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1.11 20:52
사진작가 민병헌 개인전 ‘새’
12월 2일까지 갤러리나우
사진작가 민병헌(65)은 작가는 폭포, 설원, 잡초, 안개 등 자연을 피사체로 삼아왔다. 잔잔한 안개 낀 새벽에 풀들이 기어 올라오는 모습 같이 지천에 널리거나 혹은 쉽게 지나칠 법한 풍경을 담아 아렴풋한 모노톤, 이른바 ‘민병헌 그레이(Gray)’라는 독자적인 톤을 구현해 국내외에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프랑스 국립조형예술센터,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시카고 현대사진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산타바바라 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과 파운데이션 등에 작품이 소장되는 등 해외에서의 입지도 견고하다.
그는 자연의 변형에 집중하는데, 이를테면 식물, 비, 바람, 폭풍, 눈, 피어나고 사라지는 안개 등을 작가 고유의 재해석을 통해 포착, 사진으로 드러낸다. 지난해 한미사진미술관에서의 개인전 ‘이끼’에서는 기존 작업과는 판이한 콘트라스트가 또렷한 새로운 작업을 선보였다. 이를 두고 당시 그는 20년간의 양평 생활을 정리하고 2015년 군산으로 내려오며 변화된 생활환경 덕분이라며, “볕이 좋은 곳에 살다보니 작품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흑백 사진에 많은 이들이 매혹되는 까닭은 고유의 은은한 그레이 톤 때문인데, 이는 작가가 오늘날에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현상과 인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지점과 연결된다. 민병헌은 처음 기록된 이미지에 인위적인 조작이나 보정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촬영하는 순간, 작가가 보고 느꼈던 감각을 고스란히 각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의 사진 앞에서는 마치 분란한 현실 세계와는 단절되고 시간의 흐름과는 고립된 듯 느껴지는 이유다.
민병헌이 특유의 잔잔하고 희미한 톤으로 회귀했다. 수묵화를 연상하는 은은한 그레이 톤이 인상적인 아날로그 흑백 사진의 신작을 들고 올해 첫 개인전을 가진다.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수묵화의 그것과 같이 부드러운 번짐, 명료하지 않은 피사체를 표현해온 민병헌은 이번에도 자연에 주목했다. 새로운 시리즈 <새>는 그가 문득 자신의 작품 속에는 항상 새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며 착수하게 된 작업으로, 역동적으로 때로는 정적으로 자연의 한 편에 존재하는 자유로운 새의 형상을 담아냈다. 지나간 것에 연연하지 않는 그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체로써의 새를 어떤 감상으로 바라봤는지 읽히는 듯하다.
“자연이 거기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이 거기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그것이 사라지거나, 모습을 바꾸면 그때서야 그곳에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오로지 결핍의 순간에만 다시 기억을 회복하는 것이다. 작은 것, 사소한 것,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그것들을 정말 몸소 느끼고도 있다.” 전시는 12월 2일까지 서울 신사동 갤러리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