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밤을 관통하며 고대하는 일상의 소중함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0.06.19 15:43

[콰야]
개인초대전 ‘Ordinary People’, 7월 17일까지 이길이구갤러리

 
“순간의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그 감정이 지워지기 전에 남겨놓아야 한다. 크로키나 다양한 장소에서의 드로잉을 즐기는 이유다. 기록은 나에게 병적인 습관 중 하나인데, 현재는 이를 페인팅으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몽환적인 표정의 인물은 보는 이에게 아련한 기억을 소환한다. 작품명은 ‘타오르는 불꽃처럼’ /이길이구갤러리
 
아티스트 콰야(29)는 자유롭게 흐르는 드로잉과 보는 이의 시선을 강렬히 휘감는 색채로 그만의 독창적인 미학을 구축해왔다. 그의 화면에는 밤을 지나는 시간, ‘과야(過夜)’와 조용한 탐색 ‘Quiet, Quest’의 머리글자 Q에서 얻어진 ‘콰야’라는 이름처럼 침묵과 고독의 밤이 담겨 있다. 사색의 시간을 거치며 채집된 작가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작렬하며 곧 발화할 것 같은 위태로운 한낮의 태양이 아닌, 은은히 발광하는 달을 닮은 듯하다.
 
콰야는 일기 쓰듯 그림으로 남긴 그의 일상의 기록은 캔버스와 종이 위에서 표상적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형상으로 거듭난다. 특히 강렬한 색을 배치해 현실과 동떨어진 감각의 세계로 이끄는데, 동시다발적으로 휘광하는 색이 화면을 채우며 인물의 형상보다도 색이 더 눈길을 사로잡는다. 색은 작가에게 있어 페르소나적 존재다. “나는 직관적인 형태로 작업을 하는 편이라 무의식이 작업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이 무의식 안에서 색이라는 표현요소가 힘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단순히 반사돼 눈을 통해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개체의 고유한 색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형태를 버리고 감정을 더 담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우리, 밤하늘에 수놓은 별처럼, 50x40cm, 종이에 혼합 재료, 2019 /이길이구갤러리
 
그는 오일파스텔로 스케치 없이 즉흥적이고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막대 모양의 오일파스텔은 손과 붓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의도한 바를 드러내는 데 용이하면서도 우연한 돌발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오일파스텔란 매체는 여러 장점을 갖고 있지만, 수정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특징이 있다. 나는 수정 없이 작업한다. 그 대신 직관적인 움직임을 극대화할 수 있다.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게 순수하고 솔직하다고들 하지 않나. 수정 없이 작업하는 이유다.” 
 
때론 무수히 많은 기호로 이뤄진 코드화된 암호를 연상한다. 그의 감각적 기호들은 보는 이의 사유를 자극하는 듯하다. 마치 예술이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게 아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던 작가 파울 클레의 말처럼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콰야의 작업은 예술의 근원적 의미에 대해 상기하게 한다. 무한한 증식과 창조를 거듭하는 사색의 세계로 안내하는 그의 그림 앞에 서면 새롭고 낯선 일상을 경험할 수 있다. 
 
늦은 시간의 잠, 130*97cm, 캔버스에 혼합재료, 2020 /이길이구갤러리
 
콰야 개인전 ‘Ordinary People’이 마련됐다. 최근 몰두해온 연작 ‘희미하고 흐릿한’을 비롯해 신작 30점을 내걸었다. 코로나19를 관통하며 평범한 일상이 화두인 오늘날, 보편적 삶의 소중함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콰야의 작업은 쉬이 가시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각자의 일상 속 ‘빛나는 보통의 기록’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7월17까지 서울 신사동 이길이구갤러리에서 열린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