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사치갤러리가 주목한 한국 현대미술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0.10.22 17:52

‘코리안아이 2020: 창조성과 백일몽’展
필리파 아담스 디렉터 “한국 동시대미술의 미래 이해할 수 있는 전시”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코리안아이 2020: 창조성과 백일몽’ 전시를 감상 중인 관람객들. 케이팝그룹 위너의 송민호도 작가로 참여, 회화를 출품했다. /코리안아이 2020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한국 현대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달 25일까지 이어지는 ‘코리안아이 2020: 창조성과 백일몽(Creativity and Daydream)’ 전시는 한국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20명이 참여해 회화, 조각, 설치, 자수, 도자기, 퍼포먼스, 영상, 사진 등 다채로운 장르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2008년 데이비드와 세레넬라 시클리티라 부부가 설립한 패러랠 컨템포러리 아트(PCA)가 사치갤러리와 협업해 시작된 ‘글로벌 아이 프로그램’의 ‘코리안아이’는 한국의 신진 작가를 세계에 알리고자 론칭했다. 시클리티라 부부가 컬렉터로서 한국 동시대미술에 반해 이를 전 세계 아트러버들과 나누기 위해 시작된 셈이다. 코리안아이는 런던을 시작으로 서울, 싱가포르, 아부다비, 뉴욕,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5회의 글로벌 전시가 개최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세레넬라 시클리티라, 필리파 아담스 사치갤러리 총괄디렉터, 디미트리 오제코프 국립 에르미타주 미술관 동시대미술 부문 디렉터가 공동 기획했다. 강호연, 고사리, 김은하, 김주리, 김훈규, 박관택, 박다인, 박미옥, 백정기, 신미경, 옥정호, 이두원, 이세경, 이세현, 이용백, 이원우, 이정진, 최윤석, 코디최, 홍영인 등 신진 작가들과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획득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고루 출품됐다.
 
점토로 재현한 빅토리아 시대의 집을 선보이는 김주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때에 따라 사라지는 현대사회의 물리적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 소재로 삼았다. 비누로 만든 조각과 공예로 잘 알려진 신미경은 이번 전시를 통해 유럽에서는 최초 공개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홍영인은 사진, 자수, 의복 제작 기술, 회화 등 다양한 작업의 혼합 미디어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의 장인 정신과 전통 직물 역사를 알린다. 이세경은 그의 머리카락을 재료로 삼아 도자기 작품을 전시한다.
 
낡은 옷으로 소고기 버거를 생생하게 콜라주한 김은하 작가의 ‘Bon Appetite’ /코리안아이 2020
 
아이돌 그룹 위너 멤버인 송민호도 작가로서 전시에 참여, 작품을 내걸어 주목을 받고 있다. 평소 케이팝 팬으로 알려진 시클리티라 부부가 송민호의 작품을 눈여겨보다가 그 독창성에 매료돼 이번 전시에 함께하게 됐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현대 미술은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형태와 소재로 표현되고 있는데 특히 케이팝은 Z세대와 연결하는 현대 미술의 한 형태”라고 강조해온 바 있다. 송민호는 ‘코리안아이 2020’의 홍보대사로 선정돼 전시 이후에도 전 세계에 한국의 현대미술 홍보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시클리티라 부부는 이번 전시 주제를 가장 잘 대표한 작품으로 낡은 옷으로 소고기 버거를 생생하게 콜라주한 김은하의 <Bon Appetite>를 꼽았으며, 그들의 개인 컬렉션에 추가하기도 했다.
 
필리파 아담스 사치갤러리 디렉터는 “이번 전시는 한국의 새로운 세대 작가들의 작품에 주목하고 있으며 한국 동시대미술의 미래를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순수 미술의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국의 동시대 예술가들은 영화, 대중 문화, 미술, 패션, 뉴미디어를 통해 해외 관객에게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 3월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국립 에르미타주 미술관에서 월드 투어 여정을 시작했다. 런던 사치갤러리에서의 전시가 마무리되면 내년 초 서울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