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5.08 18:12
갤러리현대, 12일부터 현장 관람 개방
지난해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한 김환기 대작
개관 50주년 ‘현대 HYUNDAI 50’展에 경매 이후 한국 첫 나들이
이중섭, 박수근 대표작도 대거 출품

화면의 무수한 점이 원을 그리며 아래로 진동하듯 확장한다. 보고 있자니 마치 그 안으로 빨려들듯 무한한 공감각이 느껴진다.
지난해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132억원(88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된 김환기의 <우주 05-IV-71 #200>(1971)가 드디어 일반에게도 공개된다. 지난달 개막한 갤러리현대 개관 50주년 전시 출품작으로 내걸려 화제를 모았지만 코로나19로 전시장이 문을 닫은 탓에 정작 직접 볼 수는 없어 미술애호가들을 애타게 만든 그 주인공이다. 12일부터 갤러리현대가 전시장을 개방해 현장 관람이 가능하게 됐다. 경매 이후 한국에서는 최초로 공개되는 자리다.
작품을 채운 점 하나하나는 우주를 구성하는 빛나는 별이자, 작품의 제목처럼 우주 그 자체를 상징한다. 김환기 작품 중 가장 큰 규모로, 이른바 ‘환기 블루’의 숭고한 감동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수직으로 긴 양 화면의 원 이미지가 조화롭게 대칭을 이룬 모습으로, 그의 작품 중 유일하게 두 폭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김환기 외에도 한국 추상미술의 계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곽인식, 권영우, 김기린, 김창열, 남관, 류경채, 문신, 박서보, 서세옥, 신성희, 유영국, 윤형근, 이성자, 이승조, 이우환, 이응노, 정상화, 존배, 한묵 등 한국 추상미술을 개척한 1세대와 단색화로 일컬어지는 모노크롬 미술의 거장들이 소개된다. 갤러리현대는 구상미술이 화단의 주류를 이룬 1970년대초부터 추상미술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며 1972년 남관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김창열의 ‘물방울 회화’, 박서보의 ‘묘법’, 이응노의 ‘문자 추상’ 등을 선보인 바 있다.

갤러리현대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박수근과 이중섭의 대표작도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갤러리가 마련한 몇 차례의 회고전을 통해 한국 미술계에 재조명을 받았으며 나아가 ‘국민화가’의 반열에 올라서는 기반을 마련했다. 갤러리는 1972년, 1999년, 2015년에 걸쳐 3회의 이중섭 전시를 개최했는데, 그중 1972년 열린 전시는 불운한 삶을 살았던 ‘천재 화가’ 이중섭을 재평가하는 계기를 마련한 기념비적 전시다. 곳곳에 흩어져 행방이 묘하던 이중섭의 주요 작품이 마침내 한자리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전시가 연일 뉴스에 보도되며 갤러리도 전국적 지명도를 얻을 수 있었고, 국민적 성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대표작 <부부>를 구입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바 있다.
1970년 유작 소품전을 개최하며 갤러리와 인연을 맺은 박수근은 1985년 현대화랑에서 열린 회고전을 통해 한국적 정서의 정수가 담긴 작품 세계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는 대상의 핵심을 포착해 단순화한 형태감과 마티에르가 살아 있는 대표작 <골목 안>(1950년대), <두 여인>(1960년대)이 출품됐다.

이밖에도 근현대미술, 서양화, 동양화, 추상화, 구상화 등 한국 미술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번 특별전은 시대와 전시 공간, 작품별 테마에 따라 1, 2부로 나뉘어 3개월간 열린다. 김환기의 <우주 05-IV-71 #200>를 볼 수 있는 1부 전시는 31일까지 열리며, 2부 전시는 6월 12일부터 7월 19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기존에 먼저 온라인에서 선개막했던 ‘스토리즈’ 섹션은 오프라인 전시와 별개로 계속 운영된다. 작가와 작품에 관한 이야기, 전시장에서 놓치기 쉬운 주요 출품작의 디테일을 포착한 영상, 갤러리현대가 50년 동안 축적한 아카이브 자료 등을 하나의 콘텐츠로 묶어 풍성한 볼거리로 전달한다. 김환기의 <우주 05-IV-71 #200>와 더불어 변관식, 도상봉, 박서보, 천경자, 오지호, 정상화, 이성자, 권영우, 이우환, 유영국, 박수근, 이중섭, 김기창, 김창열, 백남준 등의 콘텐츠가 전시 기간 온라인으로 공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