던 그는 전통 기능 보유자를 직접 찾아 만나며 한국적 기법과 소재를 재발견하고 한국적인 조형미를 연구하는 데 집중했다. 이후 금속공예뿐 아니라 고결함이 돋보이는 옥을 소재로 보석함이나 펜던트 등의 장식품을 제작하며 공예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금속공예가로 한창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1987년에는 전통적 공예관에서 벗어난 현대 조형으로서의 공예라는 대전환을 시도한 금속 설치 작업 <하염없는 생각>을 발표하는 등 지속적인 도전과 실험에 적극적이기도 하다.
 
너와 나의 풍경 2020-7, 채색옻칠(삼베홋칠, 교칠),알루미늄, 황동, 85x85x10cm, 2020
 
김승희가 이번에는 금속공예에 옻칠 채색을 새롭게 접목한 신작을 개인전 ‘너와 나의 풍경 2020’에서 발표한다. ‘전통의 현대화’라는 작가적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해, 채화-옻칠 명장인 최종관의 지도를 받아 까다로운 옻칠 과정을 배웠고 이를 이번 전시에서 금속공예의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전시 타이틀과 동명의 새 연작에서 색채를 향한 그의 갈망을 읽을 수 있다. 옻칠에 안료를 섞어 금속판에 색을 입힘으로써 회화성과 함께 촉각적 요소를 부여한다. 금속판의 표면에 찹쌀풀과 안료, 생옻을 잘 섞어 삼베에 입혀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만들거나, 두부와 생칠 그리고 안료를 섞는다. 이렇게 마무리된 색색의 금속판을 겹겹이 쌓고, 그 위에 그릇, 병, 달항아리 등 작가의 초기 공예품을 떠올리는 형태나 기하학적 선을 배치함으로써, 서정적이며 입체적인 풍경이 되는 독창적인 조형물을 완성한다. 이로써 금속공예를 회화적 오브제로 전환하는 셈이다. 이번 신작이 마치 금속으로 그린 듯한 회화를 연상하는 이유다.
 
너와 나의 풍경 2020-2, 채색옻칠(삼베홋칠, 교칠),알루미늄, 황동, 68x56x9cm, 2020
 
한편, 작가는 현재 작가장신구 브랜드 ‘소연’의 대표이자,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다. 전미 은기공모전 입상(1973), 88 한국공예가협회상(1988), 제6회 석주미술상(1995), 제18회 목양공예상(2006), 대한민국 디자인 대상 대통령 표창장(2007), 알마아이커만상(2008) 등을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청와대, 워커힐미술관, 서남미술관, 대림미술관, 익산보석박물관, 호암미술관 등 유수의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전시는 29일까지 서울 사간동 두가헌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