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8.31 17:24
폐허로 남은 나이트클럽, 유흥주점이 작품으로 탈바꿈
작가 직거래 장터 지향하는 ‘bac 메인 전시’
예술로 지역 밝히는 원정 전시 ‘익스페디션 순천’
순천 장천동 일대에서 9월 6일까지
퀴퀴한 곰팡이로 뒤덮인 옛 유흥업소가 작가의 드로잉을 통해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사회와 인간관계에 내재된 오류와 불안정성에 주목해 온 서찬석은 이곳을 찾았을 손님들을 떠올리며 쾌락을 위한 곳인 동시에, 고단한 삶 속의 도피처였을 그곳을 상상하며 폭발적인 드로잉으로 벽화를 그려냈다. 얼룩과 곰팡내로만 남은 그때의 흔적 위에 목탄과 먹을 활용해 동굴 속으로 숨어 들어가는 호랑이로 표현했다. 낡고 강한 기운이 감도는 공간을 재해석한 서찬석의 작품 <가요주점 송학>은 순천시 장천5길 31번지에서 볼 수 있다.

전남 순천시 장천동 일대가 예술 작품으로 채워진다. ‘2020 Becoming a Collector 순천아트페어’가 9월 6일까지 전남 순천시 장천동 구도심에 위치한 ‘기억공장 1945’ ‘기억상회’ 등 다수의 공간과 장천동 도시재생부지 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당신만의 취향을 찾는 곳’이란 기존 어젠다에 생태도시, 지속가능성, 도시재생의 키워드를 담아 더욱 확장된 형태로 진화한 ‘이번 아트페어는 지역의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고, 초보 컬렉터에게 자신만의 취향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이전 사업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도시와 예술의 관계 속 예술을 통한 도시의 활력찾기, 생태와 예술, 지속 가능한 예술과 도시에 대해 다양한 특별전과 부대프로그램을 통해 이야기한다.


작가 202명이 참가하는 ’bac 메인 전시‘에는 합리적인 가격의 회화, 사진, 조각, 공예, 영상, 퍼포먼스, 굿즈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출품돼 미술 애호가들을 유혹한다. 기존 화랑이나 페어에서는 거래되지 않은 색다른 작품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특히, 200만원 이하의 작품을 수수료 없이 판매하며, 판매금액의 100%는 작가에게 오롯이 보장하는 등 작가 직거래 장터를 지향한다. 모든 출품작은 온라인 갤러리(http://bac.sale/gallery/)에 동시 전시된다.
초보 컬렉터도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개인의 취향-닷·스티커’ 프로그램은 올해도 준비된다. 600여 점의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한 개에 빨간 점을 찍어 자신의 취향을 표현한다. 아직 작품을 고르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초보 컬렉터들에게 자신의 취향을 찾도록 도와주고, 컬렉터나 관람객을 만난 경험이 적은 신진 작가들에게 미래의 컬렉터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누르는 ‘좋아요’에 익숙한 요즘 세대가 오프라인 전시를 더욱 매력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것. 현장 방문을 하지 못한 관람객은 대신 온라인 갤러리에서 스티커 대신 빨간 하트를 누를 수 있다.


‘메인 전시’ 외에도 플레이스막(PLACEMAK)이 기획한 ‘익스페디션 순천’은 빼먹지 말아야 할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작가들이 순천을 전시와 예술의 형태로 탐험하며 지역을 제3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한 프로젝트로, 순천터미널 일대의 폐허가 되거나 기억에서 잊혀가는 유흥업소, 주점, 창고였던 공간을 예술적 아이디어로 변신시켰다.
지역민들과 함께 전시, 공연, 퍼포먼스를 즐기는 ‘MAK-Play’, 5개의 공간을 5작가(팀)이 공간을 공유하고 예술을 공유하는 ‘MAK-Share’, 장천동의 여러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모든 행사와 전시를 엮어주는 연결고리 ‘MAK-Chain’으로 구성된다. 재개발을 앞둔 순천의 원도심에 예술로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마련된 만큼 지역민에게는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고 관람객은 신선한 기획의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막-쉐어(MAK-Share)’는 폐허에 가까운 상태로 옛 유흥업소의 흔적만 남은 터미널 일대를 예술적 아이디어로 채운 전시다. 지역주민의 발길조차 뜸해진 공간에 페인팅, 드로잉, 조각, 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투입됐다. 오택관 <포인트 주점>, 배성미 <백천가요주점>, 박철호 <녹수정>, 서찬석 <가요주점 송학>, MIX n FIX(구재희, 권동현, 신익균, 염철호, 최주원) <비행기> 등 창의적이고 독특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계층과 취향에 상관없이 모두가 공간과 예술을 동시에 ‘쉐어(Share)’하는 최적의 방법인 셈이다.
예술과 ‘플레이(Play)’할 수 있는 ‘막-플레이(MAK-Play)’는 회화를 중심으로 꾸며진다. ‘삼양종합철거’란 간판이 여전히 남아있는 대형 창고는 이번 특별전을 위해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창고 내부에는 높은 벽체를 지닌 7개의 화이트큐브 부스가 설치돼 마치 빌딩숲을 연상하지만, 부스 안으로 들어서면 작품이 관람자를 감싸는 ‘회화의 숲’이 된다. 김은진, 노현탁, 박정원, 박효빈, 방은겸, 이부안, 최세진 등 7명 작가의 회화가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작품과 관객만이 존재하도록 해, 작품 각각이 지닌 의미와 미학적 깊이보다는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넓은 전시장에 여유롭게 작품을 나열하는 기존의 전시방식에서 벗어나 그림과 관객을 더욱 밀착시키고, 버려진 창고 공간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기 위한 시도다.
‘막-체인(MAK-Chin)’은 ‘삼양종합철거’와 장천동 내 5개의 공간을 ‘체인(Chain)’처럼 연결한다. 엄아롱의 거리 설치물, 권오상의 펜스 설치물, ㈜앨리스가 운영하는 ‘기억상회’공간 내외부에는 권기수의 팝아트가 배치된다.

이번 아트페어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사전 예약(forms.gle/WGCgNCjSF1dH2S6x7)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전시 현장과 관련 소식은 소셜 미디어(http://www.instagram.com/bac.sale)에 업로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