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7.23 17:15
서울시립미술관 ‘허스토리 리뷰’
김원숙, 박영숙, 윤석남 등 여성미술가 14인

정치적,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미술 전시로 당시 여성작가들의 역사와 일상적 삶에 얽힌 개인적, 사회적 시선을 조망하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가나아트 컬렉션 기획상설전 ‘허스토리 리뷰(Herstory Review)’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개최한다. 출품작은 회화, 한국화, 사진, 설치, 공예, 드로잉&판화 등의 매체로 구성되며 가나아트 컬렉션 11점을 포함해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총 24점을 선보인다.
가나아트 컬렉션은 2001년 이호재 가나아트 대표가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200점의 작품군으로 1980~1990년대 한국 사회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민중미술과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들을 포괄한다.
이번 전시는 가나아트 컬렉션에 포함된 여성작가들의 작품에서 시작된다. 김원숙, 박인경, 송매희, 송현숙, 안성금, 한애규의 작품은 당시 가정 내에서 규정된 여성의 역할, 혼란한 시대상에 대한 인식, 여성 억압에 대한 암시 등 그들이 일상에서 마주한 사회에 대한 생각과 개인적 갈등을 보여준다.

1980년대는 한국 미술에서 본격적인 여성주의 미술이 태동한 시기로 민중미술 계열 여성작가들이 전시를 통해 여성현실에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사회변혁을 지향한 미술 흐름인 민중미술의 맥락에서 여성문제를 탐색하고 실천을 전개한 이들의 작품을 소환한다.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시원으로 불리는 ‘반에서 하나로’전(1986), 1987년부터 1994년까지 연례전으로 개최된 ‘여성과 현실’전, 여성시화전 우리 봇물을 트자: 여성해방시와 그림의 만남‘(1988)은 여성해방운동 차원과 문화적 차원에서 주요하게 논의되는 여성미술 전시다. 이러한 전시에 참여했던 김인순, 김진숙, 윤석남, 정정엽, 박영숙 작가 등은 가나아트 컬렉션의 여성 작가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줬으며 관련 작품들이 이번 전시에서 다수 소개된다.
자아에 대한 탐구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같은 시기 민영순, 윤진미와 같은 재외 한인 여성작가들의 작품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발견된다. 이들은 서구 사회에 정착한 비서구 출신 이민자 여성으로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중첩된 타자적 조건 속에서 디아스포라의 정서를 인종, 젠더, 국가, 역사, 기억의 차원에서 다루며 정체성을 작업의 주요 화두로 연결시킨다.
페미니즘 이슈가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오늘날, 이번 전시는 한국현대미술사에서 여성주의 미술의 중요 기점이 되는 순간을 되짚어보는 기획으로, ‘1980년대’라는 시대와 사회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여성들의 교차되는 시선을 통해 그들의 존재를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은 휴관을 끝내고 재개관했으며,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관람 당일 전자출입명부(QR코드) 인증을 통해 입장할 수 있다(회당 최대 20명).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사이트(yeyak.seoul.go.kr)를 통해 사전에 예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