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연극과 같은 정치무대… 장종완 ‘프롬프터’展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0.05.15 17:42

회담장에 걸린 그림 등 은밀한 정치적 기호 시사하고자

장종완 개인전 ‘프롬프터’ 전경 /아라리오뮤지엄
 
이상향을 쫓는 인간의 맹목적인 믿음과 환상, 그 이면에 자리한 현실의 모순에 관심을 가져온 장종완(37)이 정치 연설대 설치 작품 <무대> 등 신작을 대거 선보인다. 작가는 전 세계 지도자들이 회담을 갖거나 중요한 사안을 발표하는 다양한 장(場)과 그곳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정치선전적인 회화를 주목했다. 그중 <무대>는 진짜 무대와 같이 연출돼 정치공간이 하나의 잘 꾸며진 연극무대와 다름이 없다는 점을 상기한다.
 
실제로 각국의 대통령 집무실, 의사당, 회담장 등을 장식하고 있는 그림이나 소품 모두 지도자의 권위와 그 나라가 지향하는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마치 무대 한구석에 몰래 자리 잡은 프롬프터처럼, 작가는 이들이 상징하는 바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아도 정치적 기호로 작용한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푸른 아우라(Blue Aura), 210x420cm, 캔버스 위에 유화, 2020 /아라리오뮤지엄
 
정치 지도자가 중요한 사안을 발표하기 위해 준비된 듯한 연설대 주위로 국기 대신에 동물이 그려진 담요, 국화(國花) 대신에 플라스틱 모조식물들이 장식돼 있고 앞면에는 원형의 사자 그림이 삐뚤게 걸려 있다. 이 설치 작품을 꾸미는 회화와 키치한 소품들 모두 권위를 유희적으로 비트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연설대 뒤의 배경인 4m 길이 회화 <푸른 아우라>는 회담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화다. 작가는 국력을 과시하거나 정치적 메시지를 암시하는 정치 공간 속 풍경화를 재해석해 지도자의 아우라를 파도로 형상화한다. 
 
장종완 개인전 ‘프롬프터(Prompter)’가 8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작가 특유의 우화적 표현기법으로 재해석한 역사화와 초상화, 프롬프터 등 2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연극무대와 같이 꾸며졌다. 겉으로 프로파간다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장종완의 작품은 어떤 특정한 이념, 지도자, 이상향 등을 내세우지 않는다.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 그저 정치공간이 하나의 잘 꾸며진 연극무대와 다름없음을 시사하고자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