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미술도 언택트 시대②] 유튜브, 미봉책 넘어 디지털뮤지엄 구실 톡톡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0.04.24 19:11

국공립미술관들, 코로나로 인한 휴관 대처 방안은 유튜브
국립현대미술관 첫 전시 중계, 전시투어영상 역대 최고 조회수 기록
대구미술관 “코로나 기점으로 구독자층 저변 확대되는 등 유튜브 소비 가속화”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3월 30일 올해 첫 신규 전시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을 개관 이래 최초로 유튜브 영상을 통해 개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미술관이 휴관에 들어가며 개막 일정이 불투명해지자 일단 유튜브에다가 전시장을 차린 것이다. 전시 담당자인 배원정 학예연구사가 전시장 전관을 누비며 주요 작품을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일화와 당시 시대적 배경 등을 상세히 설명해나가는 90분 가까운 시간동안 1만4000여명이 시청했다. 그리고 이후 현재까지 누적 5만8000뷰를 넘기며 전시투어영상 역대 최고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투어 영상. 전시 담당 학예사가 직접 주요 작품을 상세히 소개하며 전시와 출품작에 대한 이해를 도와 몰입감을 높인다.
 
지난 2월 23일 정부가 코로나19의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하며 전국 국공립미술관들이 휴관에 들어갔다. 재개관 일정은 여전히 안갯속인 실정에서 미술관들이 꺼내든 와일드카드는 유튜브다. 전시장을 직접 찾을 수 없어 작품 감상에 목마른 미술애호가를 비롯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를 찾아 들어온 잠재적 애호가까지 유입되며 미술관 유튜브 소비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코로나19에 극복하는 방안으로서의 유튜브가 이제는 단순히 오프라인을 일시적으로 대신하는 미봉책을 넘어 현장 전시장과 나란히 견줄만한 가치와 영향력을 지닌 독자적인 채널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추후 미술관이 재개관하더라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유튜브가 관람객과 미술관과의 소통 방식의 변화와 디지털뮤지엄의 정착을 앞당기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대구미술관 이동민 학예연구사가 설명하는 ‘당신 속의 마법’ 전시 소개 영상. 2분20초 길이로 부담 없이 시청할 수 있다.
 
대구미술관은 코로나 사태 발발 이전인 2년 전부터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전시 소개, 참여 작가 인터뷰 영상을 유튜브에 제공해 휴관으로 볼 수 없는 전시를 집에서도 감상할 수 있도록 온라인 전시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문현주 대구미술관 홍보팀장은 “오프라인에서 맞이하던 관람객을 요즘은 유튜브에서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와 관계없이 이전부터 꾸준히 운영해왔으나, 코로나를 기점으로 유튜브 소비에 가속화가 붙은 게 느껴진다. 구독자수와 조회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구독자층의 저변도 보다 확대돼 콘텐츠를 다각화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대구미술관은 6월 16일부터 열릴 기획전 ‘희망대구’와 연계해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한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관통하며 작가가 느낀 감정과 경험, 그리고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를 담아낼 예정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모두의 소장품’ 전시 출품작을 한희진 학예사가 하나하나 소개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휴관에 들어간 직후, 미술관 운영 소셜 미디어의 게시물을 1.5배 늘리겠다고 선언하며 온라인 캠페인 ‘#SeMA_Link(세마링크)’을 진행해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서소문 본관 ‘모두의 소장품’전을 기획한 한희진 학예사가 전시가 준비되는 과정을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미술관의 소장품 전시로, 한 학예사는 출품작이 조립되는 과정 등을 직접 보여준다. 또한 이 전시와 연계한 남서울미술관 ‘모두의 건축 소장품’전을 김혜진 학예사가 설명하는 영상도 업로드됐다. 동서양 전통건축과 광복 이후 현대건축의 해체와 창작 과정에서 생산되는 다종다양한 부산물을 미술관으로 불러들여 한국 건축 수집의 현재를 확인하고 미래를 모색한다. 이외에도 종료된 전시를 소개하거나 전시과장이 직접 미술관 업무 전반에 대해 알려주는 등의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2018년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에서 오프라인에 국한됐던 문화예술 장르의 경험이 미디어를 통해 온라인으로 확장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외부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미술관의 기능 중 일부는 온라인에서도 계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백남준아트센터도 올해 첫 기획전을 유튜브에서 선개막했다. 동시대 미술의 관점에서 언어의 실체와 다양성을 탐구하는 전시 ‘침묵의 미래’를 김윤서 학예사의 안내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올해 첫 기획전 ‘침묵의 미래: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의 투어 영상을 공개했다. 2월 27일 개막했어야 할 전시가 코로나로 인해 일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온라인에서 선개막한 것이다. 우리가 낯선 존재와 다름 앞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우리의 불안이 과연 다른 종, 다른 대상, 다른 언어로부터 비롯하는지, 미래에 하나의 목소리만 남는다면 그 불안은 과연 사라질 것인지 질문하고자 한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전시를 김윤서 학예사가 친절하게 해설해준다.